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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쌀의 운명

김동태 농림부 장관 인터뷰

“쌀도 상품이오! 정부수매가 인상은 곤란해요”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김동태 농림부 장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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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C는 농민들의 산물벼를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기관이다. RPC가 수익을 내려면 쌀값의 ‘계절진폭’이 생겨야 하는데 지난해의 계절진폭은 1.4%(농림부 계산, 농협은 0.4%라고 주장)에 그쳤다. 농민들이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RPC가 적자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까닭에 많은 RPC들이 ‘정부가 최저가격을 결정하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시가수매’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다.

―RPC의 ‘시가수매’는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정부의 기능을 농협과 농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건 옳은 얘기가 아닙니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쌀값이 떨어진 예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WTO체제가 들어서면서 정부는 과거처럼 마음대로 쌀을 수매할 수 없게 됐어요. 농협 RPC는 그 자체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사가 돼야 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조금 비싸게 산물벼를 사더라도 신용수익으로 운영할 수 있었는데, 이젠 어려워요. 작년에 좀 비싸게 샀다가 100개 이상의 RPC가 적자를 봤잖아요. 시장가격대로 매입하지 않으면 RPC는 망할 수밖에 없어요.”

―농림부는 계절진폭을 만들어낼 복안이라도 있습니까.

“계절진폭은 5% 이상이 정상이에요. 그래야 이익이 생기고, 품질저하에 따른 손실도 보상하죠. 그런데 인위적으로 비싸게 쌀을 사들이면 계절진폭이 발생할 수 없어요. 수확기엔 공급량이 많으니까 쌀값이 떨어지는 게 당연해요. 지금 재고가 많고 풍년까지 들었는데, RPC가 비싸게 사들인다면 어떻게 계절진폭이 생기겠습니까. 그러니까 RPC는 시중가격으로 사고, 정부는 재고부담이 있더라도 공급을 줄여서 계절진폭을 만들겠다는 거죠.



쌀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작물이지만, 어쨌든 쌀도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유통돼야 해요. 정부 수매는 전체의 1/6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유통되는데, 정부가 어떻게 시장원리를 무시할 수 있습니까?”

―일부 RPC는 이런 추세로 갈 때 내년에는 쌀값이 더 떨어지니까, 지금 싼 값으로 사들이고 내년에 정산하겠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것이 쌀값 하락을 부추긴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문제가 더 악화될 뿐 해결책은 없습니다. 정부를 원망할 수는 있어도 국제협정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정부가 해결책을 갖고도 안한다면 반성해야겠지만, 이건 그런 경우가 아니거든요. 공급이 많아서 쌀값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쌀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특성을 감안해 가격을 계속 지지해주는 쪽으로 흘러왔는데, 이제 그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으니까 직접지불제도 쪽으로 옮겨가지는 겁니다.”

― 일부 RPC 조합장들은 정부가 운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RPC에 대한 추가 지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까.

“RPC가 무슨 자선단체입니까? 그렇게 하면 도적적 해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습니까? 경영을 잘하는 민간인은 이런 악조건에서도 흑자를 내고 있는데, 특정 RPC를 더 도와주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아요. 오히려 잘하는 쪽에 인센티브를 주고, 못하는 쪽은 페널티를 줘야죠.”

논농업 직불제 확대할 것

김장관은 쌀값을 정부 보조금으로 지지해주는 방식에 한계가 왔으며, 이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대안 부분에서는 정부와 농민단체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쌀농가에게 소득을 보전해주는 ‘논농업직불제’와 재고쌀 처리방법으로 등장한 대북지원 등이 그것이다.

―올해 논농업직불제가 처음 시행돼 1ha당 25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확대하실 계획이십니까.

“내년에는 농업진흥지역 35만원, 비농업진흥지역 25만원을 지급하기로 예산을 잡았습니다. 저는 그것도 충분치 않다고 봐요. 국회에서 그 부분을 잘 설명하려고 합니다. 물론 정부 부처에서는 직불제에 대해 이견도 있어요.”

―논농업직불제는 도입 당시부터 경제부처의 반발을 샀습니다. 이 제도를 확대하려면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논리로 경제부처를 설득하실 것인지요.

“농가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정부가 소득보전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해야겠죠. 도시와 농촌의 소득을 비교하면 농촌은 도시의 80%밖에 안돼요. 소득이 낮은 상태에서 또 다시 수입이 감소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현재 핵심 경제부처에서는 농림부를 어떻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까. 김성훈(金成勳) 전농림부 장관은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어려움이 많아요. 경제관료는 효율을 중시하니까요. 하지만 김대통령은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을 매우 중시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쪽도 많이 강화됐잖아요. 대통령은 농민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고, 또 대통령 되실 때도 농민표가 많았어요. 대통령이 많이 배려해서 올해 농가부채 특별조치법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었어요.”

―방금 표 얘기를 하셨는데, 9월2일 한갑수 전농림부 장관이 TV에서 “국회가 농민표를 의식해 수매가격 인상을 결정해왔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수매가를 결정하는 방식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정부 부처에서 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WTO 재협상이 다가오는 시점에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겠죠.”

―장관께서는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남북관계가 잘되기를 기도했어요. 우선 굶주리는 북한 사람들에게 쌀을 보내는 게 중요해요. 영양이 부족해지면 유전적으로 몇 대에 걸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지금 북한의 기근이 큰 부담이 될 겁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될 수도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물론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는 있겠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인도주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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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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