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 해도 보이 소프라노들은 성인 소프라노의 기교를 따를 수 없다. 그럼에도 음악애호가들은 꾸준히 보이 소프라노의 음반을 찾는다. 그것은 아마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 음색과 덜 여문 듯한 청순함 때문일 것이다. 이미 음성이 성숙한 여성 소프라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풋풋한 감수성도 보이 소프라노만의 매력이다.
데이빗 메레디스의 음반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이 같은 보이 소프라노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철저하게 고수한 음반이다. 1982년 생인 데이빗 메레디스는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웰즈 성당의 수석 성가대원이 된 전형적인 영국산(産) 보이 소프라노다. 소녀 소프라노 샬롯 처치에 비해 메레디스는 종교적인 엄숙함으로 충만한 노래를 들려준다. 가수의 특성에 맞게 수록곡도 대부분 교회음악이다. 모차르트의 저녁기도 중 ‘라우다테 도미눔’, 슈베르트와 바흐의 ‘아베 마리아’,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귀에 익은 곡들이 많다.
보이 소프라노의 실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레퍼토리인 포레의 ‘레퀴엠’ 중 ‘피의 예수’를 들어보면 메레디스의 특성을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이 음반을 듣고 나면 성인 가수들의 노래가 너무 ‘세속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