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6월12일, 지방화 정책의 일환으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노 대통령의 ‘대구 구상’이 발표된 이후 2년여 만에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 회의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해당 부처로서는 ‘어려운 숙제를 마침내 풀어낸 기분’이 들 법도 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본사 인력 3만2000명과 그 몇 배에 이르는 가족, 연관산업 종사자들을 포함해 90만명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사업의 핵심은 ‘이전 대상지 선정’에 있었다. 균발위 한 간부는 “176개 공공기관을 12개 시·도로 나눌 때 발생하는 경우의 수를 상상해보라”고 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비수도권 시민에게 큰 관심사안이므로, 비수도권 지역 신문 기자인 필자는 지난 2년여간 성경륭 균발위 위원장 등 이 사업의 핵심 관계자들을 상대로 밀도 높은 취재를 벌여왔다. 이전 대상지 선정과 발표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당초 공공기관 지방이전지 발표는 2003년 12월에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다섯 차례나 연기돼 2005년 6월 발표하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시 등 수도권, 공공기관 노조,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을 유치한 지방 자치단체의 반발은 예상보다 약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6월24일 당일에도 국무총리실에서 “또 연기된다”는 말이 돌았다. 확인 결과, 통일교육원을 빼는 문제를 놓고 빚어진 혼선이 확대해석된 것이었다. 실제로 그간의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를 보면 이전기관이 177개로 돼 있는 경우도 많다.
“양치기 소년이 돼 있었다”
공공기관 지방 분산배치 방안 발표는 거듭 미뤄졌지만, 균발위와 건교부가 자의적으로 연기한 것은 처음 한 차례뿐이다. 나머지는 탄핵 등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다. 균발위 한동환 비서실장은 “우리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친 적도 없는데 양치기 소년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이나 끌면서 수차례 발표 연기의 과정을 거친 것이 오히려 수도권 지자체, 노조 등 이전 반대론자들의 진을 빼 후폭풍을 그나마 약하게 한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고용효과도 창출할 수 있는 대형 공공기관 유치를 놓고 각 시·도의 경쟁은 치열했다. 더구나 지방선거가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와 시도지사들은 사력을 다했다. 이들은 틈나는 대로 청와대로, 균발위로, 건교부로 뛰어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