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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정치인 정동영’의 통일부 장관 ‘실험’ 8개월

화려한 스타트, 飛上은 북한 손에?

  • 하태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ewon_ha@donga.com

‘정치인 정동영’의 통일부 장관 ‘실험’ 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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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기자로서 통일부(당시 통일원)를 출입했던 정 장관은 10년 후 장관이 되어 화려하게 통일부에 돌아왔다. 당시 통일정책관실 이봉조 과장이 현재 차관이다. 각 실·국장을 포함한 간부들에게서 업무보고를 받는 정 장관은 자주 “그래서 ‘야마’가 뭡니까?”라고 질문한다고 한다. ‘야마’는 어떤 사물이나 사안의 핵심을 지칭하는 말로 기자들 사이에 사용되는 은어. ‘야마를 잘 잡는다’는 것은 기자로서의 감각이나 직관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통일부 간부들이 현안에 대해 보고를 할 때 보고 내용이 한 페이지를 넘어갈라치면 정 장관에게선 어김없이 ‘야마’를 먼저 보고하라는 말이 떨어진다. 현안에 대해 세세한 사항을 일일이 설명하지 말고 핵심만을 알기 쉽게 보고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지난해 9월18일 IAEA가 제기한 한국 핵물질 실험의혹에 대해 NSC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발표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4원칙 중 ‘야마’는 네 번째 항목인 핵의 평화적 이용범위 확대”라며 싱긋 웃었다.

4원칙 수립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 장관이 주머니에서 꺼내든 수첩은 기자들이 애용하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취재수첩’. 그는 NSC 상임위원회 주요 논의사항이 메모된 취재수첩을 보며 ‘야마’만 간추려 설명했다.

기자들이 생명처럼 중시하는 ‘현장성’도 정 장관이 통일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전화에 의존하거나 책상에만 앉아서 일하는 ‘탁상행정’을 배격하고 현장에 적극적으로 나가 일을 처리하라는 지적이다.



보고받는 도중 보고서에 ‘키워드’라고 생각되는 단어가 보이면 동그라미를 치고, 중요한 문장이나 기억할 만한 문장이라고 여기면 밑줄을 ‘쫘악’ 긋는 것도 정 장관의 독특한 습관. 펜은 주로 연녹색 형광펜을 이용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장관실에 보고하러 들어갈 때 내용을 일별하고 ‘야마’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며 “사안의 핵심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임 초반 정 장관은 매우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스스로 표현한 ‘공부와 숙제’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정치인들과의 공개적인 만남이나 언론사 간부들과의 상견례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 안보 및 국방을 총괄하는 NSC 상임위원장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선행학습’에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고, 섣불리 발언하기 곤란한 민감한 사안이나 발언에 따른 책임이 주는 중압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업무를 파악하고 내 목소리로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북한의 ‘정동영 길들이기’

정동영 장관은 2004년 7월1일 통일부 장관에 취임한 이래 230일이 지난 2월15일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통일부 정례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방송국 앵커 출신에다 대변인으로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던 정 장관의 ‘과거’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취임 이후 정 장관은 줄곧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파월 미국 국무부장관, 파고 미 태평양사령관,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힐 주한미국대사, 리빈 주한중국대사 등을 비롯, 수많은 국내외 인사와 매주 두세 차례 이상 면담하고 국내외 현안을 논의했다. 이 같은 정례적인 ‘인풋’에 비해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현안과 정부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NSC 상임위원장으로서 ‘아웃풋’에는 인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 장관은 통일부 기자단과의 비공식적인 간담회나 오찬은 자주 했지만,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공개석상에서 브리핑한 것은 딱 세 차례다. 지난해 8월15일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 중 남북관계 부분 배경설명, 지난해 9월12일과 18일의 한국 핵물질실험 문제에 대한 NSC 상임위 결과 브리핑이 그것. 세 차례 모두 큰 현안에 대한 비정기적인 브리핑에 NSC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나선 것이고, 그나마 통일부 장관 자격으로 나선 것은 8·15 경축사 배경설명 한 번뿐이다.

흡사 묵언수행하듯 언론과의 만남을 자제하던 정 장관의 말문이 트인 것은 지난해 12월15일 개성공단 시제품 생산 기념식에 다녀온 뒤였다. 이전까지 언론과의 만남을 극구 자제하던 정 장관은 이후 한 인터넷 매체를 필두로 여러 매체의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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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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