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호

‘파크뷰 게이트’ 닮아가는 ‘행담도 사업’

의혹의 주역들은 백만장자가 된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7-29 1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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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담도 의혹이 정국의 뇌관이라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그 전모를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등장인물과 기관이 많고 ‘사실’과 ‘의혹’이 마구 뒤섞여 있다. 그러나 행담도의 본질을 간파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사업으로 누가 얼마나 이익을 보는가’를 살펴보면 되는 것이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이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 ‘행담도 사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파크뷰 게이트’ 닮아가는 ‘행담도 사업’

    행담도 사업(복합 해양레저시설 건설) 조감도.

    2005년 5월31일자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문건은 매우 유용하다. 행담도 사건의 ‘사실’만을 간추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업인 이콘(ECON INTERNATIONAL Ltd)과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 3자는 1999년 8월 행담도개발(주)을 설립했다. 지분은 이콘이 64%, 현대건설이 26%, 도공이 10%다. 이콘은 100억원을 투자했다. 도공은 땅(행담도)을 대고 도로 등을 설치하는 조건이었다.

    사업 목적은 서해대교가 지나는 바다 위의 섬 행담도에 휴게소(2000년부터 운영 중), 호텔, 해양 테마공원, 실내해수욕장, 해양수족관 등을 건설하는 것(조감도 참조). 행담도 주변 바다(공유수면) 7만4200평을 매립하는 공사도 함께 진행한다고 돼 있다. 예상 총 사업비는 5000억원이며 휴게소를 제외한 시설은 2008년 12월 완공이 목표다. 행담도 휴게소는 현재 심모씨가 운영하는 J사에서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행담도개발(주)의 지분 구조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우선 이콘은 행담도개발(주) 설립 직후인 1999년 9월22일 한국지사 격인 이케이아이(EKI·ECON KOREA INVESTMENT)를 만들어 행담도개발(주)의 지분을 이케이아이로 모두 넘겼다. 이케이아이의 지분은 물론 이콘이 100% 갖게 됐다. 2002년 이케이아이는 현대건설의 행담도개발(주) 지분 26%를 모두 인수했다. 현대건설이 행담도 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회사의 자회사인 이케이아이(지분 90%)와 도공(10%) 양자가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같은 해 이케이아이는 자사 지분 중 58%를 JJK사에 팔았다. JJK는 김재복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그의 영문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지은 것이다. JJK는 이케이아이 지분 58% 인수 대가로 이케이아이에 120억원을 지급했다. 120억원은 경남기업측이 김씨에게 제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담도개발(주) 지분 90%를 소유한 이케이아이의 지분구조는 JJK가 58%, 이콘이 42%가 됐다.



    2005년 2월 이케이아이는 8300만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이케이아이의 네덜란드 법인인 이케이아이B.V.가 발행했다. 한국 법률로는 자본금 100억대 기업이 800억이 넘는 돈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럽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유럽법의 적용을 받아 돈을 조달하려 한 것이다.

    이케이아이의 회사채 8300만달러는 2005년 2월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6000만달러)와 교원공제회(2300만달러)가 모두 사줬다. 2009년 5월6일 이케이아이가 이자를 쳐서 1억500만 달러를 정보통신부측과 교원공제회에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행담도개발(주)의 양대 주주인 이케이아이와 도공은 “행담도 개발이 실패했을 때 정보통신부측과 교원공제회에 제공해야 하는 1억500만달러는 모두 도공이 부담한다”는 양자 협약을 맺은 점이다. 행담도 개발이 성공하면 도공은 10% 지분에 상응하는 이익만 가져갈 뿐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행담도개발(주)의 자본금은 총 966억원이 됐다. 이 돈은 현재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 예상 사업비가 5000억원이므로 행담도개발(주)은 자본금 966억원을 바탕으로 또 한번 대규모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까지가 행담도 사업의 시작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게 된 사실 관계다. 지금부터는 행담도의 본질을 간파하는 작업, 즉 ‘누가 얼마나 이익을 보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결론적으로 행담도 사업을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누리게 될 3인방은 이콘사, 김재복씨, 휴게소 임차 운영자인 J사다.

    우선 심모씨가 운영하는 J사의 경우 행담도개발(주)로부터 휴게소 운영권을 따낸 것은 행운이다. 행담도 휴게소는 서해대교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명소여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J사는 행담도 휴게소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14억5000만원, 2003년 11억9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정치권 일각에선 J사가 김재복씨와 친분관계가 있어 휴게소를 운영하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행담도 개발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휴게소 운영에 특별한 영향이 없으며, 성공하면 유동인구 증가에 따라 J사의 휴게소 영업 이익은 더 늘어나게 된다.

    ‘연간 68억~1868억 순이익’

    싱가포르 이콘사는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다. 1999년 100억원을 투자해 행담도개발(주)을 설립한 이콘사는 김재복씨의 JJK사에 이케이아이 지분 58%를 12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이미 ‘투자금 회수 완료’에다 2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더구나 이콘사는 여전히 행담도개발(주)의 지분 90%를 보유한 이케이아이의 지분 42%를 갖고 있다. 그 사이 행담도개발(주)의 자본금은 한국 공기관의 투자로 996억원이 됐으므로 당장 사업을 접고 행담도개발(주)을 처분해도 큰 이익이 남는다.

    행담도 사업이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이콘사가 손해를 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사업이 실패하면 행담도개발(주)에 들어간 정보통신부측과 교원공제회의 돈 8300만달러는 도공이 책임지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행담도 개발사업이 예정대로 완료돼 해양 레저단지가 운영될 경우 행담도개발(주)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이콘사의 이익은 어마어마해진다.

    1999년 이콘사와 현대건설(주)이 연대해 도공에 제출한 ‘행담도 복합휴게시설 개발 제안서’를 최근 입수해 살펴봤다. 이 문건에서 이콘사는 행담도 개발이 완료되는 2008년 68억원, 2009년 105억원, 2013년 283억원, 2020년 755억원, 2029년 1868억원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008년 예상 매출액은 739억원, 2029년 예상 매출액은 6315억원이다.

    7월12일 김재복씨는 행담도 사건과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김씨 개인에겐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김씨 역시 잠깐 고생했다 출소한 뒤엔 ‘대박’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우선 김씨는 행담도 사업에 자기 돈을 거의 넣지 않고도 996억원 자본금의 행담도개발(주) 지분 90%를 가진 이케이아이의 지분 58%을 소유하게 됐다. 이케이아이 지분을 매입한 돈 120억원은 경남기업이 무이자로 김씨에게 빌려준 것이다. 현재 행담도 개발사업 공사는 경남기업에 발주해놓고 있다.

    이콘사의 경우와 같은 이유로, 행담도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김씨는 도공 덕택에 손해볼 일이 전혀 없다. 반면 행담도 개발사업이 예정대로 완료돼 해양 레저단지가 운영될 경우 행담도개발(주)의 ‘대주주’인 김씨는 이콘사보다 더 큰 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렇다면 행담도 개발사업이 성공해 이콘사와 김재복씨가 큰돈을 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정부 관련부처 관계자는 “행담도 개발사업은 성공 확률이 실패 확률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행담도 사업은 정부의 관련 부처가 사업진행에 필요한 인·허가를 모두 내준데다 7만4000평 공유수면의 68%가 이미 매립된 상태다. 이 사업 시작 전 금강유역환경청 등 정부 내 환경부처는 공유수면 매립으로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정부가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해 상당히 진척된 사업을 ‘새만금’처럼 중도에 중단해 흉물스럽게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정보통신부, 교원공제회 등 정부 부처와 공기관의 자금 8300만달러가 이 사업에 물려 있다. 특히 사업이 실패로 끝나면 공기업인 도공이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금을 더 조달해 완공하는 쪽으로 이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콘, 김재복 도대체 누구이길래…”

    감사원 감사 등에 따르면 도공이 이케이아이 자회사 채권 8300만달러에 보증을 서준 것은 불공정 계약이고, 정보통신부측과 교원공제회가 이케이아이 채권을 모두 사준 것은 자체 규정에 따라 정해진 투자한도를 초과한 것이다. 830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한 이케이아이B.V.는 자본금이 1억원도 안 되는 회사였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장 등 정권 핵심들이 업무영역을 넘어서면서까지 행담도 사업이 잘 되도록 도와줬다.

    이러한 정권 차원의 위반, 편법, 비호가 바로 이콘사와 김재복씨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는 결과로 수렴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이콘사는 1975년 설립된 엔지니어링·건설 전문 회사이고, 김재복씨도 싱가포르에서 활동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이콘사와 김씨의 행운이 여러 우연과 겹쳐져 이뤄진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콘사와 김재복씨는 도대체 누구이길래…’라는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일부 언론은 “김재복씨가 국가정보원의 계약직 직원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 TV뉴스는 “검찰 수사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고위 관리가 김씨와 경남기업을 연결해준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1999년의 싱가포르가 한국 정권의 비밀 활동이 이뤄진 무대였다는 점은 사실이다. 남북정상회담 관련 비밀회의가 열렸으며 대북 비밀 송금이 이뤄진 곳이다.

    1999년 도공에 제출된 사업제안서엔 이콘의 회사명이 현대건설보다 앞에 나와 있다. 현대건설은 미미한 액수를 투자했으며 얼마 뒤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런 정황을 보면 사실 행담도 사업은 이콘이 제안했고 현대건설은 구색용이었으며 도공이 지원한 격이다.

    1999년 한국에 인맥이나 인연이 전혀 없는 이콘이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한국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성사될 수 있는 사업에, 1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 그 결과 공기업인 도공의 전폭적 양보와 한국 정부기관의 편법 지원을 얻어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콘이 투자한 100억원은 정말 이콘의 자체 자금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이콘의 이름을 빌려 ‘외자유치’인 것처럼 해서 투자한 것일까.

    권력형 비리의 결말, ‘해피엔딩’

    200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분당 ‘파크뷰 게이트’. 사업시행자인 홍 모 회장이 정·관계에 돈을 뿌려 편법, 불법으로 분당 정자지구 용도변경을 이끌어낸 뒤 주상복합아파트 ‘파크뷰’ 건축허가를 받았으며 유력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이 아파트를 특혜 분양한 사건이다.

    홍 회장의 구속으로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홍 회장은 출소한 뒤 파크뷰 아파트 완공으로 수백억~1000억원을 벌었다. 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은 고위 정치인, 관료, 사정기관 간부, 대학교수, 기자들은 분양 당시 대다수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평당 2000만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

    많은 사람은 비리사건 주인공의 구속을 그 사건의 ‘종결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발단-전개-위기-결말에서 ‘위기’ 단계일 뿐이다. 종착지는 그 뒤에 있다. ‘정권 차원’에서 뒤를 봐주는 권력형 비리사건은-세상이 반드시 정의롭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므로-비리의 주인공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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