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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재구성’, 이인제 의원 수뢰사건의 경우

오만과 편견의 덫에 걸린 ‘거물급 유죄 만들기’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수사의 재구성’, 이인제 의원 수뢰사건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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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허위진술

검찰은 김씨가 이 의원 부인에게 전달했다는 2억5000만원의 행방을 좇기 위한 계좌추적, 즉 이 의원 본인과 그의 부인, 주변 인물들의 금융거래내역 조회도 하지 않았다. 김씨의 예에서 보듯, 2억5000만원이란 거액이 어떤 형태로든 이 의원측에 건네졌다면 그 어떤 ‘흔적’을 남길 수도 있음을 검찰은 간과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김씨와 그가 직접 돈 상자를 건넸다는 이 의원 부인과의 대질신문도 하지 않았다. 이 의원 부인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완강히 부인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김씨는 당초 검찰조사에서 “나와 이 의원, 그리고 이 의원 부인을 대질하면 그들이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2004년 7월9일에 실시된 1심 법원의 현장검증에서도 이 의원 집에서 그의 부인과 대면한 김씨는 고개만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법정에서 이뤄진 이 의원의 직접신문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때 이 의원의 최측근에서 그를 보좌하던 김씨로서는 막상 그들의 면전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양측간 법정 다툼이 첨예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검찰의 이 같은 해석은 지나치게 ‘느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한 피의사실도 공표했다. 2004년 2월21일,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기자들에게 “이인제 의원 사건은 전형적인 정치자금법 위반 사례”이며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 이 의원의 소환이 이뤄지지 못해 그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유죄로 단정한 것이다.



이밖에도 김씨가 이 의원 집으로 돈 상자를 들고 찾아가 전달하는 과정의 정황, 김씨가 이 의원 부인에게 돈 상자를 건넸다는 사실을 그 이틀 뒤 이 의원 본인에게 직접 확인했다는 정황 등 몇몇 사실관계에 대해선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려 여기서는 언급을 생략한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전세(戰勢)가 이 의원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지게 된 계기는 김씨가 한나라당에서 받았다는 5억원의 용처(用處)를 이 의원 변호인들이 추적하는 데서 시작됐다.

변호인들은 김씨가 5억원을 받은 이후에 개인적으로 획득한 가용자금이 개인사업 관계로 얻은 1억8000만원 정도인데, 그가 같은 시기에 취득한 재산은 골프장 회원권, 농지(農地) 등으로 그 대금총액이 2억8000만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가용자금과 취득재산가액 사이에 1억원 가까운 차이가 있었던 것.

이처럼 차액이 생긴 경위에 의심을 품은 변호인들은 김씨가 한나라당에서 받은 5억원 중 2억5000만원이 이미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됐고, 여기에 그 출처가 불분명하면서도 같이 채무 변제에 쓰인 1억원 역시 한나라당에서 받은 돈의 일부라면(합계 3억5000만원), 그 나머지인 1억5000만원은 앞서 언급한 김씨의 재산취득 목적으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들의 주장처럼 김씨가 한나라당에서 받은 5억원 중 3억5000만원을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고, 나머지 1억5000만원을 분산·은닉했다면 발견되기 어려운 계좌를 이용할 것이지 굳이 금융거래내역 조회를 하면 금세 드러나는 자신의 아버지, 장모, 딸, 아들의 계좌를 이용할 필요가 있겠냐며 변호인들의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뒤늦게 드러난 ‘9600만원’ 미스터리

하지만 항소심에 이르러 김씨가 보유 중인 현금 9600만원의 존재가 금융거래내역 조회 결과 새롭게 드러나 법정 다툼의 분위기는 반전된다. 김씨가 한나라당으로부터 5억원을 받은 며칠 뒤로 추정되는 2002년 12월16일 신규 개설한 은행 계좌에 입금한 현금 9600만원 중 2600만원은 앞서 언급된 골프장 회원권의 계약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김씨는 이 계약금이 문제의 현금 9600만원 중 일부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이리저리 말을 둘러대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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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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