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호

미군기지 이전비용, 두 배로 늘어난다!

한국 부담 11조 이상, 미국은 3조 미만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5-07-28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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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조~6조원이면 족하다고 했다. 그것도 반환되는 땅을 팔면 대부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기지와 의정부 2사단 등을 평택으로 옮겨 통합하는 주한미군기지 재배치사업.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정부가 이제껏 설명해온 금액에는 많은 부분이 빠져 있다. 기지가 옮겨가는 지역과떠나는 지역에 대한 지원금, 관련 개발계획,각종 부담금 면제액에 이르기까지, 주한미군 재배치사업으로 한국이 지게 될 부담이 모두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최초 정밀분석.
    미군기지 이전비용, 두 배로 늘어난다!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확장으로 25만평이 수용될 예정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마을 입구.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깃발이 걸려 있다. 멀리 미군기지 시설물이 보인다.

    “민주노동당에서 용산기지 이전에 10조원이 들어간다고 했더군요. 한국군 사단 하나 옮기는 데 1500억원이 들어갑니다. 용산기지에 2사단, LPP(연합토지관리계획) 적용대상 기지까지 다 합쳐도 6조원 넘기 힘들 겁니다. 그 정도만 해도 미군은 (넘친다고 생각해) 표정관리하기 바빠요. 어떻게 10조원이 듭니까.”

    2004년 여름 국방부의 미군기지 이전업무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2003년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논란의 도마에 오르면서부터 이전 비용과 관련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갖가지 수치가 난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앞서 2003년 7월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용산기지 이전에 50억달러, 2사단 이전에 100억달러가 들어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은 우리나라 국방예산 17조4200억원과 맞먹는 1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외에도 이전비용과 관련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나 미국측 관련 자료가 나올 때마다 주요 이슈가 되어 언론과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한미 양국이 미군기지 이전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추정수치가 외부에서 제기되면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은 매번 단호하게 부인했다.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용산기지와 2사단, LPP를 포함해도 5조~6조원이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었다.

    특히 지난해 가을 양국 합의가 이뤄지고 합의 내용을 담은 포괄협정문(UA) 및 LPP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방부는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전비용은 용산 3조9571억원, LPP 9337억원, 2사단 5795억원으로 총 5조4703억원 규모”라고 못박았다. 새로 기지에 편입될 부지 매입비용과 용산기지 대체시설 건설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으로 차입금 이자를 합쳐도 6조4000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그간 국방부측이 제시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전비용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2005년 봄에 들어서자 워싱턴의 미국측 관계자들로부터 묘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미 안보 당국간 협의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기지 재배치 문제를 거론하며 ‘10조원도 넘게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미국측 입장을 충분히 배려했다. 미국도 (다른 사안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해달라’는 논리를 구사한다”는 내용이었다.



    ‘10조원도 넘게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워싱턴 소식통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뭔가 오차가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기지 이전비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는 10조원이 들어가는데 국회에는 5조~6조원이 들어간다고 허위보고라도 했다는 것일까. 주한미군 기지이전에는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 미국은 또 얼마나 부담하는 것일까.

    꼼꼼히 따져보면 답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요예산안은, 기지를 건설할 땅을 사고 시설을 짓는 데 드는 돈만을 계산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지이전과 관련해 한국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즉 새로 기지가 옮겨가는 지역의 주민과 기지가 빠져나오는 지역의 주민을 위로하거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부담할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비용이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요예산안에 버금갈 정도로 큰 규모라는 사실이다.

    공론화되지 않은 부담

    우선 기지가 옮겨가는 지역의 주민을 위해 투입되는 재정을 확인해보자. 먼저 살펴볼 것은 지난해 12월8일 국회를 통과해 4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주한미군 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평택지원특별법)이다. ‘기지가 이전되는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며 이전지역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률은 총 39개 조항과 시행령에 다양한 지원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선 기지이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팽성읍 등 편입지역 주민을 위한 이주정착 지원금, 생활안정 지원금, 상업용지 분양, 농지대토 등의 이주대책사업이 있다. 범위를 넓히면 기지이전으로 불편을 감수하게 될 평택 주민을 위한 지역개발계획 수립, 국제화계획지구 개발, 교육재정지원 특례, 지자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인상, 평택항 투자확대 등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사업도 명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금액이 ‘딱 떨어지는’ 항목만 살펴보면 지자체에 지원하는 이주민 관련 특별지원금에 300억원, 교육재정 지원에 총 497억원, 국고보조금 인상 지원에 1년에 약 100억원씩 총 1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법안을 낸 국방부측은 이러한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투입될 예산이 얼마인지 법률안 통과과정에서 국회에 예상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국회 국방위원회의 법률안 검토보고서는 이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국방부 미군기지이전추진단의 강수명 단장은 “지금도 구체적으로 얼마나 들어갈지 계산해두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늠해볼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평택지역 지원에 관해 국회에 상정된 법률안은 하나가 아니었다. 국방부가 제출한 법안과 2004년 11월 정장선 의원 등 20여 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 함께 검토되다가 최종적으로 국방부 법안이 통과됐다. 정장선 의원이 제출한 법률안은 총 94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두 법안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재의 평택지원특별법도 예산 소요 소요액이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평택지역을 지원하는 사업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또 다른 키워드는 특별법에 의해 수립되는 ‘지역개발계획’. 이에 따라 지난 6월 경기도가 수립한 ‘평택시 장기종합발전계획’은 교육·연구단지 건설, 첨단농업시범단지 개발, 평택호 관광지 개발, 기지 주변지역 지원 등 4개 특별지원사업군에 총 14조1313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국비가 3조7860억원이고, 나머지는 도비와 시비, 기타 민간부문에서 조달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사업은 ‘계획서’상의 것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평택시측은 “오는 9월 행정자치부 등의 검토를 통해 구체적인 국비 지원방안이 확정되겠지만, 특별법에 근거를 둔 사업인 만큼 대다수가 이상 없이 추진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측은 “이들 사업의 상당부분은 미군기지 이전과 상관없이 이전부터 계획돼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계획과는 무관하게 새로 지원하도록 규정된 총 1조4374억원 규모의 ‘특별지원사업비’는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부담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특별지원사업비’ 1조4374억원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지이전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을 받도록 되어 있는 지역이 평택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수십년간 미군기지가 있던 지역에 대한 지원 내용을 담은 법률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들 지역 또한 기지이전으로 미군이 빠져나가면 공동화 현상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총대를 멘 것은 미군기지가 떠나는 지역(이른바 ‘반환공여지역’)의 국회의원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는 7월 중순 현재 이와 관련해 세 개의 법률안이 올라와 있다. 문희상 의원(경기 의정부 갑)이 대표발의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안’, 이재창 의원(경기 파주)이 대표발의한 ‘주한미군 기지이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김병호 의원(부산 부산진갑)이 대표발의한 ‘주한미군 이전에 따른 반환공여지역 발전을 위한 특별법안’이 그것이다. 기지가 떠나는 것으로 확정된 지역의 의원들은 공동발의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법률안에 첨부된 예산소요 규모도 만만치 않다. 모두 ‘해당지역 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해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세부 내역에 따라 예상 소요예산 규모가 다르다. 문희상 의원안은 향후 10년간 총 2조4207억원, 이재창 의원안은 2796억원, 김병호 의원안은 2015년까지 8조57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2005년 2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수석전문위원 ‘특별법안 검토보고서’ 참조).

    이 가운데 어느 안이 채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채택된다 해도 각 법안의 항목끼리 통합·조정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든 일단 법안이 통과되면 반환공여지역 지원을 위해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재정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 특히 이 법의 경우 평택지원특별법에 비해 대상지역의 수가 많고(36개 기지 7개 훈련장) 전국에 흩어져 있어, 평택지원특별법과 평택종합발전계획보다 더 큰 재정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직접 돈이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세입(稅入)이 줄어들어 사실상 부담이 발생하는 부분도 있다. 평택지원특별법은 주한미군 시설사업이나 평택시 개발사업의 시행자에게 각종 개발부담금이나 농지·대체초지 조성비와 공유수면 점·사용료 등의 부담금을 면제 혹은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반환공여지역 지원 특별법안 세 건 모두 비슷한 내용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총 면제세입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추산하기 어렵지만 특별법의 유효기간이 10년임을 감안하면 적잖은 금액이 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토지 매입비용이나 건설비용 등 정부가 선을 그어놓은 항목에서도 추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선 지적할 것은 이전예정지역 주변의 땅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지이전 소식이 구체화될 무렵부터 땅값이 뛰기 시작해 현재 4~5배까지 오른 상태다. 국방부는 이미 6월10일 전문감정기관을 동원해 산출한 보상가격을 주민에게 통보한 상황이지만, 주민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보상가격을 올려 설득하는 방안을 택할 공산이 크다.

    현재 책정된 보상가는 토지의 경우 평당 15만원, 건물은 평균 세대당 2500만원가량이지만, 먼 곳으로 이주하기를 꺼리는 주민이 이 정도 가격으로 주변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땅은 이미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급적 강제수용을 피하고 협의매수를 통해 토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인 만큼 주변지역 시세와 보상가격을 비교하는 주민의 정서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조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산정된 토지매입비는 시설 건설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현재 정부가 설정한 건설비 4조4599억원은 2004년 여름 이전협상 과정에서 미군측이 민간기업에 용역을 줘 작성, 제시한 IMP(Initial Master Plan)에 따른 것이다. IMP란 시설을 사용할 인원은 몇 명이고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등의 정보를 규정에 따라 대략적으로 나열한 일종의 자료모음집(Fact Sheet). 여기에 감가상각 등을 반영해 추산한 것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건설비용이다.

    따라서 이 금액 역시 가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MP가 올 연말 완성된 다음에야 비교적 정확한 비용과 소요시간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방부 미군기지이전추진단은 “MP는 시설 사용자인 미국측이 7월 중으로 업체를 선정해 작성에 들어갈 계획으로, 우리측은 최초·중간·최종단계 세 차례에 걸쳐 검토할 예정”이라며 “IMP를 바탕으로 산정한 비용보다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환부지 전부 팔아도 심각한 적자

    미군기지 이전비용, 두 배로 늘어난다!
    정부의 여러 부처가 얽혀 있는 예산구조 때문에 이들 비용 가운데는 일부 중복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상에서 살펴본 내역을 종합해보면 ‘10조원도 더 드는 사업’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미 계산돼 있는 토지매입 및 건설비 5조4700억원에 차입이자 9000억원, 평택지역 지원법 관련 부담과 종합계획 특별지원금이 합쳐서 2조3000억원 이상, 여기에 동두천 등 반환공여지역 지원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 역시 평택 지원법 및 발전계획에 준한다고 보면, 부담금 감면금액의 기회비용을 빼고도 총 금액은 11조원을 가볍게 넘어선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금액이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의 최소치라는 점이다. 건설비용과 토지매입비용이 늘어나거나, 행정자치부 등이 신규공여 지역과 반환공여 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종합개발계획 내용 그대로 추인하는 경우 부담은 11조원을 훨씬 넘어설 수도 있다.

    주한미군 이전예산과 관련해 정부는 주한미군기지이전특별회계를 만들어 세입과 세출을 정부 일반회계와 별도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반환대상 부지를 매각해 마련하기로 되어 있는 예상세입은 대략 6조3223억원인 반면, 이 특별회계 지출 항목으로 규정되어 있는 부지매입과 건설비, 차입금 이자 등만 따져도 6조3880억원에 달해 예상 세입보다 657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군이 떠난 용산기지 자리를 공원화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방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특별회계의 세입이 정부 기대처럼 순조롭게 확보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입이 세출보다 적으면 부족한 부분은 고스란히 일반회계에서 갖다 메워야 한다.

    또한 평택시종합개발계획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지역 지원자금, 동두천 등 반환공여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에 필요한 돈은 특별회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부담 가운데 중앙정부 지출부분은 사업별로 교육재정, 건설재정 등 해당 사업과 관련된 각 중앙정부 일반회계에서 지출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돌려받는 땅을 높은 값에 팔아치운다 해도 예상되는 최소부담의 60% 이상은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머지 40%는 고스란히 국민세금이나 그에 준하는 공공부문 자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 기지가 옮겨감에 따라 그동안 살아온 터전을 잃게 된 이주민이나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충분한 보상대책과 지역발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미군기지로 인해 불편을 겪어온 반환지역 주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이 충분히 만족해할 만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그 금액의 많고 적음을 논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국민에게 어느 정도의 부담을 주는 지에 대해 한번도 총체적인 접근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살펴본 이전비용 관련 논란은 토지매입이나 건설비, 시설구축비용 등 직접적인 부분에만 한정되었을 뿐, 간접적인 항목까지 포함하는 내용은 공론화된 적이 없다. 정부 내부에서 이러한 총부담 비용을 산출해두었음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적은 없다.

    정부의 부실 설명, 국회의 직무유기

    이러한 한계는 근본적으로 주한미군 기지이전이 실제로 얼마나 큰 규모의 사업인지, 과연 우리가 그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기지이전을 수용해야 하는지 검토할 기회를 국민에게서 빼앗았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또한 2003년부터 진행된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LPP 협상과정에서 총부담 비용을 근거로 미국측에 우리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전술이 가능했겠지만, 실제로 협상팀이 이러한 협상전술을 구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동아’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로부터 입수한 미국 정부의 자료는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2005년 5월9일 미 ‘해외주둔위원회(Overseas Basing Commission)’가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기지이전과 관련해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26억달러(2조7000억원 내외) 규모다. 한국이 부지매입과 건설에 쓰는 돈만 5조4000억원, 간접부담까지 합치면 11조원이 넘는 부담을 진다는 사실이나, 이번 기지이전에 어느 쪽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됐는지 생각해볼 때 의미심장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와 총리실은 이렇듯 ‘입체적인 비교가 가능한’ 자료를 공개한 적이 없다. 국회도 관련 법률 심의나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정부 부처에 이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각각의 사안이 모두 별건으로 처리되어 국회를 통과했거나 심의 중이라는 점에서 법률적인 문제는 없겠지만,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고전적인 원칙을 회피했다는 도의적 책임까지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니, 사실은 11조원도 더 든단 말이야, 미국은 3조원도 안 드는데?’라며 국민들이 느낄 당혹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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