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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장 르포

김일성 聖地’에서도 달러벌이 열중, 北 인민들도 버는 만큼 가져간다

  • 신석호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기자 kyle@donga.com

‘7·1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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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장 르포

북한에서 ‘성지’로 불리는 만경대 고 김일성 주석의 생가와 인접한 곳에 수채화와 공예품을 파는 상점이 생겨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02년 7월 첫 방문과 동시에 ‘7·1조치’가 시작됐다. 그해 10월 두 번째 평양을 여행하는 기간에는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 미국 대표단 일행이 평양을 방문했고 미국과 북한의 핵 갈등이 시작됐다.

2003년 3월 세 번째 방문은 미국과 이라크의 갈등이 전쟁으로 폭발한 직후였다. 2004년 3월 네 번째 방문을 끝으로 북한은 외부와의 문을 닫아걸었다. 이번 방북은 그로부터 1년4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일하 목사가 150여 명의 대규모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에 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반드시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행사가 치러진 직후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됐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곧 복귀할 것이라는 정치적 전망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1년 넘게 문을 닫아건 북한 내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궁금했다. 북한 경제 전문기자로서 2002년 7·1 조치를 단행한 지 만 3년이 되는 북한 경제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평양 시민의 패션 감각

이 목사와 방북하면 대체로 지난번에 방문한 곳을 다시 들른다.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이 지원하는 평양 구빈리 협동농장은 방북 때마다 찾아갔기 때문에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이다. 물론 “다섯 번이나 북한에 가서 뭐 그리 볼 게 있으며, 다시 가면 전에 가보지 않은 곳엘 가야지, 왜 간 곳을 또 가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자유로운 취재가 제한된 상황이므로 갔던 곳을 반복해서 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야 안내원들도 모르는 변화를 감지해낼 수 있다.



2005년 7월의 평양 거리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거리를 오가는 주민의 화려하고 다양한 옷차림이었다.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 일색이던 여성들의 외출복은 총천연색 그 자체였다. 더운 날에는 색색의 모자로, 비가 오는 날에는 색색의 장화로 멋을 냈다.

스타일도 현대적이어서 서울 명동 거리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여성들도 있었다. 칙칙한 쑥색 인민복을 주로 입던 남성들 역시 말쑥한 색색의 노타이 남방셔츠에 검정색과 남색 양복바지를 차려입었다.

처음에는 ‘혹시 북한 당국이 남측 방북단을 의식해 미리 좋은 옷을 배급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 방북단을 안내하는 북측 민화협 소속 안내원들에게도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그렇다’는 대답을 받아낼 수 없었다. 동아일보에 함께 근무하는 새터민(탈북자) 출신 주성하 기자에게 물어봐도 “외부인을 의식해 주민들에게 옷을 나눠주는 일은 없다”고 했다.

취재 결과 주민의 옷차림은 7·1조치 이후 경제개혁 3년의 결과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분홍색 원피스와 양산, 빨간색 장화 같은 것들은 지금 북한 주민 사이에서 부(富)의 상징이다.

한쪽에서는 식량이 부족해 사람이 굶어 죽는다는 보도가 나오는 마당에 돈 버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고급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련된 중국산 의류가 실시간으로 평양 거리에 나도는 것은 2002년 경제개혁 이후 확대된 대외 무역의 증가 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제개혁 3년, 이제 북한 지도부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인민 생활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분야의 생산과 소비를 끌고 나가는 주체는 국가나 공장, 기업소보다는 ‘개인’이다. 공장과 기업소가 여전히 에너지난과 자재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돈과 꾀를 가진 개인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한편 공장, 기업소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가진 개인들이 경제를 움직이면서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도 확대되고 있다. 대외의존의 급격한 증가는 북한 경제개혁 3년의 심각한 ‘후과(‘결과’의 북한식 표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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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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