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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슈

‘간염보균 의사’와 ‘수술환자’가 만났을 때

  • 이종수 < 독일 본대 의대 교수 >

‘간염보균 의사’와 ‘수술환자’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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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C형간염 전염 문제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다보니 어느 국가도 이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C형간염은 비록 수술 도중에 상처를 입었거나 환자의 피가 묻은 바늘에 찔렸어도 전염도가 대단히 적으므로, B형간염 보균자이면서 e항원(HBeAg)이 음성이고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와 동등하게 취급하여 모든 외과적 근무에 제한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C형간염 보균자인 의사에 의해 한 환자라도 감염된 것이 확인되었을 때는 병원의 심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취급, 의사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또한 C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의사는 전염도가 낮은 의료에만 종사하도록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의 C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의사는 직업 수행시에 환자로부터 감염되었으므로, 이 의사가 직업 수행에 불이익을 받거나 외과의사로서 출세에 지장을 받은 경우 고용주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둘째, 현재 C형간염에 대한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과의사들이 C형간염에 전염된 후 직업수행에 불이익을 보게 될 경우, 의사들은 당연히 치료 대상 환자의 C형간염 이환 상태를 먼저 검사할 것을 요구하게 되고 만약 환자가 C형간염 보균자이면 치료를 거부할 수도 있다.



셋째, 의과대생도 검사상 C형간염 보균자인 경우 졸업 전에 특정치료를 할 수 없다는 규약을 학생에게 이해시켜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 C형 보균자의 의대 입학을 거절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재 C형간염 보균자 거취문제는 세계 각국이 확정짓지 못하고 있으며, 아무런 제한없이 각종 외과적인 시술을 하도록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C형간염이 전염돼 급성간염이 발병하면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B형에 비하여 아주 적어서 상당수가 감염되어도 확인할 길이 적고, B형간염의 경우 전염후 10명중 1명 정도가 만성으로 진행되는데 비해 C형간염은 85%가 만성화되므로 임상적인 면에서 그 위험성은 B형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C형간염자도 B형간염에서 HBeAg가 양성인 의사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 B형이든 C형이든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인 의사라 할지라도 수술을 하지 않는 분야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과 또는 신경과에 종사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감염시킬 위험성이 없다. 그러기에 직업수행 문제를 논의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외과, 특히 심장외과·흉곽외과·부인과 등에서 의사들이 환자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고 이것이 세계 각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B형 또는 C형을 막론하고 치료한 의사가 환자에게 전염시킨 사실 여부는 바이러스의 유전자형 검사에 의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의료인에서 환자로의 B형간염 전염을 방지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조건은 병원 종사자가 B형간염항체를 보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의료인의 경우 무조건 예방백신을 맞아야 하며, 아울러 정기적 검사를 겸하여 B형간염뿐 아니라 기타 간염바이러스의 보균 여부를 확인해가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 종사자의 예방백신 의무 접종건에 대해서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도 오늘날까지 규정에 언급돼 있지 않다. 다만 캐나다에서만 의료종사자 및 의대생 등이 예방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 종사자의 예방접종이 필수

의무적인 정기혈액 검사에 대해서도 미국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반면 독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의사가 B형간염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병원에서 요구하는 정기적 혈액검사를 회피한 경우는 HBeAg가 양성인 자와 동일하게 취급토록 하고 있다.

간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종사자의 의무적인 B형 예방접종과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수적이다. 또 병원근무중에 간염에 전염된 의료인은 직업병으로서의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취업전 검사와 취업후 정기검사는 환자치료중에 전염되었다는 확증과 상해보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의료인은 자신의 여러가지 검사결과가 극비에 취급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고 고용주는 당연히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고용주의 묵비의무를 해제함으로써 제3자로의 감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면, 고용주나 병원장 또는 직장의는 묵비의무에서 해제된다. 고용주(또는 병원장)는 병원 종사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에 대해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의료인에 대한 규제’를 제정 공고해야 한다.

영국과 미국의 규정에는 간염에 감염된 의료인이 자기 직업을 수행하는데 고용주로부터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보균자라 할지라도 환자에게 전염시키지 않은 한 그 의사는 직업을 수행하는 데 동료와 동일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에이즈나 B형간염에 이환돼 있는 의사가 계속 병원근무를 하고 있는 경우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사전에 감염 리스크(위험)에 대해 투명하게 알려야 하느냐의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미국의사협회는 에이즈에 감염된 의사는 전염 위험성이 있는 시술을 할 때는 환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이런 시술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 뉴욕주 보건부 및 기타 보건기관은 에이즈나 B형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의사로부터 전염될 위험이 아주 근소하니 환자에게 사전에 해명할 필요는 없다고 규정짓고 있다. 캐나다 당국도 그럴 필요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 보건부는 치료를 담당한 의사가 에이즈나 B형간염에 이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경우 해당 환자에게 이 사실을 통지해 주어야 한다고 각 의료기관에 강력히 지시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의 블래치폴드(Blachfold) 박사 등은 환자가 전염성 질환을 소지한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의사의 비밀보장 요구권을 초월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국 보건부의 자문위원회는 그런 의사로부터 환자가 감염될 리스크가 아주 적으니 투명하게 정보를 주는 것을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치과의사들이 6733명의 환자에게 설문한 결과 환자의 97%가 사전에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가 에이즈나 간염에 이환되어 있어 전염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병원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는 자본주의적 의료체제에서는 고객인 환자의 권리가 선행된다고 보는 것이 정답이다.

간염 발생빈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의료인 수도 적지 않을 것이며, 의사에 의해 감염된 환자 수도 공표되지 않았을 뿐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상태로 내버려둘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입법조치 필요해

독일, 미국, 영국에서는 의사가 간염 보균자로 판명됐을 때 “단 한 사람의 환자라도 그 의사의 진료시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의심이 있을 때는 해당 병원장은 그 지역 보건소장과 공동으로 이것을 조사 해결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 1991년에 미국 정부기관인 방역원(Center of Disea-ses Control)이 이에 대한 규정을 발표했으며, 영국의 경우 1993년에 영국 보건부가 규정을 발표했다. 캐나다는 1992년에 B형간염에 대한 규정을 발표한 데 이어 1995년에는 C형 간염에 관한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이보다 상당히 뒤늦은 1999년에야 민간기구인 ‘독일 바이러스 질병 예방연합회’가 규정을 제정 발표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에 재학중인 학생까지도 B형간염 예방접종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병원 생활을 하면서 환자로부터의 전염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의료인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둘째,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간염에 관한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는 B형바이러스 증식 상태를 HBeAg검사 또는 HBV-DNA 검사를 통하여 파악하고, 외과 분야가 아닌 비교적 전염 위험성이 낮은 분과를 택하도록 권해서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병원에서 치료중 의료인으로부터 감염된 환자가 발생할 경우 그 보상에 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치료중 C형 간염이 전염된 경우 병원 당국은 선진 각국처럼 이러한 의료인에 대해 치료를 해주어야 하고, 또 전염된 의료인의 직업수행 능률이 저하되거나 불가능할 경우 보상해야 할 보험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신동아 200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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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 독일 본대 의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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