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3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연천 GP 총기난사사건 관련 수사결과 발표 도중 수사관이 현장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GP 벙커의 내무반 면적은 20여 명의 소대원이 숙식을 하기에는 턱없이 좁아 보였다. 일반 후방의 내무반이 1인당 1.5평인 데 비해 GP의 내무반은 0.5평에 불과했다. 생존 병사들은 “한 사람이 편안히 누울 자리도 모자라 잠을 잘 때는 모로 비스듬히 누워서 자는, 소위 ‘칼잠’을 자야 했다”고 말했다.
GP 내무반은 곳곳에 누수와 습기의 흔적이 보였고, 조명기구도 매우 열악했다. 그나마 전기공급도 원활해 보이지 않았다. 사건 조사과정에서도 확인됐지만 열악한 전기시설로 인해 내무반의 전기는 자주 차단됐고, 이로 인해 심지어 외부 감시소초와 상황실의 인터폰 연결이 끊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혈기왕성한 20대 젊은이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20여 명이 이 좁은 공간에서 수개월 동안 생활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지금도 다른 수많은 GP에서는 똑같은 풍경이 계속되고 있을 것 아닌가. 특히 GP로 통하는 ‘통문’이 잠기면 이곳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섬이나 다름없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도 후방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로지 몇 가지 보급품과 총기, 그리고 동료들에 의지해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곳이다.
젊은 장병들이 왜 이러한 ‘고립무원의 섬’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적의 공격과 위협에 대한 불안 속에 생활해야 하는 것일까.
‘보다 본질적인 처방’
총기사건 발생 이후 일각에서는 군의 기강 해이가 사건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철책선 절단사건, 북한 병사 월남사건에 이어 이 사건 역시 최전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 군의 기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전방은 후방과 달리 북한군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GP는 적의 유효사격거리 안에 있어 언제 총격전이 발생할지 모르는 현실적인 위협이 상존한다. 따라서 어느 곳보다 철통같이 방어하고 안보태세를 유지해야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러한 최전방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군의 기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이 사건의 또 다른 원인으로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이해부족과 군의 미흡한 인성교육을 지목하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인 생활방식에 익숙한 신세대 장병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이 군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의 기반을 이루는 20대 초반의 신세대 장병들은 대부분 소가족 환경에서 자란, 자기 중심적인 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이런 장병들에게 기존의 획일적인 군 문화에 무조건 적응하라고 요구하면 ‘문화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국민의 생활여건은 21세기 최첨단을 향하고 있는데, 장병들에게 20세기 사고방식을 강요한다면 과연 아무런 반감 없이 적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