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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연구

DJ의 ‘충직한 종’ 이수동의 37년 그림자 인생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DJ의 ‘충직한 종’ 이수동의 37년 그림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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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1987년, DJ의 두번째 대권도전을 앞둔 어느 날, 이수동씨는 돌연 출판물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드러냈다. 그해 가을 ‘인동(忍冬)’이라는 출판사에서 발행한 ‘동교동 사람들’이라는 책의 말미에 ‘함윤식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편지글 5편이 실려 있는데 글쓴이가 바로 ‘전 김대중씨 경호실 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수동씨였다.

1980년대 중반, 과거 DJ의 경호요원이었던 함윤식씨가 ‘동교동24시’라는 책을 통해 DJ와 동교동 가신그룹을 비난한 것과 관련, 이씨는 이 편지글에서 ‘함씨의 주장은 허위이고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이 글을 쓸 당시 이수동씨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의 글은 미국내 교포신문인 ‘코리안 스트릿저널’에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됐고, 그 편지를 ‘동교동 사람들’이라는 책에 옮겨 실은 것이다. 이씨는 편지글 곳곳에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은 그 한 대목.

‘함형!

한번 물어봅시다. 함형이 아는 국내정치인 가운데 김대중 선생님만큼 국민의 편에서 서서 투쟁하신 분이 누가 있으며 확고한 정치적 신념과 경륜을 가지신 분이 누구입니까? 김대중 선생님만큼 국제사회의 앞날을 내다보시는 분이 누구이며 자아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신 분이 누구입니까? 김대중 선생님만큼 국민의 지지기반을 갖고 계신 분이 누구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누구입니까? 대통령병에 걸렸다고요?

함형!



한 번의 도전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나약한 지도자라면 누가 그를 존경하고 따를 것이며 그의 앞길은 자명하잖아요. 그 많은 역경을 겪어오시면서 애국애족의 일념으로 불의와 타협하기를 거부하면서 비록 고독하고 힘겹지만 오직 일편단심으로 평생을 싸워온 정치인이 김대중 선생님 외에 누가 있습니까?

국제사회는 끊임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전포고 없는 경제전쟁 말입니다. 정치가로서 김대중 선생님만큼 경제에 밝으신 분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대통령은 국민이 뽑습니다. 이제 헌법도 절차만 남았을 뿐 직선제가 확실하니 말입니다. 누구는 된다, 안된다 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씨는 이 글 한편에서 김대통령과 자신과의 관계를 ‘주종관계’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다. 어린 시절 ‘고향 형님’이었던 김대통령을 자신의 주인이라고 생각한 이수동씨. 그가 왜 37년간 그림자처럼 동교동 집사생활을 자청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함형!

심지어 김대중 선생님과 비서 경호원들의 식탁메뉴가 다른 것까지 꼬집으셨는데 이런 교만이 어디 있어요? 선생님과 비서, 경호원의 관계는 수직관계이지 수평관계가 아닙니다. 주종관계이지 평등관계가 아니란 말입니다. 비록 메뉴가 달랐더라도 우리 같이 선생님 앞에 충성하던 시절을 회고해보면 부엌 아줌마들의 구수한 사투리에 토속음식으로 입맛을 맞추어 마련해준 식탁에서 권커니 먹거니, 비록 상다리가 휘청거리지 않더라도 양껏 먹고 마시는 우리가 아니었습니까.’

이수동씨의 이력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오랫동안 달고 있던 직함이 ‘김대중씨 경호실 차장’이다. 1971년 대선 때 이씨는 경호실 차장으로 DJ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이 때문에 그는 아태재단 행정실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달기 전까지 오랜 세월 ‘경호실 차장’으로 불렸다.

DJ의 신변경호를 책임진 경호실차장 시절도 잠깐, 오랜 세월 이수동씨는 동교동의 안살림을 챙기는 집사로 DJ와 그의 가족을 도왔다. 1983년 DJ가 미국 망명생활을 할 때도 이수동씨는 DJ의 곁에서 그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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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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