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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첫 환경영화제 여는 환경운동가 최열

“盧정부 환경점수는 ‘양’ 경제 살린다고 환경 외면해서야”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국내 첫 환경영화제 여는 환경운동가 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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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환경 영화는 좀 지루할 것 같아요. 너무 계몽적인 이미지가 아닐까요.

“내가 세 감독에게 당부한 건 그저 재밌게만 만들어달라는 거예요.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촬영한 이영재 감독 작품엔 오세훈 변호사, 강지원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가 카메오로 출연하죠. 나도 며칠 후 카메오로 출연할 건데… 허허.”

세 감독의 영화는 12월 극장에서도 개봉된다. 영화 개봉으로 얻는 수익금은 환경운동 기금으로 쓰이고, DVD로 제작돼 아시아 지역의 환경단체에 무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환경문제를 문화상품으로 적극 알리고, 수익은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인 셈이다.

역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최 이사의 달라진 행보다. 온산으로, 동강으로, 새만금으로, 핵발전소로. 과거 현장을 누비며 환경오염을 고발하던 그는 이제 한발 물러서 환경운동가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사장직도 여전히 겸하고 있지만, 현장 활동은 후배들에게 거의 물려주었다. 투사와 후원자 사이의 삶엔 어떤 간극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현장에서 뛸 때와 환경재단 상임이사로서의 활동이 어떻게 다른가요.



“먼저 환경재단을 만든 이유부터 설명해야겠구만. 2000년 3월 미국 버클리대에서 열린 ‘골드만환경상’ 수상자 워크숍에 참가했다가 재미난 이야길 들었죠. 미국엔 환경 관련 재단만 700개가 넘는다는 거예요. 미국처럼 넓고 국토 보존이 잘 된 나라에도 환경재단이 700개나 있는데, 정작 환경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엔 재단 하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만든 게 환경재단이에요.”

-환경재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한데요.

“속설에 현장 운동 3년 하면 머리가 비고, 5년 하면 파김치가 되고, 7년 하면 가슴이 뚫린다고 하데요. 자기를 던져 나라를 위해 뛴 사람들이 용도 폐기돼서야 되겠습니까? 그들이 맘껏 공부하고 건강 진단도 받고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환경재단의 주된 일이에요. 환경문제를 알리는 여러 문화사업에 지원도 하고….”

21세기형 환경운동

2002년 11월 창립된 환경재단은 여러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금을 마련해 환경사업들을 지원해왔다. 최근 환경재단 주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사진전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은 270만명이 관람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세계의 비경을 담은 고혹적인 사진들이 행인의 눈길을 끌었다.

-최 이사께서 걸어온 길이 우리나라의 달라진 환경운동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21세기 환경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거듭나야 할까요.

“운동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죠. 당연히 달라져야 하고요. 환경 논의가 척박하던 시절에는 폭로와 고발이 주를 이뤘죠. 다음에 온 것이 바로 일회용품 안 쓰기, 종량제 실시, 폐식용유로 비누 만들기 같은 실천운동입니다. 21세기형 환경운동은 문화와 환경의 성공적 결합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앞으로 환경운동은 더 다양해져야 해요. 백화점식 환경단체는 물론, ‘반딧불이를 지키는 모임’ ‘샛강을 지키는 모임’ ‘길을 아름답게 하는 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여전히 환경은 경제에 비해 홀대받고 있습니다. 최근 환경 현안을 보면 답답하지 않으신가요.

“(그의 목소리가 격앙되기 시작했다) 환경과 문화가 그대로 있다간, 세계가 정치 경제 중심으로 흘러갈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데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니….

지난 6월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만난 얘기를 하죠. 제가 ‘환경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쾌적한 환경 속에서 강한 경제가 나는 게 아니냐’고 물었어요. 아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를 ‘환경이 경제다’라고 정하자고 제안했죠. 그랬더니 대뜸 이 부총리가 ‘아니다. 경제가 환경이다’라고 되받아 치더군요.

생각해봅시다. 환경이 황소라면 경제는 닭장이에요. 환경 안에 경제행위가 있는데 어찌 황소가 닭장에 들어가겠습니까. 환경을 살리는 길이야말로 경제를 살리는 겁니다. 에너지 절전 상품,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 모두 환경 보존 상품으로 경쟁력도 생긴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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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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