2001년 11월호

시장점유율·영업마진 전국 최고 대구은행 돌격전

  • 최정암 < 매일신문 경제부 기자 > jeongam@imaeil.com

    입력2005-03-07 14: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대구은행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 주민의 60%가 대구은행 고객이며, 수신부문 시장점유율도 30%를 넘는다. 순이자 마진은 내로라하는 대형 시중은행을 제치고 전국 최고 수준에 올라 있고, 부실자산을 거의 다 털어내면서 ‘클린뱅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 상반기에 적자를 내고서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대구은행의 속사정을 본다.
    “어느 은행과 거래하십니까?”

    “대구은행요.”

    “대구은행요? 우리 은행 아닙니까?”

    얼마전까지 방송을 타던 대구은행 광고의 카피다. 그다지 신선하게 와닿는 문구는 아니다. 이미 대다수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이 ‘대구은행은 우리 은행’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는 대구은행의 고객수와 시장 점유율에서 실감할 수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대구은행의 고객은 310만명이다. 대구·경북지역 인구 530만명(대구 250만명, 경북 280만명) 가운데 60% 가까이가 대구은행 고객이라는 얘기다. 대구은행의 수신부문 시장점유율은 대구에서 37.3%, 경북을 포함해도 30%에 이른다. 아무리 근거지라고 해도 지방은행 중에 이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



    지역경제·기업 사정 꿰뚫어

    지역주민들이 전국 점포망을 가진 대형 은행들을 놔두고 대구은행에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구 성서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대호산업 이현도 사장은 1977년부터 대구은행과 거래해왔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대출이자가 다소 높다. 그럼에도 25년째 거래를 계속해온 것은 본점이 대구에 있다보니 지역기업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평가기준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른 은행들은 지점장이 바뀔 때마다 기준이 달라지곤 해서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대구의 몇 안되는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하나인 (주)화성은 다른 은행과도 거래하지만 1987년 이후의 주거래은행은 대구은행이다. 장원규 사장은 “대구은행은 지역경제와 기업들의 사정을 꿰고 있다. 외환위기 때 다른 시중은행들은 극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했지만, 대구은행은 신용대출, 어음할인 등에서 지역기업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국수 제조업체 풍국면의 주거래은행은 기업은행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급여는 대구은행으로 넣어준다. 이렇듯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주거래는 시중은행과 하더라도 급여이체 등은 대구은행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많다.

    물론 대구은행에 불만을 가진 지역민들도 적지 않다. ‘은행 문턱이 높다’ ‘대출이자가 비싸다’ ‘서비스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게 주류. 얼마전까지만 해도 다른시중은행에서는 신용대출을 해주는데도 대구은행은 굳이 보증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출한도 또한 다른 은행보다 낮았다. 그러면서도 대출금리가 높다보니 “대구은행이 무슨 지역은행이냐”고 불평을 터뜨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구은행이 ‘지역 밀착화 프로젝트’를 강화한 이후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다고 한다. 대구은행 임직원들은 스스로를 ‘작지만 강한 은행’이라고 평가한다. 지역주민들의 두터운 신뢰가 그 바탕을 이룬다고 자부한다. 10월7일 창립 34주년을 맞은 대구은행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방은행이라고 결코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우선 은행의 수익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 은행의 순이자 수익률[수익/수익성 자산]에서 순이자 비용률[비용/원가성 자금]을 뺀 통계치)은 전국 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요구불 예금, 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같은 저원가성 예금이 많기 때문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9월말 현재 대구은행 총수신(12조3000억원)의 34.72%를 차지한다. 이는 공공금고 유치 등 지역주민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지난 6월말 현재 대구은행의 순이자마진은 3.15%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신한은행(2.65%), 국민은행(2.85%), 하나은행(1.99%), 한미은행(2.34%)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서울증권이 자체 방식으로 분석한 상반기 순이자마진 통계에서도 대구은행은 국민은행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은행 평균치보다는 두 배 가량 높다. 서울증권은 이 결과를 제시하며 “대부분 은행의 중장기 수익성이 악화돼도 대구·국민·주택·기업은행은 예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BIS 비율은 11.51%로, 6월말 현재 제일(13.29%), 신한(12.85%), 국민(11.57%)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물론 시중은행 평균(11.12%)과 지방은행 평균(10.89%)보다는 훨씬 높다.

    고정이하 여신(부실채권)비율도 우수한 수준이다. 불과 2년전인 1999년 말에는 11.8%나 됐지만 지난해 말 8.7%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 상반기에는 5.3%로 뚝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상반기 목표치(6% 미만)를 달성한 은행은 대구은행 등 14개. 아직도 6% 이상인 은행이 8개나 된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은 5.65%, 전북은행은 6.18%였고, 우량은행이라는 국민은행과 한미은행도 각각 5.42%, 6.74%였다.

    적자 내고도 웃는다

    이처럼 경영수치상으로는 초우량 은행이라 할 대구은행이 적자를 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난 상반기 결산 결과 대구은행은 3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20개 시중·지방은행 가운데 적자를 낸 은행은 대구은행과 제주은행뿐이다. 제주은행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대구은행은 사실상 유일한 적자은행인 셈이다.

    그러나 적자를 기록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속사정을 알고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 이유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지역정서부터 살펴보자. 대구에는 ‘우리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구은행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시중은행 1개(대동은행, 대동은행은 본점이 대구에 있지만 전국을 영업권으로 한 시중은행이었다), 종금사 3개(경일·대구·영남종금), 생보사 1개(조선생명), 투신사 1개(동양투신) 등 대구에 본점을 둔 6개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이 대구은행의 경영상태에 보내는 관심은 대단하다.

    다시 적자 얘기로 돌아가자. 다른 은행들이 모두 흑자를 기록한 마당에 대구은행은 적자를 냈는데도 ‘괜찮다’고 하는 것은 경영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1/4분기 적자는 864억원이었는데, 2/4분기에는 318억원으로 석달 만에 546억원이나 적자폭이 줄었다. 이 적자도 사실은 대구은행이 ‘클린뱅크(Clean Bank)’로 거듭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대구은행은 지역의 대형 건설업체와 섬유업체들의 연쇄 도산으로 떠안은 3263억원 규모의 부실자산을 지난 3월 한국자산관리공사(CAMCO)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지난 1/4분기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5.8%로 낮아졌다. 이 수치는 22개 은행 중 신한·주택은행에 이어 3위였다. 그러다가 6월말에는 다시 5.3%로 떨어졌다.

    부실비율을 1%만 높여도 3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하지만 부실비율을 높이고 이익을 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취한 조치다. 대구은행이 부실채권비율을 1% 높여 6.3%로 가져갔다면 흑자결산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도 적자를 시현한 것은 지난해 한미은행이, 그리고 2년전 주택은행이 대규모 충당을 하고 적자결산을 해 시장의 호평을 받은 것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클린뱅크가 되어간다는 사실보다는 ‘적자은행’이라는 오명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불러왔다. 투자자들은 대구은행을 규모나 경영여건이 비슷한 부산은행과 자주 비교하는데, 지방은행 중 늘 선두를 달려온 대구은행 주가는 지난 7월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에 역전을 허용했다. 전북은행은 다시 추월했지만 부산은행은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10월15일 현재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주가는 각각 2050원과 2425원.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구은행 홈페이지에는 경영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의 글이 오르기도 했다.

    대구은행의 주가가 제대로 오르지 않은 것은 무리한 증자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구은행 주식은 총 1억2000만주가 넘는 항공모함 주식이다. 1997년 3165억원이던 납입자본금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한 증자 드라이브로 인해 1998년에는 5021억원으로 늘어났다. 1999년 다시 1000억원을 유상증자해 6021억원이 됐다. 불과 2년 만에 두배 가량 불어난 것.

    이는 주주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환위기 때 은행권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BIS비율을 높이려면 자본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대구은행은 주식을 떠넘기다시피 하면서 팔았다. 이 때 ‘대구은행이 살아야 내 회사도 산다’는 생각과 그 동안의 거래관계 때문에 마지못해 주식을 매입한 기업들이 많았고, 혹시 자신의 예금이 날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주식을 사준 지역민들도 많았다. 당시 액면가인 주당 5000원에 사들인 주식이 지금은 2000원대에 턱걸이를 하고 있으니 투자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구은행 경영진은 주가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흑자 결산.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상반기 결산에서 다른 지방은행들은 흑자인데 대구은행은 적자를 낸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보고 흑자 경영으로 돌아서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력의 결과는 조금씩 성과를 드러내 지난 8월부터 흑자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부실을 모두 털어내느라 적자가 발생했지만 하반기에는 부실 부담이 없어 연말 결산에서는 최소 300억원대의 흑자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지방은행 중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총수신, 순이자마진(NIM) 등 자산건전성도 부산은행보다 높고 법정관리 및 화의 여신 규모도 부산은행보다 작은 대구은행 주가가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대해서는 대구은행 임직원들조차 의아해 한다. 최근 삼성증권, 한화증권, 서울증권은 대구은행의 적정주가가 3700∼3865원선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3월 김극년 행장 취임 이후 ‘K프로젝트’로 명명된 지역 밀착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초대형화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대구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외국계 은행에 맞서려면 독자적인 영업전략이 필요하다는 위기인식에서 비롯됐다. 비록 대구은행이 지역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의 영업방식을 답습하면 경쟁이 어렵다는 분석에 따라 ‘토종형’ 영업·서비스 전략을 들고 나왔다. 주민들에게 ‘우리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지금보다 더 강하게 심어주면 금리에 연연해 떠나는 고객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어떤 기관보다 더 많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은행은 대구시 및 각 구청, 학교들과 전속 거래를 하고 있다. 185개의 잘 발달된 점포망과 2800명의 임직원을 바탕으로 스쿨뱅킹 시스템을 구축, 학교 정보화 업무를 지원하며, 지역 학교 졸업생을 가장 많이 채용한다. 또한 은행의 도서관, 갤러리, 지하강당, 주차장 등을 지역민에게 무료 개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기업 여신 적어 실속

    지역 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한의사회, 건축사회 등 전문직 관련단체와 제휴해 신용카드를 발매, 이들을 고객으로 흡수하는 전략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주류전용 구매카드 발급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세청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주류 도매상들이 대구은행 카드로만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 연말 300억원 흑자를 예상하는 대구은행은 흑자폭을 더 늘릴 수도 있으나 남아 있는 부실채권을 마저 정리해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4%대로 낮춘 다음 내년에 1000억원, 2003년에는 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계획이다. 김극년 행장은 “2003년부터는 10%의 배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구은행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대기업에 대한 여신비율이 전국 은행 중 가장 낮다는 사실이다. 임직원들은 “남들처럼 대기업 대출에 무게를 뒀다면 지금쯤 대구은행은 없어졌거나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하는 처지였을 것”이라고 안도한다. 이화언 부행장은 “지방은행 10개 가운데 7개가 없어지거나 자생능력을 상실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 있는 대기업들에게 거액을 대출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구은행은 대우자동차나 하이닉스반도체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기업 대출이 없다. 청구, 우방, 보성 등 지역 대기업에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해줬으나 이것도 지난 3월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클린화했다. 따라서 추가 부실 위험이 낮다는 것. 보유자산이 건전하고 잠재 부실기업이 거의 다 퇴출돼 시장의 불확실성이 정리됐다는 얘기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 있던 지난 8월, 대구은행은 국내 언론은 물론 일본 언론으로부터도 주목을 받는 이벤트를 터뜨렸다. 절해고도 독도에 지점을 개설한 것. 물론 사이버 공간(www.daegubank.co.kr)에 존재하는 가상의 은행점포이긴 하지만 광복 56주년을 맞아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지점을 통해 은행 거래를 하면 예금시 최고 연 0.2%까지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하며 타행 송금시 부과되는 송금수수료도 면제해준다. 또한 고객에게 지급하는 세후 이자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독도 기부금’으로 조성해 독도 관련사업에 쓴다. 독도지점에는 은행예금 정보뿐 아니라 ‘사이버독도닷컴’ 등 국내 독도관련 사이트와 연결해 독도에 관한 각종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독도 사이버지점은 개설 두달 반 만에 방문자가 7만3000명을 넘어섰다. 예금계좌는 1만4477좌, 수신고는 16억원에 이른다. 이런 사실은 일본의 지지통신도 보도했고 야후재팬에 게재되기도 했다.

    독도지점이 예상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대구은행은 10월15일부터 ‘독도신탁’ 상품을 개발, 시판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지급 이자의 1%를 은행이 별도로 적립해 독도관련 사업에 활용한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이면서도 이처럼 전국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를 잘 만들어낸다.

    영업지역 한계, 전산화 미흡

    물론 대구은행은 약점도 많다. 영업구역의 한계가 우선 거론된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점유율이 높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지점(서울 3개, 부산·울산 각 1개)에서는 영업이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취약하다. 지방은행 중에서 전산화 수준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대형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방은행으로선 한계가 있다. 대구은행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은행들과 공동 전산망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영업장 창구는 늘 혼잡하며, 거대화한 시중은행들이 소매금융과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서고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방은행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금리 면에서 지방은행은 거대 시중은행들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침체된 지역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에는 더 이상 망할 기업이 없기 때문에 바닥을 헤매는 지역 경제가 언제까지나 대구은행의 발목을 잡지는 못하리라는 웃지 못할 분석도 나온다.

    가령 대구의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이 좀체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구은행도 그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섬유업이 엄청난 시련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6월말 현재 대구은행 총여신 6조1649억원 가운데 섬유업종에 대한 대출은 15% 규모인 9277억원으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자체 신용조사 결과 섬유업 총여신의 91%는 정상이며 8.2%는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있으나 회생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업이 어렵기는 하지만 대구은행의 경영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2003년까지 5년간 6800억원이 투입되는 밀라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지역 섬유산업의 구조 고도화가 가능해져 섬유업이 다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구은행이 총력을 기울여 매달리고 있는 현안은 대구시 교육청 및 대구지방법원 금고 유치. 현재 교육청 금고는 1810억원의 자금 중 특별회계 자금 610억원은 대구은행이, 1200억원의 일반회계 자금은 농협이 관리하고 있다. 특별회계 자금은 정기예금 등 고금리상품에 들어있는 반면 일반회계 자금은 저리의 공공예금으로 운용되므로 금융기관으로선 일반회계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마련.

    교육청금고는 오는 연말에 계약을 갱신하는데, 대구은행은 지역 교육에 대한 기여도(최근 5년간 20억원이 넘는 장학금과 학습기자재 지급), 편리성(대구 전체 학교의 88%와 거래) 등 여러 측면에서 자신들이 교육청금고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농협과 치열한 유치전을 펴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의 보관금과 공탁금 등 3300억원에 달하는 법원금고도 대구은행의 주요 타깃이다. 법원금고 자금은 경제위기에 따른 지역경제의 고통의 산물이므로 지방은행에 예치해 지역경제 발전의 자금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대구은행의 논리. 자금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교육청금고와 법원금고는 반드시 자신들이 유치해야 하며,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서도 접근성이 높은 대구은행을 이용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대구은행은 지금도 대구지법 가정지원(2001년3월 신설)의 보관금 및 송달료 수납업무를 취급하고 있으나 규모가 300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지방은행의 존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금을 우선 지방은행에 예금하는 지역금융 강화정책을 쓰고 있다. 현재 무려 20조엔의 일본 지자체 공금이 지방은행에 예금돼 있다고 한다. 최용호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지역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지방에서 조성된 자금만이라도 지역에서 투자되기 위해서는 지방은행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의병 대구상의 기획조사부장은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은행을 보는 중앙정부의 시각은 다분히 중앙집권적”이라고 지적한다.

    “지방은행은 지방에 본점을 두고 해당 지역 영업에 주력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인데, 일반적으로 영업구역이 제한되고 규모가 작은 은행이란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정부의 은행 구조조정도 이런 인식을 토대로 이뤄졌다. 1990년 이후 일본이 장기불황을 겪으면서도 지방은행 64개가 그대로 생존한 것은 지방경제의 체질이 튼튼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지방은행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10개 지방은행 중 대구·부산·전북은행만 살아남았다. 경기·강원·충청·충북은행은 자취를 감췄고, 경남·광주은행은 우리금융지주회사에,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회사에 자회사 흡수방식으로 통합됐다. 정부는 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한 시중은행은 구제하고 부실한 지방은행은 정리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시중은행 중에서도 대구와 부산에 본점을 뒀던 대동은행과 동남은행은 각각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으로 넘어갔다.

    계명대 경제학과 김영철 교수는 “서울에 집중된 시중은행의 경쟁력만 높인다고 해서 원활한 중소기업 지원과 금융 선진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단정한다.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데이터와 노하우가 부족한 시중은행이 지방에서 영업활동을 하려면 새로운 신용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느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 이는 필연적으로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꺼리게 함으로써 지방 중소기업의 은행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은행은 이렇듯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성원 속에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마련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