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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의 미래

‘사망선고’ 받은 EU 헌법, 그러나 EU 통합은 ‘…ing’

  • 안병억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유럽통합 전공) anpye@hanmail.net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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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크 대통령은 바로 EU 중기예산안과 관련, 영국이 지난 1984년부터 받아온 예산환급금을 폐지하든지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상자기사 참조). 예산환급금을 제공할 당시의 영국은 가난했지만 지금은 연간 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에 대한 영국의 의지는 단호했다. 영국은 현재 EU 예산의 42%를 차지하는 공동농업정책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연구개발, 지역개발 등 경제 살리기에 필요한 예산을 늘리지 않는 한 환급금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버텼다.

시라크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다. 공동농업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가 프랑스일 뿐만 아니라 오는 2007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이를 양보할 경우 소속 당 후보가 농민의 표를 잃을 것은 뻔하다. 선거가 없다 해도 공동농업정책을 유럽통합이 이뤄낸 가장 자랑할 만한 업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프랑스 국민의 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기도 하다.

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는 새벽까지 회담 시간을 연기하면서 양국간 합의를 성사시키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양국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프랑스가 “연대감이 부족하다”고 영국을 비판하자, 영국은 “프랑스가 헌법안 부결 이후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전술을 쓴다”고 비난했다.

양국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영국의 예산환급금은 연간 46억유로(5조5000억원)에 달해, EU 중기예산안 편성에 중요한 변수다. 이 때문에 회담은 2007~2013년 EU 중기예산안에 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EU 중기예산안에 대한 합의는 매우 시급한 현안이다. 중·동부 유럽국가가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예산을 집행할 곳이 더 많아졌다. 여기에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이 12%에 육박하는 실업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프랑스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상당수 회원국이 EU에 지불하는 예산을 줄이려는 분위기다. 서둘러 중기예산안에 합의해야 이런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

또 유럽연합의 회계연도는 매년 4월1일부터 1년간이다. 따라서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초까지 중기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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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유럽통합 전공)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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