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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경쟁력이다

우주의 원리, 인간의 도리

인간의 근원, 학문의 근본

  • 글: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

우주의 원리, 인간의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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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읽기’라는 작업 속에는 지식의 축적 혹은 집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읽는 ‘지금’의 ‘내’가 나의 앞날에 대한 어떤 선지자적·예언자적 빛과 소리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입시에서 ‘국·영·수’ 과목이 필수이듯,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고시(과거)에 대비해 사서(四書)에 주석을 단 주희(1130∼1200)의 ‘사서집주(四書集註)’를 암기하는 것이 필수였다.

흔히 사서(四書)라 하면 오경(五經)이 떠오른다. 그 둘을 결합한 사서오경이란 말도 그리 낯설지 않다. 그만큼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귀에 익어 친숙해진 경전이다. 그렇게 동아시아 전통사회를 지탱한 지식체계의 원천인 사서오경은 오늘날에도 대학 강단이나 언론매체, 향교 등을 통해 꾸준히 읽혀지며 음미되고 있다.

싫든 좋든 유교는 동아시아의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유교 이론의 원천이 바로 사서오경이다. 그 속에는 중국인, 나아가 고전을 통해 생활의 지혜와 인생, 자연과 사물을 음미하고 성찰했던 동아시아인들의 사유양식, 철학·종교에 관한 지식 및 정보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삶을 전통과 관련지어 성찰·반성할 때 유교를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있다.

특히 근현대와 연접한 근세사회 지식인의 교양 필수과목으로 추앙받은 사서는 오경과 달리 한 세트로 구성된 네 권의 책이 하나의 완결된 유교 지식체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합리적인 사색과 논리의 틀은 그만큼 유교를 용이하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전통적 가치’의 재해석과 평가가 계속되는 한, 동아시아 사회의 항상된 길(normal way)을 지탱해온 사서의 생명력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사서의 핵심내용이 무엇인지를 간략히 살펴보겠다. 좀더 빠른 이해를 위해 약간의 서지학적 지식도 곁들였음을 밝힌다.



사서의 성립과 읽는 순서

사서는 유학 측에서 확정한 네 권의 주요한 책(경전)인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을 말한다. 그 성립과 관련한 네 선생(四子)을 표면에 내세워서 사자서(四子書)라고도 한다. 혹은 ‘대학’ ‘중용’을 합쳐서 ‘학용(學庸)’으로, ‘논어’ ‘맹자’를 합쳐 ‘논맹(論孟)’으로 부르기도 한다.

‘논어’ ‘맹자’는 애당초 단행본으로 전해졌다. 그것은 공자와 맹자가 중국사상사에서 갖는 독자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다. ‘논어’는 한당대(漢唐代) 이래 이미 중시되어 왔다. ‘시(詩)’·‘서(書)’·‘예(禮)’·‘역(易)’·‘춘추(春秋)’의 오경에 ‘논어’를 추가한 뒤, 다시 한당대를 거치면서 다른 경전들을 보탬에 따라 칠경, 구경, 십경, 십일경, 십이경 등이 성립됐다. 송대에 이르러 이 십이경에 ‘맹자’를 추가함으로써 비로소 십삼경이 완성됐다.

참고로 십삼경은 ①역(易)·②서(書)·③시(詩)에다 삼례(三禮)(④예기(禮記)·⑤주례(周禮)·⑥의례(儀禮))와 춘추삼전(春秋三傳)(⑦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⑧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⑨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을 각각 합한 이른바 구경에, ⑩논어·⑪효경(孝經)·⑫맹자·⑬이아(爾雅)를 추가한 것이다.

이어 ‘대학’과 ‘중용’을 살펴보자. 애초 ‘대학’은 ‘예기(禮記)’의 제42편에, ‘중용’은 그 제31편에 속해 있었다. 책 속의 한 편명에 불과하던 것이 각각 주요 경서로 독립하게 된 것이다. 가족의 일원이었다가 분가한 것과 같다.

‘중용’은 한대부터 이미 중시되어 왔다. 당나라 중엽의 인물로 송대 신유학(新儒學· Neo-Confucianism) 운동의 중요 단서를 마련한 한유(768∼824)는 ‘원도(原道)’를 지어 도통설(道統說)을 주장하면서 ‘맹자’와 ‘대학’을 중시했다. 또 그 제자인 이고(772∼841)는 ‘복성서(復性書)’를 지어 ‘중용’을 중시했다. 한유가 중시한 ‘대학’은 북송시대 사마광(1019∼86)의 ‘중용대학광의(中庸大學廣義)’ 1권 이후 ‘중용’과 함께 별도로 칭해지기 시작했다. 이로써 마침내 ‘예기’에서 분리된 것이다.

북송시대 하남지방의 이정형제(二程兄弟), 즉 정호(1032∼85)와 정이(1033∼1107)는 ‘대학’과 ‘중용’을 ‘논어’, ‘맹자’와 더불어 오경에 앞서 읽어야 할 유학의 기본 경전으로 인정했는데 이로서 사서가 확립된다. ‘대학’ ‘중용’ ‘논어’ ‘맹자’의 사서가 비로소 이론적으로 연결되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우주의 원리, 인간의 도리

[표] 13경과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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