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에 545명 검거한 여걸
‘스타 여성 투캅스’로 부르던 김인옥 제주경찰청장과 강순덕 경위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켜 이날 행사는 예년과 달리 조촐하게 치러졌지만, 묵묵히 현장을 뛴 황 경사의 수상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기념식이 끝난 뒤 황현주 경사를 만났다. 500여 명의 범인을 잡아들인 형사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녀린 몸매가 첫눈에 들어온다. 단아한 인상에 차분한 목소리. 부드럽고 친절하다.
그러나 그와 몇 마디를 나누며 금세 깨닫는다. 형사 업무에 대한 열정과 프로 의식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음을. “여형사에게 피해자 조사만 시킬 것이 아니라, 피의자 조사도 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가 든든해 보인다.
황 경사는 대학을 졸업하던 1995년 경찰에 입문했다. 제복이 멋있어 보여 경찰이 되고 싶었다는데, 그의 전공은 의상학이다. 그러나 황 경사가 경찰관이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가족이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참된 경찰관으로 살아온 아버지,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오빠는 그가 여형사로 성장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또한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멋진 여경 선배가 그의 롤 모델이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스타’보다 여성청소년계 분야에서 제몫을 하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가 더 주목받는 것은 2002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http://my.dreamwiz. com/pinepol)에 써온 일기 덕분이다. 일명 ‘여형사의 일기’라고 하는 그의 글이 누리꾼(네티즌)에게 알려지면서 홈페이지 방문객이 급증했다.
2년 전 배우 하지원이 열연한 TV 드라마 ‘다모’에 열광했는가. 그러나 황 경사가 쓴 ‘여형사의 일기’는 리얼리티에서 우러나는 더 큰 감동이 있다. ‘다모’의 주인공 채옥이 겪는 비극적 로맨스나 공중을 가르는 무협 액션은 없지만, 노래방 단속에 나섰다가 도우미로 오해받고 용의자의 자살에 고통스러워하는 여형사의 생생한 체험이 녹아 있다.
후배 경찰관에겐 ‘수사 참고서’, 일반인에겐 ‘인생 교과서’가 될 ‘여형사의 일기’를 들여다보자. 여형사의 땀, 고뇌, 분노, 기쁨과 보람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그가 홈페이지에 올린 일기, 그리고 가슴속에 담아둔 수사비화를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