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적립식 펀드 제대로 알기

만기 없는 분산투자가 장점, 인내심에 투자하는 법 배워라

  • 이상건 재테크 칼럼니스트 lsggg@dreamwiz.com

    입력2005-01-25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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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립식 투자에는 만기가 없다. 따라서 3년이 됐다고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할 필요도 없다. 투자 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인 만큼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적립식 펀드 제대로 알기

    적립식 펀드도 실적배당 상품이므로 운용 실적에 따라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최고의 베스트셀러 금융상품은 단연 적립식 펀드였다. 200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이 상품은 지난해 말까지 2조원어치 가량 팔려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 없이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이렇게 많이 팔려 나간 상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재테크 전문가들도 저금리를 이겨낼 최고의 투자대안 중 하나로 적립식 펀드를 꼽는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적립식 펀드의 인기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를 원금 보전이 가능한 상품으로 여기거나 한 번도 판매된 적 없는 새로운 상품인 것처럼 생각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는 적립식 펀드라는 상품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를 선택해 매월 일정 금액을 일정 시기에 투자할 뿐이다. 다시 말해 적립식 투자방법이 존재할 뿐 적립식 펀드라는 유형의 상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만 적립식 펀드라는 이름의 상품이 판매될까. 이는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하려면 목돈이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도 펀드 투자를 기피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과거에도 적립식 상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고 금융기관들도 적립식 상품보다는 펀드 상품 판매에 주력했을 따름이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매월 일정 금액을 일정한 시기에 투자하므로 투자 지식이 없는 초보자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목돈도 필요 없다. 펀드나 주식 혹은 채권 등 원하는 투자대상을 골라 매월 적금 붓듯이 투자해가면 그만이다.



    적립식 투자는 또한 이른바 ‘몰빵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몰빵 투자’에선 투자시점 선택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적립식 투자는 투자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어 그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매월 100만원을 A라는 주식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주가가 낮을 때는 주식을 많이, 반대로 주가가 높을 때는 적게 사게 된다. 나중에 주가가 크게 오르면 낮을 때 사놓은 주식의 주가가 크게 올라 수익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적립식 투자는 누구도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알 수 없다는 전제 아래 고안된 일종의 기계적인 투자법이라 할 수 있다.

    적립식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역행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가들로 꼽히는 버크셔 헤더웨이의 워렌 버핏이나 템플턴 펀드의 창립자 존 템플턴 경 등은 모두 역행투자자였다. 이들은 시장상황이 나쁠 때 주식을 사들였다. 심지어 존 템플턴 경은 “주식을 사야 할 때는 비관론이 극도에 달했을 때”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그제야 부랴부랴 투자를 시작한다. 시장상황이 나쁠 때 싼 가격에 사들여야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는 효과가 있어 개인들도 위대한 투자가들처럼 역행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다리 투자법

    적립식 투자의 대상에는 주식, 채권, 전환사채,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실제 일부 투자자들 중에는 이미 적립식 투자법을 활용해 이들 유가증권에 투자해온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채권투자다. 채권은 늘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매월 혹은 분기별로 채권 만기일을 분산시켜 채권에 투자하면 금리 변동 위험을 줄여나가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사다리 투자법’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적립식 투자에서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주식이다. 다른 유가증권에 비해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투자시점을 분산시켜 낮은 가격대에 사놓은 주식의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물론 주식 투자의 효과가 있지만 같은 방법으로 직접 주식을 매입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04년 12월20일부터는 10만원 이상 고가주에 대해 단주 거래가 허용돼 이들 주식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일반인들은 고가 우량주를 사고 싶어도 10주 이상 거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쉽게 매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단주 거래 허용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월 적금 붓듯 1주씩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종합주가지수와 연동돼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 펀드(ETF)에도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사실 주가 상승시 지수 상승률을 상회하는 펀드가 1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스스로 매달 금액과 시점을 선정해 규칙적으로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거나 상장지수 펀드를 사들이면 된다.

    필자도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려고 은행 두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은행 직원들이 ‘적립식 펀드는 실적배당 상품이지만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너무나 태연스럽게 하는 것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설명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적립식 펀드도 분명 실적배당 상품이므로 운용 실적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적립식 투자에는 만기가 없다. 현재 시판되는 적립식 펀드를 보면 만기가 대개 3년으로 되어 있다. 판매 금융기관에서도 적절한 적립식 투자의 기간을 3~4년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 또한 옳지 않다.

    미래에셋투신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선정, 이를 지수화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기간이 3년이면 평균 33.18%, 5년이면 평균 35%였다. 7년일 경우에는 45.46%이고 10년이면 53.94%였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부분 적립식 펀드의 만기 시점인 3년 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환매를 할까.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이 되면 만기가 돌아오더라도 계속 불입해 나가야 한다. 미국에서 행해진 조사에 따르면 투자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기간 중 2~7% 사이의 기간 동안 발생한다. 만기 시점에 손실이 나도 그 후에 주가가 오르면 다시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적립식 투자를 가리켜 ‘인내심에 투자하는 방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적립식 투자의 특성상 원금 회복력이 높으므로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기간을 더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투자금액은 잘게 쪼개라

    그렇다면 어떤 적립식 펀드를 골라야 할까. 먼저 혼합형이나 채권형보다는 변동성이 큰 주식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형 중에서도 운용금액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순수 주식형이 좋다. 적립식 투자는 변동성이 클수록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를 고를 때는 판매회사보다는 운용회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운용회사의 과거 장기 실적 확인은 필수다. 장기 실적을 확인할 때는 과거 수익률은 물론이고 투자의 일관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그 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일관된 철학 없이 시장상황에 따라 펀드를 운용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운용 펀드들이 과거 3년 이상 고른 실적을 보이고, 수익률 면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라면 투자해도 무방하다. 이런 데이터를 보려면 펀드평가회사인 한국펀드평가나 제로인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금융기관들은 적립식 펀드의 최저 가입금액을 설정해 놓고 있다. 어떤 회사는 10만원이고, 어떤 곳은 30만원이 최저 가입금액이다. 만일 매달 50만원씩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0만원짜리 계좌 1개와 15만원짜리 2개 계좌 정도로 나눠놓는 것이 좋다.

    이렇게 투자금액을 쪼개놓으면 수입이 줄더라도 투자금액을 쉽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일 50만원을 하나의 계좌에 모두 불입해야 한다면 수입이 줄 경우 투자를 포기해야 하지만 여러 계좌로 분산해놓았다면 어느 한 계좌는 계속해서 불입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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