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는 다른 신용카드사와 달리 은행의 공동 브랜드 관리, 신용카드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을 비롯한 은행의 카드업무를 대행하고 지원하는 회사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80%가 넘는 1700만명의 고객에게는 가장 사용하기 편리한 신용카드 서비스를, 비씨카드 주주이자 고객인 회원은행에는 최고 품질의 카드 프로세싱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어느 CEO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카드를 사용하는 회원, 비씨카드를 발행하는 금융기관, 회사 내부 고객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둘러싼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고 이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일 것이며, 또한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기업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나 만족도는 고객이 기업을 처음 만나는 15초 이내의 극히 짧은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에 결정된다. 고객과 비씨카드가 만나는 접점인 콜센터에는 하루에 40만건 이상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니 콜센터는 매일 40만번에 이르는 ‘진실의 순간’이 발생하고, 그 눈깜짝할 순간에 비씨카드에 대한 이미지와 만족도가 결정되는 중요한 장소다. 사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지금껏 꾸준히 콜센터에 관심을 가져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가장 먼저 콜센터에서 교육을 받게 했으며, 전직원이 순번을 정해 콜센터에서 일일 상담원으로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고객만족 마인드를 심어주려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금융감독원에서 민원유발 정도를 평가하는 고객민원지수 평가에서 신용카드회사 가운데 2년 연속 큰 격차로 1위 기업에 선정됐다. ‘고객은 A, 카드는 BC’가 우리의 모토였다.
21세기 CEO의 미덕은 친근함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낸 기업 연구가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Good to the Great’에서 “조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개발해줄 수 있는 독특한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CEO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했다.
1970∼80년대의 ‘밀어붙이기’ 개발시대에는 CEO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미덕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시대인 21세기에는 직원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또한 그런 여건을 조성해주는 ‘친근한 CEO’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사장은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한 조직에서 직원들과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조직 구성원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비씨카드 CEO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업종 특성 탓인지 이 회사가 매우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직을 밝고 생기있게 만들어볼 요량으로 2001년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자율 복장제를 도입했다. 정장과 넥타이, 유니폼으로 상징되던 공간에서 개성과 창의성이 살아나도록 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 한 것이다. 처음에는 격식을 갖추고 고객을 맞아야 한다는, 이른바 전통적 금융기관 문화에 익숙한 임원들은 물론 평사원들 중에서도 걱정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한껏 멋을 내고 고객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며 편하게 일하는 요즘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회사에 머물러 있는 동안 직원들과 최대한 자주, 많이 만나려고 노력한다. 출근길에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아침인사를 나누고, 회사 부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밥상을 놓고 마주앉는 시간들이 즐겁다. 매달 ‘호프 미팅데이’를 열어 직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리기도 한다.
인트라넷에는 ‘나눔터’라는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놓고 여기에 올라온 의견들을 수시로 열어보고 직접 답변을 해준다. ‘나눔터’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바람, 업무개선 제안 등 회사 발전을 위해 전직원이 자유롭게 익명으로 토론할 수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각종 경제지표나 시장상황은 경기에 극히 민감한 신용카드사에겐 아직 긍정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여전히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에는 위험과 함께 기회가 동전의 양면처럼 상존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오히려 내실 다지기의 계기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전직원이 합심해서 노력하고 있다. 좋은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품고 변화를 추구하는 한 비씨카드는 언제나 젊을 것이다.
(‘CEO 경영일기’는 이번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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