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이(오른쪽 두 번째)는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과 가끔 어울린다. 이야기를 나누다, 휴식을 틈타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 딱 부러지는 정답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식구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너무 멀리 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한두 마디로는 어렵겠다. 공부는? 하루 일과는? 친구는? 대학은? 이 다음은?…. 하나하나가 보통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무위, ‘신동아’ 최연소 독자?
우리 아이들은 학교식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다. 짜인 일과나 교과가 없다.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을 때 한다. 그러니 관심 분야가 엄청 넓다. 또한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나이 제한이 없다. 신문과 잡지도 매우 다양하게 본다. 하나만 보던 일간신문을 올 봄부터는 두 개씩 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정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저녁이면 식구마다 자기 관심분야 기사를 스크랩하는 바람에 신문이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
잡지도 그렇다. 아들 무위(11)는 ‘신동아’ 6월호에 실린 ‘방랑주먹 방배추’를 다 읽었다. 어쩌면 무위가 신동아 최연소 독자일지 모른다. 교과서도 마음 내킬 때 공부한다. 수학을 좋아해 한번은 교과서 한 권을 보름 만에 다 풀기도 했다. 과학도 좋아해 곤충이나 자연 탐사에 관해서는 우리 식구 가운데 ‘선생님’ 수준이다. 물론 노는 것도 좋아한다. 농구랑 축구를 좋아하고 바둑은 저 나름대로 깊이 몰두하고 있다. 요 몇 달 산 바둑책만도 여러 권에다가 도서관에 가면 한두 권 더 빌린다. 컴퓨터 게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 게임 관련 책도 탐독한다.
자연이는 관심분야가 훨씬 더 넓다. 산골에 살아서인지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다. 한창 자랄 때라 몸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어도 좋아한다. 외국 영화를 좋아하고, 외국 친구를 사귀고 있다. 외국 문학이나 영화를 번역하지 않고 그 나라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한다. 대학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과연 대학이 내게 줄 수 있는 게 뭘까.’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집 손님으로 오면 이따금 물어본다.
아이들이 학교에 안 다닌 지 다섯 해. 그동안 변화가 참 많았다. 자연이는 학교 그만둔 이듬해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일찍이 의무교육의 ‘짐’에서 벗어나 자기 길을 간다. 아토피 피부도 거의 완치되어 자신감도 커졌다.
반면에 무위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무얼 하더라도 개성이 뚜렷하다. 본인이 하기 싫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구도 못 말린다. 초등학교를 마친 자연이는 부모가 뭔가를 시키면 싫어도 제법 따라준다. 그러나 무위에게는 눈치를 살펴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야성 그대로라고 할까. 그래서 우리 부부는 가끔 “아이들이 초등학교는 나와야 된다니까”하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자식 자랑을 하면 팔푼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나야말로 갈 데 없이 팔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