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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소설집 ‘카스테라’ 펴낸 문단의 아웃사이더

“진짜 인생은 잘 나가다 빠진 삼천포에 있어요”

  •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사진 김성남 기자

첫 소설집 ‘카스테라’ 펴낸 문단의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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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속 주인공 같은 기발하고 유쾌한 입담은커녕 농담 한마디 듣지 못했다. 기자가 건넨 우스갯소리에도 웃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웃겼다. 꼴찌를 도맡아 하던 학창시절, 가난과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소설 쓰기를 그만두려 했던 기억,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는 치매 어머니 이야기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털어놓는다. 박민규의 소설이 ‘쿨’하다고? 아니, 누구의 작품보다 ‘핫’하다.
첫 소설집 ‘카스테라’ 펴낸 문단의 아웃사이더
소설가 박민규(朴玟奎·37)씨와 처음 이야기를 나눈 건 지난해 이맘때쯤이었다. ‘1970년대생 문화인들’을 취재하면서였다. 민족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고 1990년대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을 누린 1970년대생 문화인들이 그들만의 감성으로 2000년대 문화계의 중심축으로 우뚝 섰다는 기사였다.

200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지구영웅전설’이란 두 편의 소설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등장한 박민규씨는 1968년생이지만 등단시기 및 작품 성향에서 1970년대생 작가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경쾌한 문장과 독특한 발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권력을 통렬히 비판해 ‘80년대적 감성을 90년대적 표현기법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이야기를 건넸더니 그의 대답은 “그렇대요?”라는 한마디 ‘질문’이었다.

“전 잘 모르겠어요. 80년대 학번이지만 학생운동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회사를 다니던 1990년대에는 소설 한 편 못 읽었어요. 정말 바빴거든요. 어쨌든 사람들은 규정하기를 참 좋아해요. 하긴 그래야 나중에 시험문제도 내고 그러겠죠. 이 단락의 주제가 무엇인가, 뭐 그런 식의.”

유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비수 같은, 딱 그의 소설다운 대답이었다.



2003년, 소설가 박민규는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하 ‘삼미’) 단 두 작품으로 문학동네 작가상과 한겨레 문학상을 거머쥔 것.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 등 아메리칸 히어로들과 슈퍼맨의 ‘맥도널드’ 심부름, 원더우먼의 ‘탐폰’ 심부름을 하며 지구를 지키는 데 일조한 한국인 영웅 ‘바나나맨’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프로야구 원년 15승65패를 기록한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말고, 잡기 힘든 공을 잡지 않는다” 또는 “1할2푼5리의 승률로 살아가라”는 ‘불온한’ 인생관을 전파하는 그에게 독자는 열광했다.

엉뚱한 상상력, 마치 만화책을 읽는 듯한 능수능란하고 기발하며 경쾌한 입심,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게 하는 유머 감각….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면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들겠다”고 한 소설가 이외수의 말처럼 그의 등장은 문학계는 물론 일반 독자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의 소설뿐 아니라 록 가수나 도인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외모, ‘삼미’ 출간 후 인천 야구팬들의 영웅이 됐어도 “사실 삼미팬이 아니었다. (당시 1등이던) OB팬이었다”고 털어놓는 솔직함, 선배 문인들의 권위서린 ‘조언’에 “좆까라 마이싱이다!”고 외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각종 매체를 통해 외치는 거침없는 ‘말발’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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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사진 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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