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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비용, 두 배로 늘어난다!

한국 부담 11조 이상, 미국은 3조 미만

미군기지 이전비용, 두 배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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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조~6조원이면 족하다고 했다. 그것도 반환되는 땅을 팔면 대부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기지와 의정부 2사단 등을 평택으로 옮겨 통합하는 주한미군기지 재배치사업.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정부가 이제껏 설명해온 금액에는 많은 부분이 빠져 있다. 기지가 옮겨가는 지역과떠나는 지역에 대한 지원금, 관련 개발계획,각종 부담금 면제액에 이르기까지, 주한미군 재배치사업으로 한국이 지게 될 부담이 모두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최초 정밀분석.
미군기지 이전비용, 두 배로 늘어난다!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확장으로 25만평이 수용될 예정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마을 입구.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깃발이 걸려 있다. 멀리 미군기지 시설물이 보인다.

“민주노동당에서 용산기지 이전에 10조원이 들어간다고 했더군요. 한국군 사단 하나 옮기는 데 1500억원이 들어갑니다. 용산기지에 2사단, LPP(연합토지관리계획) 적용대상 기지까지 다 합쳐도 6조원 넘기 힘들 겁니다. 그 정도만 해도 미군은 (넘친다고 생각해) 표정관리하기 바빠요. 어떻게 10조원이 듭니까.”

2004년 여름 국방부의 미군기지 이전업무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2003년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논란의 도마에 오르면서부터 이전 비용과 관련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갖가지 수치가 난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앞서 2003년 7월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용산기지 이전에 50억달러, 2사단 이전에 100억달러가 들어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은 우리나라 국방예산 17조4200억원과 맞먹는 1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외에도 이전비용과 관련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나 미국측 관련 자료가 나올 때마다 주요 이슈가 되어 언론과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한미 양국이 미군기지 이전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추정수치가 외부에서 제기되면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은 매번 단호하게 부인했다.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용산기지와 2사단, LPP를 포함해도 5조~6조원이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었다.

특히 지난해 가을 양국 합의가 이뤄지고 합의 내용을 담은 포괄협정문(UA) 및 LPP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방부는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전비용은 용산 3조9571억원, LPP 9337억원, 2사단 5795억원으로 총 5조4703억원 규모”라고 못박았다. 새로 기지에 편입될 부지 매입비용과 용산기지 대체시설 건설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으로 차입금 이자를 합쳐도 6조4000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그간 국방부측이 제시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전비용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2005년 봄에 들어서자 워싱턴의 미국측 관계자들로부터 묘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미 안보 당국간 협의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기지 재배치 문제를 거론하며 ‘10조원도 넘게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미국측 입장을 충분히 배려했다. 미국도 (다른 사안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해달라’는 논리를 구사한다”는 내용이었다.



‘10조원도 넘게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워싱턴 소식통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뭔가 오차가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기지 이전비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는 10조원이 들어가는데 국회에는 5조~6조원이 들어간다고 허위보고라도 했다는 것일까. 주한미군 기지이전에는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 미국은 또 얼마나 부담하는 것일까.

꼼꼼히 따져보면 답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요예산안은, 기지를 건설할 땅을 사고 시설을 짓는 데 드는 돈만을 계산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지이전과 관련해 한국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즉 새로 기지가 옮겨가는 지역의 주민과 기지가 빠져나오는 지역의 주민을 위로하거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부담할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비용이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요예산안에 버금갈 정도로 큰 규모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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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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