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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재구성’, 이인제 의원 수뢰사건의 경우

오만과 편견의 덫에 걸린 ‘거물급 유죄 만들기’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수사의 재구성’, 이인제 의원 수뢰사건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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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라 할 수 있는 김씨의 진술부터 명확하지 않다. 목격자는 물론 없다. 그는 2004년 2월18일 연행된 뒤 최초로 한 검찰 진술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아 혼자서 다 썼다”고 했다가 “5억원을 받아 혼자서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같은 날 밤 최종 진술에서는 “한나라당에서 모두 5억원을 받았고, 이중 2억5000만원을 이 의원 부인에게 전달했으며, 나머지 2억5000만원은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썼다”고 다시 한 번 말을 뒤집었다. 그러나 검찰은 최종 진술에 근거해 조서를 작성하면서 김씨가 진술을 번복한 사실과 그 경위에 대해선 기재하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이 이 의원 부인에게 돈 상자를 건넨 정확한 날짜는 물론, 돈 전달 사실을 이 의원 본인에게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일시도 진술하지 못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닌데도 해당 일시를 특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변호인이 금융거래내역 조회 신청

검찰은 뇌물범죄 수사에서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계좌추적에도 등한했다. 검찰은 김씨가 한나라당으로부터 5억원을 받았고 그중 일부를 은행 대출금 변제에 사용했다고 털어놓았는데도 그와 그의 가족 및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이번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려면 금융거래내역부터 살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계좌추적을 하지 않았으며, 그의 가족 및 주변인물에 대한 계좌추적은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서 하지 않았다”는 군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의원의 변호인들은 검찰이 당연히 계좌추적을 해놓고도 내용을 감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표했다.

김씨가 한나라당에서 받은 5억원 중 2억5000만원을 개인 채무(은행 대출금)를 갚는 데 사용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는 김씨의 자백에 의한 것으로, 검찰수사에서도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씨가 실제로 변제한 금액은 3억5000만원이다. 즉 1억원의 차액이 생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김씨는 “부족한 1억원은 내가 차명으로 관리 중인 계좌에 있던 별도의 돈을 인출해 충당했다”고 검찰조사에서 답했다.

반면 이 의원의 변호인들은 법원에 김씨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금융거래내역 조회를 신청해 김씨가 말한 차명계좌라는 것이 사실은 자신 명의의 실명계좌라는 것을 새롭게 알아냈다. 게다가 그 계좌의 잔액은 700만원도 안 돼 1억원 인출은 불가능했다. 즉 이 의원의 변호인들은 김씨의 ‘차명계좌 발언’이 허위진술임을 밝혀낸 것이다.

‘1억원 인출’에 대한 의문이 생기자 김씨는 2004년 7월14일 검찰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한다. 2001년 1월 자신이 개인사업 관계로 거래하던 업자에게서 3억원짜리 수표를 받은 일이 있는데, 그 수표를 자신 명의의 계좌에 입금해 ‘자금세탁’한 다음 차명계좌에 입금했고, 그 돈 가운데 1억원을 인출해 채무 변제에 보탰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거래내역 조회 결과 이 진술 또한 허위임이 드러났다. 김씨의 실명계좌에 입금됐던 3억원 수표는 이미 2001년 1∼2월에 2억7330만원이 인출됐고, 그 자금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차명계좌로 들어간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차명계좌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미 2004년 3월 김씨의 차명계좌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그의 실명계좌에 입금돼 있던 3억원 수표의 번호와 발행한 은행지점까지 확인해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보고 및 자료를 수사기록에서 누락했다. 검찰의 해명은 “시간적 제약 때문에 미처 수사기록에 편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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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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