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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노트북을 열다

‘파크뷰 게이트’ 닮아가는 ‘행담도 사업’

의혹의 주역들은 백만장자가 된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파크뷰 게이트’ 닮아가는 ‘행담도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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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담도 의혹이 정국의 뇌관이라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그 전모를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등장인물과 기관이 많고 ‘사실’과 ‘의혹’이 마구 뒤섞여 있다. 그러나 행담도의 본질을 간파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사업으로 누가 얼마나 이익을 보는가’를 살펴보면 되는 것이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이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 ‘행담도 사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파크뷰 게이트’ 닮아가는 ‘행담도 사업’

행담도 사업(복합 해양레저시설 건설) 조감도.

2005년 5월31일자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문건은 매우 유용하다. 행담도 사건의 ‘사실’만을 간추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업인 이콘(ECON INTERNATIONAL Ltd)과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 3자는 1999년 8월 행담도개발(주)을 설립했다. 지분은 이콘이 64%, 현대건설이 26%, 도공이 10%다. 이콘은 100억원을 투자했다. 도공은 땅(행담도)을 대고 도로 등을 설치하는 조건이었다.

사업 목적은 서해대교가 지나는 바다 위의 섬 행담도에 휴게소(2000년부터 운영 중), 호텔, 해양 테마공원, 실내해수욕장, 해양수족관 등을 건설하는 것(조감도 참조). 행담도 주변 바다(공유수면) 7만4200평을 매립하는 공사도 함께 진행한다고 돼 있다. 예상 총 사업비는 5000억원이며 휴게소를 제외한 시설은 2008년 12월 완공이 목표다. 행담도 휴게소는 현재 심모씨가 운영하는 J사에서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행담도개발(주)의 지분 구조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우선 이콘은 행담도개발(주) 설립 직후인 1999년 9월22일 한국지사 격인 이케이아이(EKI·ECON KOREA INVESTMENT)를 만들어 행담도개발(주)의 지분을 이케이아이로 모두 넘겼다. 이케이아이의 지분은 물론 이콘이 100% 갖게 됐다. 2002년 이케이아이는 현대건설의 행담도개발(주) 지분 26%를 모두 인수했다. 현대건설이 행담도 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회사의 자회사인 이케이아이(지분 90%)와 도공(10%) 양자가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같은 해 이케이아이는 자사 지분 중 58%를 JJK사에 팔았다. JJK는 김재복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그의 영문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지은 것이다. JJK는 이케이아이 지분 58% 인수 대가로 이케이아이에 120억원을 지급했다. 120억원은 경남기업측이 김씨에게 제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담도개발(주) 지분 90%를 소유한 이케이아이의 지분구조는 JJK가 58%, 이콘이 42%가 됐다.



2005년 2월 이케이아이는 8300만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이케이아이의 네덜란드 법인인 이케이아이B.V.가 발행했다. 한국 법률로는 자본금 100억대 기업이 800억이 넘는 돈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럽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유럽법의 적용을 받아 돈을 조달하려 한 것이다.

이케이아이의 회사채 8300만달러는 2005년 2월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6000만달러)와 교원공제회(2300만달러)가 모두 사줬다. 2009년 5월6일 이케이아이가 이자를 쳐서 1억500만 달러를 정보통신부측과 교원공제회에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행담도개발(주)의 양대 주주인 이케이아이와 도공은 “행담도 개발이 실패했을 때 정보통신부측과 교원공제회에 제공해야 하는 1억500만달러는 모두 도공이 부담한다”는 양자 협약을 맺은 점이다. 행담도 개발이 성공하면 도공은 10% 지분에 상응하는 이익만 가져갈 뿐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행담도개발(주)의 자본금은 총 966억원이 됐다. 이 돈은 현재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 예상 사업비가 5000억원이므로 행담도개발(주)은 자본금 966억원을 바탕으로 또 한번 대규모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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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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