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호

産學협동의 성공모델 울산대학교

  • 곽대중 < 자유기고가 > bitdori21@kebi.com

    입력2005-03-23 14:0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기업이 만든 대학에서 기업을 만드는 대학으로 엔지니어 중심 대학에서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는 울산대학교를 찾았다.
    産學협동의 성공모델 울산대학교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1979년 현대그룹에 대한 특집기사에서 울산시(蔚山市)를 현대시(現代市)로 표기한 지도를 게재한 적이 있다. ‘울산’이라는 도시에서 현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데 자주 사용되는 일화다. 렉스프레스의 이러한 오기(誤記)는 한국이란 조그만 나라의 한적한 어촌도시에 불과했던 울산을 세계적인 중공업 도시로 탈바꿈시킨 현대의 업적을 강조한 ‘의도된 실수’였다.

    실제로 울산 경제에서 현대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울산사람 10명 중 세 사람은 현대 임직원과 그 가족으로 현대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협력업체 직원과 현대맨들을 상대로 한 상업·서비스업 종사자를 합하면 “울산사람 치고 현대와 관련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울산광역시에는 울산대학교와 울산과학대학, 울산기능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개교한 울산기능대학을 제외한 두 곳은 현대그룹에서 설립한 대학이다. 울산에서는 대학마저도 현대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울산대학교 아산도서관 앞에 세워진 ‘창학정신 기념비’에는 대학 설립자인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초대이사장은 아산 정주영

    “젊은 시절, 어느 학교 공사장에서 돌을 지고 나르면서 바라본 대학생들은 고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에게는 한없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 이루지 못했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여기에 배움의 주춧돌을 놓게 하였으니…”



    울산대의 모태는 울산공과대학이다. 근대화의 서막이 오른 1970년 중화학공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전문산업인력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대학이다. 정명예회장이 울산공과대학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1985년 교명(校名)을 울산대학교로 바꾸면서, 11개 단과대학에 21개 학부, 13개 학과, 6개 대학원을 갖춘 종합대학으로 거듭났다. 현재 이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이다. ‘현대가 만든 대학’이라는 인식은 울산대학교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약점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

    “재단이 현대이기 때문에 재정상태가 튼튼하고 다른 대학보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현대에서 다 대줄 텐데’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 현대 이외의 후원처를 모집하는 게 오히려 타 대학들보다 힘들다. 또 졸업생들이 입사지원서를 내면 ‘울산대 학생들은 현대에서 다 취업시켜 줄 텐데’하는 오해를 해,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윤범상 부총장의 말이다.

    실제 울산대 졸업생 중 현대그룹 입사시험 합격자의 비율은 타 대학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다. 2000년 졸업생 중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인원이 46명(총 채용인원 200명 중), 현대미포조선 19명(52명 중), 현대정공 11명(100명 중), 현대정보기술 10명(300명 중) 등 현대그룹 7개 계열사에 106명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울산대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가산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울산에 위치한 중공업과 조선의 경우에는 울산대 졸업생들이 실무적응능력 평가에서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말콤 볼드리지 기준’

    현재 울산대는 현대의 품안을 벗어나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전면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진행하는 중이다.

    개혁성과가 뛰어난 대학으로 손꼽히는 학교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기존에는 기업경영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객만족’ ‘수요자 중심’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운 곳이 많다는 것이다.

    울산대학교는 이러한 추세에 맞춰 최근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ge) 기준’이라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말콤 볼드리지 기준은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MBNQA ; Malcolm Baldrige National Quality Award)에서 출발한다. 이 상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미국 상무부가 도입한 범 국가적 품질진흥정책 중 하나로, 1987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승인된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개선법에 따라 제정됐다. 상의 명칭은 1981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상부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의 장기적 능률 및 효율 향상에 큰 기여를 한 말콤 볼드리지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 평가기준이 매우 합리적으로 개발돼 경영의 질을 높이는 믿을 만한 방법으로 널리 공인되고 있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은 MBNQA 프로그램에 교육부문과 보건의료부문을 추가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이후 수많은 교육기관과 보건의료기관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수정·보완됐다. 현재 세계 27개국, 미국에서는 40개 주의 대학에서 말콤 볼드리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는 대학의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이 말콤 볼드리지 기준을 도입했다. 울산대는 지난해 7월 교수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울산대학교 말콤 볼드리지 교육모델 도입을 위한 워크숍’을 연 것을 시작으로 각종 세미나, 간담회 등을 거쳐 혁신방안 수립을 위한 ‘주요품질지표(KQI ; Key Quality Indicator)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와 함께 학내외의 요구와 기대치 파악을 위해 교직원과 학생은 물론 학부모, 졸업생, 고등학교, 기업체 등 1만6756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고객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직원 48명을, 교육분야에서 말콤 볼드리지 기준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미국 노스트웨스트 미주리 주립대학으로 보내 진행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1년여에 걸친 연구와 조사, 현장답사를 통해 교육, 서비스, 연구 등 3개 부문 KQI와 19개 전략과제를 설정하고 52개 단위 부서별 세부실행계획서를 작성해 현재 대학 전체에서 말콤 볼드리지 기준을 실행중이다.

    홍보팀 박동순씨는 말콤 볼드리지 기준을 이렇게 설명한다.

    “말콤 볼드리지 기준은 일반적인 서비스 개선, 교육환경 개선 계획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실무에 도움이 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꾸준히 파악하게 된다. 또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체도 대학의 수요자로 간주해 인력에 대한 만족도, 재교육의 필요성을 조사한다. 이런 피드백을 통해 계획을 다시 재검토하고 조정하면서 품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말콤 볼드리지 기준은 즉각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한 계획이 아니라 장기적·지속적으로 대학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울산대 전략기획위원회는 말콤 볼드리지 교육모델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2010년까지 국내 10위, 아시아 20위 내에 진입하는 것을 울산대학교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산학협동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내놓은 ‘일류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에 이은 21세기 일류국, 한국이 가장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으로 ‘핀란드’를 꼽았다. 핀란드 경제·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산학(産學)협동 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기업이 밀집한 거대 과학단지인 클러스터(Cluster·특화단지)를 육성한다. 오울루 대학을 중심으로 노키아(Nokia)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울루 사이언스파크는 1999년 세계 최초로 도시 자체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외환위기 이후 실용적인 대학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학내 ‘벤처창업’이 열풍처럼 번지고 산학협동기구 설치가 늘어났지만 재정적·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중화학 공업의 메카인 울산에 위치하고 있고 현대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두고 있는 울산대는 어느 대학보다 유리한 산학(産學) 협동 환경을 갖고 있다.

    울산대 뒤편 언덕에는 8층 규모의 웅장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 내부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굵은 파이프는 이곳이 평범한 대학 강의동이 아님을 나타내 준다.

    울산지역 산업의 첨단화·고도화를 목표로 한 ‘울산 테크노콤플렉스’ 조성사업의 중심축으로 건설된 이 ‘산학협동관’에는 창업보육센터, 산학협동본부, 지역협력연구센터, 지역기술혁신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에는 부유식 방파제 설계 업체인 ‘플러스 인터내셔날’, 유아용 전문 사이트를 제작하는 ‘네파크’, 보안 및 암호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물론터뮤니케이션’ 등 4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김하주 산학협동지원실장은 “대기업 위주의 산학협동체계를 벗어나 중소기업과의 산학협동에 중점을 두고 예비창업자와 창업한 지 1년 미만인 사업체를 입주대상으로 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대학의 기자재 및 각종 시설을 활용한 최적의 연구 개발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대학이 기업을 품어 키우는 셈이다.

    입주한 기업 중에는 울산대 교수와 재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곳도 많다. 재료금속공학부 이재신 교수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울툼스는 오존발생장치 개발업체로 국내특허 2건을 출원하고 미국, 일본, 유럽에서도 특허 출원이 진행중이다. 외국으로부터 반응도 좋아 선진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한다.

    이런 울산대의 산학협력 체계는 다른 대학들로부터 산학협동의 벤치마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범상 부총장은 “울산대는 태생에서부터 ‘기업과 대학은 동반자’라는 인식으로 출발했다”면서 울산대 테크노콤플렉스는 이러한 사고관과 준비과정의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정이사장은 지난해 9월 산학협동관 및 식물원 개원식에서 “울산은 우리나라의 중추적인 산업도시로 산학발전과 문화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산학협동관과 식물원은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교수·학생·기업이 실질적인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품은 대학에서 기업을 품은 대학으로, 엔지니어 중심의 대학에서 지역의 중심 종합대학으로. 울산대학이 풀어가야 할 양대 과제이다.

    울산대학교의 교육과정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해외 현장학습’이다.

    울산대 외국어계열 학과 학생들은 재학 중 한 학기 동안 해외 자매대학에서 학점을 취득하게 된다. 단순한 어학교육이 아니라 전공과목을 외국대학에서 이수하는 것이다.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며 경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조한다. 울산대의 탄탄한 재정 덕택에 가능한 해외연수제도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외국어계열이 아닌 경우에도 전공과목 해외연수, 해외어학연수, 자매대학 유학, 전공과목 공동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생에게 해외현장학습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언어습득 위주의 외국어 교육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울산대는 어학교육원에 ‘나라방(房)’이라는 독특한 학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중국어, 서반어 등 언어별로 1개 강의실을 정하고, 내부를 각 언어 사용 국가의 가정집이나 식당에 들어온 것처럼 꾸며 놓았다.

    일본어 학습실의 경우 바닥에 다다미를 깔고 책상 대신 조그만 탁자를 놓아 일본의 전통적인 가정집처럼 만들었다. 중국어 학습실은 원형 탁자를 배치해 식당처럼 꾸미고 전통의상과 화폐, 각종 생활용품을 전시해 놓았다.

    올해 2학기부터 비외국어계열 학과에서도 외국인 교수를 채용, 강의를 영어로 진행해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연과학대학은 수학 분야에서 연구업적이 뛰어나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외국인 강의전담 교수를 미국 수학회지와 인터넷을 통해 공개모집했다.

    20여 명의 응모자 중 영국 런던대 출신 필립 싱클레어(Philip Sinclair·33) 교수가 채용되어 현재 미적분학을 강의하고 있다.

    수학 및 물리기술학부 1학년 이경희(19)씨는 “학기초에는 교수님의 강의를 알아듣기 힘들어 고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도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자연대는 학기후 강의 평가와 학생 호응도 평가를 거쳐 연차적으로 물리, 화학, 생명과학 분야로까지 외국인 교수가 진행하는 강좌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영대도 캐나다 출신 볼프강 펠저(Wolfgang Pelzer) 교수가 진행하는 ‘조직행동론’ 강좌를 개설하고 학기마다 영어진행 수업을 한 과목씩 늘려나갈 계획이어서 외국인 교수가 진행하는 강좌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

    울산대의 의학과와 건축학과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명문학과다. 울산대 의과대학은 서울에 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예과 과정만 울산캠퍼스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과정은 서울캠퍼스에서 이수한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서울중앙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는다.

    이러한 전폭적인 후원 덕분에 울산대 의대는 1988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졸업생의 96.7%가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전국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에서 주관한 대학종합평가에서도 울산대 의학과는 교육여건 부문에서 전국1위를 차지했고 평판도 부문에서는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3위를 차지하여 종합 4위를 기록했다.

    울산대 건축학부는 최근 건축학 전공과정을 WTO 출범에 따른 건축사 자격 국제상호인정을 위한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해 4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울산대학 건축학부는 1972년부터 도입한 현장실습을 통한 산학협동 교육제도인 ‘샌드위치 시스템’과 4학년 과정에서 운영되는 국내 유일의 교수별 ‘설계스튜디오’ 같은 철저한 도제식 교육으로 한국 건축교육에 있어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축학부 임충신 교수는 “7년 과정으로 학제가 운영되는 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대학의 건축학과는 그동안 4년 과정으로 운영돼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실무를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울산대의 명물 식물원

    대학 한복판에 있는 식물원도 울산대가 자랑하는 명물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개관한 울산대학교 식물원은 300평 규모의 실내온실 식물원과 1720평 규모의 야외식물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온실식물원에 200종 7500여 점, 야외식물원에 295종 2만여 점의 수종을 갖춘 이 식물원은 국내 유일의 대학내 식물원으로, 제주 여미지 식물원을 모델로 만들었다. 학생들의 휴식과 데이트 장소는 물론 울산지역 각급 학교 학생들의 자연학습장과 시민들의 산책로로 각광받고 있다.

    노모(老母)를 모시고 식물원을 찾은 인근 아파트 주민 윤병규(32)씨는 “대학의 넓은 공간을 이렇게 시민들을 위한 휴식처로 가꾸고 개방하는 것은 대학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원 내부에는 항상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아 사색하며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울산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식물원’을 검색하면 식물원 소개와 견학안내에서부터 식물도감, 꽃말사전도 이용할 수 있다.

    정몽준 이사장은 산학협동관과 식물원을 울산대가 이루어야 할 양대 과제의 상징적인 건물이라고 설명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