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聯政) 구상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어떨까. ‘신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1%가 연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자는 37.8%였다. 연정 대상 정당으로는 한나라당이 1순위로 꼽혔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에 대해서는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64%로 반수를 훨씬 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6월24일 당-정-청(黨-政-靑) 수뇌부 모임인 ‘11인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연정론’이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이후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회와 정부, 여야가 부닥치는 일이 많아 생산적일 수 없다”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국회가 도입한다면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용의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국민은 노 대통령의 ‘연정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신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전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노 대통령이 연정이 필요한 배경으로 말한 현재의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시각부터 물어보았다.
‘여당보다 야당 의석수가 더 많은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을 조금 넘는 51.4%가 ‘야당이 정부를 견제할 수 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노 대통령의 견해에 공감을 표시한 사람이 38.1%였다. 여소야대 정국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 국민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야당과의 사안별 정책공조 수준 이상으로 야당 인사가 내각에 참여하는 연립정부의 필요성을 언급한 대통령의 연정구상’에 대해서는 찬성 47.1%, 반대 37.8%로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여소야대 정국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 여론이 우세하면서도 여소야대 극복방안으로서의 연정(대연정 수준)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더 우세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두 질문의 결과를 종합 분석해보면, ‘여소야대 구도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1.6%, 반대로 ‘여소야대 구도가 문제되지 않으므로’ ‘연정에 반대한다’는 사람은 22.6%였다. 양쪽 여론이 참으로 팽팽하다.
연정 자체에 대한 평가만을 보면 호남지역, 20·30대 젊은층에서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는 67.8%가 찬성했지만 20.4%는 반대의사를 나타냈고,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54.2%가 반대했지만 찬성의견을 낸 사람도 32.3%나 됐다. 민노당 지지자들은 57.4%, 민주당 지지자들은 61.8%가 연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과 연정 선호
열린우리당이 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다면 어느 당과 해야 할까. 전체적으로는 ‘한나라당’ 39.5%, ‘민노당’ 24.5%, ‘민주당’ 12.9%의 순으로 정책적으로 가까운 정당보다는 제1야당과의 연정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의 연정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구체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은 62.7%가 한나라당과 연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민노당 지지층의 57.4%, 민주당 지지층의 54.7%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의 연정을 원한다고 답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는 연정 상대로 한나라당(33.1%)과 민노당(33.2%)을 비슷한 비율로 꼽았고, 17.6%는 민주당을 선택했다.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결국 연정론에 대한 찬성 여론은 여당과 야당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해달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청와대는 “연정 논의는 현행 헌법 내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개헌 문제로 연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내각책임제 개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야당 내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세력이 적지 않기에 개헌론은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지는 듯했다.
실제로 ‘신동아’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2%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국회의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는 82~87쪽 참조).
그러나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에 대한 노림수를 한나라당 등 야당이 잔뜩 경계하면서, 동시에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분위기가 다시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개헌론은 잠시 주춤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관심사인 개헌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어떤지 살펴보자.
설문조사 결과, 우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62.2%가 ‘필요하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9.6%였다. 지난해 3월 ‘동아일보’ 조사에서 43.8%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던 것에 비하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젊은층일수록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20대 연령층에서는 75.8%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46.5%에 그쳤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민노당 지지층(73.2%)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열린우리당(70.0%), 민주당(60.1%), 한나라당(56.4%) 순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대통령제·소선거구제 선호
개헌 시점에 대해서는 ‘2006년 지방선거 이후 2007년 대선 이전’39.7%, ‘2007년 대선 이후’ 33.7%로 모두 73.4%가 내년 하반기 이후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개헌논의 개시시점을 2006년 하반기 이후로 생각하는 국회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2007년 말 차기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여야 합의를 통한 개헌 가능성이 높고 그 방향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는 쪽이라는 데에 암묵적인 공감대가 이뤄져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각책임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국민 생각은 어떨까.
권력구조 선호도를 조사해본 결과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국민이 35.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대통령 5년 단임제(31.9%)’였다. ‘이원집정부제(16.3%)’나 ‘의원내각제(10.8%)’보다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국회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합의를 전제로 야당에 총리지명권 등 권력이양을 제안하면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구제 개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선거구제에 대한 국민 의견도 들어봤다.
‘1개 선거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현재의 소선거구제 유지’와 ‘선거구를 확대해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것 중 어느 것에 더 찬성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3%가 ‘소선거구제’를, 36.4%가 ‘중·대선거구제를 선택했다.
한나라당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소선거구제 선호도가 각각 69.6%, 65.5%로 높게 나왔고,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지지층에서는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선호도가 반반으로 갈렸다.
한편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33.5%,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59.8%로, 지난 2월(52.3%)보다 긍정 평가가 줄고 부정 평가가 늘었다. 특히 30대 연령층과 서울지역에서 노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다.
盧 지지층도 ‘연정 발언’ 비판
최근 노 대통령의 정치구조 개편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적 시각이 64.0%로 ‘시의적절하다’는 긍정적 견해 24.3%보다 훨씬 우세해, 연정론 등 일련의 발언이 노 대통령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지지층에서 연정 발언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44.7%로 ‘시의적절하다’는 의견 42.3%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도 ‘시의적절하지 않다’ 45.4%, ‘시의적절하다’ 42.5%로 나타나 부정적인 응답자가 많았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35.7%, 열린우리당 23.1%, 민노당 19.1%, 민주당 6.2%, 자민련 0.9%의 순으로 한나라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지지율보다 12.6%포인트 더 높았다. 열린우리당은 서울에서 민노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지도가 떨어졌고 호남지역에서도 민주당과의 격차가 많이 줄었다(표 참조).
정계개편 논의의 끝은 다음 대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감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해봤다.
여전히 고건 전총리가 30.7%의 지지를 받으며 선두를 지켰다. 2위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17.7%). 지난 4·30 재보선 이후 높아졌던 인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5월 조사 24.6%).
그 다음은 이명박 서울시장(13.1%), 정동영 통일부 장관(9.9%) 순. 미미한 수준이지만 꾸준히 이어온 이 시장 선호도의 상승추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지난 5월 다소 떨어졌던 정 장관의 인기는 약간 회복세를 보였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정 장관의 행보에 따라 호감도가 조금씩 변화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인 손학규 경기도지사(2.2%)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1.1%)의 호감도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2.7%), 권영길 의원(2.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지지층은 고건(29.3%)·정동영(26.0%)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의 선호도는 박근혜(34.3%), 고건(25.0%), 이명박(20.6%)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입시안 응답자 49.5%가 공감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계획안과 관련하여 ‘수능과 내신만으로는 변별력이 없으므로 통합형 논술고사를 실시하고 그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서울대 방안과 ‘서울대의 입시계획안은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로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정부의 방안을 제시하고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지 물은 결과, 49.5%는 서울대 방안에 공감을 나타냈고 39.2%는 정부 입장에 찬성했다. 서울대 방안에 공감하는 사람이 약간 많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지금보다 더 많이 주어야 한다’는 사람(51.5%)이 ‘지금 정도가 적당하다’는 사람(43.5%)보다 많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53.1%)이 ‘적용하는 것이 좋다’(40.4%)는 견해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다.
대학입시에서 비중을 가장 높게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수능시험 성적’ 35.0%, ‘내신(학생부)’ 29.4%, ‘논술과 구술면접’ 25.2%로 의견이 나뉘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를 지역별·성별·연령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할당한 후 전화번호부 CD를 활용,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선정해 해당되는 응답자 1017명을 전화면접으로 조사했다. 조사는 7월11일에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