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각종 포털 서비스에서 제공한 메신저들이 난립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이용자가 공룡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을 이용한다. 시장이 사실상 통일된 것. 이것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때문이고, 이는 소비자를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잠금 효과(Lock-in)’를 가져온다.
네트워크 효과란 제곱승수 효과를 말한다. 10명이 함께하는 커뮤니티는 100명이 함께하는 커뮤니티보다 효용면에서 90이 아니라 무려 9900이 작다는 얘기다. 개인과 개인의 무제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새로운 회원은 더 큰 네트워크를 찾아 이동하며, 작은 쪽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독점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커다란 네트워크는 더 큰 효용을 가져다주기에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네트워크 효과의 진면목을 보여준 사건이 얼마 전 MSN에서 발생했다. 2002년 11월 말 한 네티즌이 인터넷메신저 MSN에서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리본 달기를 제안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의견을 보낸 것이 아니라 친구와 사적으로 대화한 것이다. 구체적 방식은 게시판 말머리 달기에서 본뜬 특수 기호를 앞에 붙이는 것. 그런데 단 하루만에 전체 MSN 이용자의 90%가 넘는 이들이 여중생의 명복을 비는 상장(喪章)인 ▶◀, ▷◁, ▦, ▩ 무늬를 말머리 앞에 달았다.
거대 네트워크가 보여준 놀라운 전파력이다. 나는 10명의 친구와 연결되어 있고, 그 10명의 친구는 다시 각각 10명의 친구들과 연결되고…. 이렇게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는 단지 개인 미디어에 불과한 메신저를 전국적인 미디어로 확장시켰다. 더 나아가 단지 마우스 조작에 그치지 않고 현실 참여로 이어졌다. 누군가가 친구에게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시위를 하자고 했고, 이 의견은 다시 네트워크를 따라 흐르며 대중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메신저의 특징은 개인적인 매체라는 점이다. 친구가 아닌 이들과는 메신저를 공유할 리 없다.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그저그런 소소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 설득력이 주는 정치적 영향력은 놀랍다. 그 바탕에는 옳다고 느낀 생각을 즉각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온라인의 편리함과 친구와 친구로 연결된 끈끈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네티즌의 의사 소통은 수평적 네트워크 속에서 이뤄진다. 계몽성이 줄어든 만큼 전통적 권위는 사라지고 대중에게 인정받는 의견이 정치적 올바름으로 선택받는다. 게시판과 메신저 등의 매스미디어에 버금가는 전자적 확장성을 가진 친구 같은 네트워크가 보여준 희망. 우리는 지금 친구와의 귓속말이 이룩하는 가능성의 세계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