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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이전 막전막후

“청와대 실세 수석들, ‘빅4 내고향 유치’ 총력전 ‘한전 광주행’ 일찌감치 내정, 눈치보며 규모 축소”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공공기관 지방이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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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전 대상지를 공정하게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시도지사들 중 그 말만 믿고 “알아서 잘 보내주겠지” 하며 손놓은 사람은 없었다. 특히 시도지사들은 청와대 등 여권에 몸담고 있는 동향 출신 실세에게 매달렸다. 여당 소속 단체장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도 일제히 줄을 찾아 움직였다.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또는 대통령 보좌관급이 최우선 로비 대상이었다. 균발위와 건교부의 고위직도 비슷한 비중이었고, 그 다음이 열린우리당 지도부, 국회 건설교통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순이었다.

청와대의 경우 부산 출신인 문재인 민정수석과 대구가 고향인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이 각각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은 성경륭 균발위 위원장이 원주에서 대학교수 생활을 한 점에 기대를 걸었다. 호남지역 단체장들은 동향인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김완기 현 인사수석에게 상황이 변할 때마다 ‘SOS’를 타전했다.

동향 출신 수석비서관급이 없는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비교적 역량이 있는 1~2급 비서관에게 “고향을 위해 힘을 써달라”고 매달렸다. 3~4급 행정관에게까지 줄을 대는 단체장도 있었다.

청와대 실세 인사들이 주로 부탁받은 것은 한전 유치. 그것이 어려우면 ‘빅4’ 가운데 한 개 기관 유치였다. 어차피 각 시·도에 공공기관을 배치함에 있어 수적으로 형평을 맞추기로 했으므로 유치할 공공기관의 ‘덩치’가 문제였다.

‘빅4’란 본사 임직원수 1125명, 연간 매출액 23조6608억원의 한전을 필두로 한국도로공사(695명·2조4380억원), 한국토지공사(796명·4조2000억원), 대한주택공사(1459명·3조940억원) 등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초대형 공공기관을 의미한다. 빅4의 뒤를 한국가스공사가 잇는다.



영남 출신 모 수석은 해당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사석에서 “어떻게 돼갑니까, 우리 지역에 어떤 기관이 옵니까” 하고 물을 때마다 “걱정하지 마쇼. 빅4 가운데 하나는 오지 않겠습니까” 하고 장담했다. 그의 참모는 “나중에 우리 수석님이 유력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소개해달라”며 은근히 부각시키기도 했다.

한 유력 언론이 “대구엔 (규모가 영세한) 광업공사가 온다”고 보도하자 청와대 주변에선 “그런 안이 실제로 검토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인적 구도로 보아 보도내용이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추병직보다는 성경륭에게“

청와대 실세 인사들의 ‘청탁 루트’는 대체로 건설교통부는 아니었다. 이들은 동향 단체장들에게서 받은 청탁을 균발위 성경륭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칼의 노래’ 외에 탐독한 또 다른 책은 ‘이제는 지역이다’였다. 이 책은 균발위가 발행한 것이다. 행정도시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노 대통령식 개혁의 핵심인데, 후자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만든 기구가 균발위다. ‘위원회’ 조직임에도 연간 5조원의 예산집행권을 줬다. 대통령은 성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고, 청와대 실세 인사들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청와대와 균발위는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따로 만날 경우엔 오해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주로 청와대 실세가 전화로 설명하고 부탁하는 식이었다.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혁신과제 회의’처럼 대통령 자문위원회 위원장들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각료들이 함께 참석하는 회의나 모임은 좋은 기회가 됐다. 청와대 실세 인사들이 성 위원장, 추병직 건교부 장관 등과 귀엣말을 나누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었다.

“청와대 실세 인사들은 단체장의 부탁을 받아 민원을 전달하긴 해도 구체적인 배치안을 짜는 데 적극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필자가 만난 정부 간부들은 증언한다. 공공기관 지방 분산배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데다, 너도나도 유력 공공기관 유치를 고집할 경우 만사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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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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