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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시아 통합 꿈꾸는 학제적·실천적 연구 ‘동북아공동체를 향하여’

  • 글: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kimjg@hanyang.ac.kr

아시아 통합 꿈꾸는 학제적·실천적 연구 ‘동북아공동체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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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이 책은 기획 단계부터 학제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그러한 시도는 상당히 성공한 듯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학계에서 학제적 연구는 개별연구의 단순한 기계적 모음집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학제적 연구가 가지는 본래의 장점이 발휘되려면 개별 전문분야의 연구가 서로의 논리적 소통과정을 통해서 화학적(化學的)으로 종합돼야만 한다. 개별논문 하나하나의 우수성은 학자들 개개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나, 그 논문들이 동북아공동체라는 화두 속에서 잘 조율돼 있는 것은 집필자들의 토론과 의견수렴과정이 길었음을, 또 개개 집필자들의 성실함을 나타내는 지표다.

둘째, 동북아공동체 논의가 자칫 빠지기 쉬운 고담준론(高談峻論)의 세계에서 벗어나 상당히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본서의 장점이다. 동북아공동체의 총론적 필요성에 대한 강조만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술적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필진들이 동북아 통합이라는 이념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으로 그 실현을 위한 논리적 치밀성과 조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역사, 과학기술분야에서 일급연구자들이 제시한 동북아 협력의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논의 또는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의 조감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하며, 향후 정책의 실시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셋째,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각 논문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의 기본시점이 상당히 균형 잡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 일각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국민국가주의 담론, 또는 탈국민국가주의 담론, 그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주지하듯이 동북아의 통합과정은 개개의 행동주체에게는 상당한 리스크를 가져온다. 경제학적 용어, 구성의 오차(fallacy of composition)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전체에게 좋은 것이 개개의 주체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왜 통합하려 하는가. 바람직한 통합이란 무엇인가. 통합실천을 위한 전술적 고려사항은 무엇인가. 동아시아 통합논의에서 점검할 것은 추상레벨에서의 통합의 당위성이 아니라 통합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줄이며 결과적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 7000만 민초의 생물학적 안전과 경제적 번영, 그리고 인간적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쾌한 정책적 방안에 대한 모색이다.



따라서 탈국민국가주의, 국민국가주의 모두 다 필요하다. 동북아공동체라는 균세(均勢)의 완성은 탈국민국가적 경향의 강화를 요구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자강(自彊)의 완성은 국민국가적 결집력을 힘의 원천으로 하기 때문이다. 탈국민국가주의의 적극적 실현이 이념이라면, 국민국가의 틀을 강화시켜가며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19, 20, 21세기적 코드가 집약되어 교차되고 있는 동북아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우리의 균세(均勢)와 자강(自彊) 전략 구축을 위한 지식인들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통합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팍스 아메리카 질서에 모든 국가들을 줄서기 시키는 미국의 의도도 결국은 통합이며, 이에 대응한 유럽의 실험도 통합이다. 5족협화(5族協和)를 중시했던 쑨원(孫文)의 근대중국 창설과정도 통합이며, 그것을 국시로 하며 위구르과 티베트 독립요구를 탄압하는 현 중국의 목적도 통합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유령이 전세계를 배회하는 것도 통합이며 “전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치는 것도 통합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통합의 내용인 것이다.

동북아에서 공동체적 실험이 개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마음껏 발휘시키며, 개별국가와 집단의 자존과 협력을 증대시키며, 문물과 사람과 문화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 책은 “동북아 비전은 우리나라의 생존전략이고 21세기의 어젠더이며 앞으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국가적이고 시대적인 과제임을 인식하고 먼저 ‘동북아를 생각하는 것’부터, 그리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의지를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566쪽)라고 결론짓는다. 실천하는 지식인 집단으로서 집필자들의 다음 작업이 기대된다.

신동아 200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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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kimj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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