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이 흘러 주인공이 황무지를 다시 찾았을 때, 그곳은 맑은 시내가 흐르고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변해 있었다. 한 사람의 작은 노력이 죽어가는 땅을 생명이 숨쉬는 공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영화를 본 지 10년이 흘렀지만, 화면에 비친 파스텔톤의 푸른 숲과 미묘한 자연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 영상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더욱 오래 가슴에 남는 건,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노인의 숭고한 정신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꺼낸 건, 한 기업이 걸어온 길이 바로 ‘나무를 심는 사람’과 닮아 있어서다. 산간 오지 황무지를 사들여 30년 동안 30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키워온 기업, 눈 앞의 이윤보다 국가 차원의 이익을 위해 ‘조림(造林) 백년대계’를 세운 회사…. SK건설 임업부문이 그 주인공이다.
SK임업(구 서해개발)은 국내 유일의 조림 기업이다(지난해 말 SK임업은 업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SK건설에 합병됐다). 이윤 창출이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1972년에 설립됐다. SK임업은 고(故) 최종현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이란 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 운영비와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림을 시작했다.
그 결과 30년 전부터 충주 인등산, 천안 방덕산, 영동 산간, 오산 일대에 일구기 시작한 임야가 지금은 4100ha(1200만평)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이르는 이곳에 조림수 40종, 조경수 80종 등 33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당장 큰 돈벌이가 되지 않는 나무 심는 일에 30년을 매달려온 것은 “나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는 최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여의도 13배 면적의 임야 일궈
지난해 12월 김영남(金榮南·58) SK건설 임업부문 사장이 ‘30년 장학 조림’ 정신을 이어갈 수장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사장은 1976년 조림학 석사학위를 받고 어린이대공원 식물원과 도봉구청에서 근무하다 1983년 SK건설에 입사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력이 말해주듯 나무에 관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인 것.
-‘임업 회사’라는 말이 퍽 생소하게 들립니다.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해온 곳이 제지회사들입니다. 이들은 과거 제지 원료용 임야를 확보해 나무를 심고 키웠죠.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예전에 일군 임야를 관리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로 육림(育林)이나 조림을 하지 않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SK건설 임업부문을 국내 유일의 조림 기업이라 불러도 무방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