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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특산품 ③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겨우내 얼리고 녹인 노란 속살, ‘하늘’과 ‘사람’의 합작품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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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해동한 명태의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는 할복작업을 마친 뒤 물에 씻어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명태에 대한 우리 민족의 애정과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명태는 살코기뿐만 아니라 머리, 내장, 알, 아가미 등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완전식품’이다. 머리는 생태맑은탕이나 동태국의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데에 빼놓을 수 없다. 알과 내장은 명란젓과 창란젓으로 가공되어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서거리’라고도 불리는 아가미는 젓갈을 담거나 ‘서거리깍두기’로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곤지는 단백질과 인의 함유량이 많지만 지방은 적어서 해물탕이나 동태찌개에 넣으면 맛이 한결 구수해지고 영양가도 높아진다.

오늘날 국내산 명태, 즉 지방태는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한 실정이다. 지방태의 거점인 고성군 거진항은 명태잡이철만 되면 돈과 사람이 몰려들어 흥청거리곤 했지만, 이제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됐다.

‘豊漁’는 옛이야기

고성군 통계에 따르면 명태 어획량은2000년 1024t에서 2001년에 62t으로 급감했다가 2002년에 304t, 2003년에는 341t으로 다소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72t으로 급감했다. 이러다 보니 수협을 통한 위탁판매량도 미미한 실정이다. 올해(2월2일 현재) 들어서는 11두름(한 두름은 20마리), 금액으로 치면 100여만원 어치밖에 팔지 못했다. 명태 위판을 맡은 고성수협 대진지소 직원의 말이 절절한 하소연으로 들렸다.



“명태잡이로 먹고사는 이 지역 어민들은 다 죽을 지경입니다. 이제 금강산 육로관광도 하고 남북교류도 활성화된 상황이 아닙니까? 그러니 남북어로협정 같은 것을 맺어 입어료(入漁料)를 내고서라도 북한 수역에서 명태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지방태는 거진항의 생태탕 전문점에서도 구경하기 어렵다. 그곳조차 북한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명태로 생태탕을 끓여낸다. 사실 황태용 명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원양태를 써왔다. 러시아 등지에서 꽁꽁 얼려진 채 수입된 명태는 할복장으로 옮겨진 뒤 찬물에 24시간쯤 담가서 해동시킨다.

해동된 명태의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는 할복작업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내장의 어느 하나도 버릴 것이 없으므로 알, 창자, 애, 곤지 등이 손상되지 않게 칼질을 해야 제값을 받는다. 내장을 모두 긁어낸 명태는 두 마리씩 턱에 끈을 꿰어 물에 씻은 다음, 영하 30℃에서 15~20시간 가량 다시 얼린다. 명태 할복작업 전문업체이자 직접 황태도 생산하는 서종산업 함동호(51) 사장은 그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요즘에는 옛날보다 기온이 따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할복한 명태를 바로 덕장에 걸었을 때 날씨가 춥지 않으면 명태가 약간 상해서 황태의 품질이 떨어져요. 하지만 처음부터 얼린 상태로 덕대에 걸면 천천히 녹다가 다시 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빛깔 좋은 황태가 됩니다.”

강릉 주문진항 부근의 공동할복장에서 할복작업을 거쳐 냉동된 황태는 차에 실려 대관령 너머의 횡계리 황태덕장으로 옮겨진다. 대체로 주문진항에서 할복작업을 한 명태는 횡계리 덕장으로 실려가고, 고성 거진항에서 할복작업이 이뤄진 것은 인제군 용대리 덕장으로 실려간다.

황태덕장 마을인 횡계리는 1리부터 13리까지 모두 13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그중 해마다 덕장이 들어서는 곳은 5리와 8리뿐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할복과 세척작업을 모두 냇가에서 했기 때문에 덕장은 대부분의 송천 주변에 자리했다. 그러나 덕장에서 건조작업만 이루어지는 요즘에는 냇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로 들어선 황태덕장도 여러 곳이다.

횡계 읍내에서 용평리조트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한 삼신황태(033-335-5041, www.d-ht.co.kr)를 찾았다. 평안도 출신의 실향민이라는 주인 유성준(82)씨는 처음에 황태덕장의 일꾼과 관리인을 하다가 30여년 전부터 직접 황태덕장을 운영하는 화주(황태의 주인)겸 덕주(덕장 주인)이다. 하지만 “돈은 많이 들고 이문은 적어서” 전체 덕장의 30% 가량만 직영하고 나머지는 주문진의 화주에게 빌려준다고 했다.

명태 값은 오르는데 황태 값은 떨어져

“명태 값은 해마다 오르는데 황태 값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떨어져요. 아시다시피 지방태는 구경하기도 어려울 만큼 귀해졌고, 우리나라 배가 직접 원양에 나가서 잡아오는 양도 적은데다 수입 쿼터까지 줄어들어 원양태 값이 점차 비싸지고요. 거기에다 지금은 횡계나 용대리에서 덕장을 하던 사람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직접 황태덕장을 운영합니다. 중국은 인건비가 엄청나게 싸잖아요. 몇 해 전에는 러시아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덕장 만드는 방법을 보고 갔습니다. 동태만 팔게 아니라 직접 황태를 만들어 팔겠다는 생각인가 봐요. 그렇게 해서 값싼 황태가 수입되니 해가 갈수록 이 일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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