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호

‘장수천’ 근무자들 전원 청와대·공공기관 취업 배경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8-12 1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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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소유했던 생수회사 ‘장수천’. 이 회사에 근무하며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 혹은 이 회사를 금전적으로 도와준 사람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취재했다. 장수천 근무자들은 모두 청와대, 공기업, 공적 성격이 강한 단체에 취직됐다.
    ‘장수천’ 근무자들 전원 청와대·공공기관 취업 배경
    노무현대통령은 1997년 3월20일부터 2000년 11월1일까지 생수회사 ‘장수천’을 실질적으로 소유했다. 장수천 직원으로 근무한 바 있는 김모씨는 지난해 3월 건설교통부 산하단체인 ‘전문건설공제조합’에 감사로 임명돼 근무 중이다. 임기는 3년이며 연봉은 1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조합)은 15명 이내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감사 후보를 추천하면 조합원 총회에서 회원사들이 이를 심사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선임한다. 조합 회원사 관계자들 일부와 건설교통부,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 간부들이 운영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운영위원회 내부에서 김씨를 추천한 사람은 누구일까.

    조합 관계자는 “건교부 국장급 운영위원이 김씨를 감사로 추천했다. 건교부가 김씨를 민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건교부에서 추천한 인사가 운영위원회나 총회에서 임명이 부결된 경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건교부 추천이 거부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건교부’ 추천으로 감사에 임명

    김씨는 모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건설업종이나 공공기관 감사 파트에 종사한 경력은 없다. 조합측은 “건교부가 어떤 경로로 김씨를 알게 되어 추천하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조합측은 “김씨가 출장 중이어서 당분간 연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김씨는 국회의원 보좌관, 모 계간지 편집장 경력도 있다. 굳이 건설업 경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김씨의 감사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장수천 직원 박모씨는 2004년 2월 한국수자원공사에 홍보계약직으로 취업해 근무하고 있다. 박씨는 이력서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2002 전문위원’이라고 썼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3년에 생긴 민관합동 조직이며, 그 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박씨의 이름은 전문위원 명단에 없었다.

    이에 대해 박씨는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 산하에 같은 이름의 조직이 있었으며, 나는 거기서 전문위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박씨는 외부에서 ‘소개’받아 채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씨는 업무를 무리없이 수행하고 있어 그의 채용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장수천 직원들은 대표이사 출신 홍모 행정관을 비롯해 이모 행정관, 최모씨, 유모씨 등 4명이다. 장수천 이사 출신 최도술씨는 노 대통령 취임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돼 근무하다 SK에서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사법처리되면서 청와대에서 퇴직했다. 장수천 직원 장모씨, 곽모씨는 각각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한 J단위협동조합, N샘물에 채용됐다.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장수천 근무자들은 모두 청와대와 공공기관에 채용된 셈이다.

    장수천 대표이사 출신 선봉술씨는 공직에 채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노 대통령의 장수천 사업에 담보로 투입했다가 날린 자신의 재산 5억원을 모두 돌려받는 금전적 혜택을 봤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기록에 따르면 최도술씨는 검찰에서 “노무현 후보가 2002년 7월 롯데호텔 커피숍인지 어디에서 ‘그냥 두면 사고칠지 모르니까 우선 선봉술에게 돈을 좀 주어 진정시키라’고 내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대통령께선 적법하게 자금을 조성하여 변제해주라고 하였던 것은 아니었나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최도술씨는 “예.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후 최도술씨는 SK에서 받은 불법대선자금으로, 선씨가 노 후보에게 갚으라고 한 액수의 돈을 선씨에게 모두 변제해줬다.

    이광재 의원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안희정씨는 장수천 생수의 판매회사인 오아시스워터(주)를 만들어 운영한 바 있다. 그는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사법처리돼 공직임명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노 대통령은 그를 부부동반으로 청와대에 초청하는 등 신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여권이 추진중인 8·15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장수천 후원자들도 ‘파워’ 커져

    ‘장수천’ 근무자들 전원 청와대·공공기관 취업 배경

    2004년 법정에 선 최도술씨(앞줄)와 안희정씨(뒷줄 오른편).

    장수천 후원자들은 요즘 정치적, 혹은 경제적 역량이 커졌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대선 후인 2003년 안희정씨에게 2억원을 제공했다. 그런데 그는 장수천 유관회사인 오아시스워터에도 도움을 준 바 있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안희정씨는 “1999년 오아시스워터를 설립하면서 운영자금이 부족하다고 하였더니 노 대통령께서 저에게 ‘박연차 회장을 만나 자금지원을 부탁해 보라’고 하여 박연차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후 박 회장에게서 도합 5000만원의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받게 됐습니다”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2005년 6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복씨를 국가보훈처 차장에 임명했는데 김씨는 박연차 회장의 사돈이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과 그의 부인이 설립한 아스텍창업투자는 장수천 주식 1000만원 어치를 보유했으며, 안희정씨의 장수천 관련 사업에 1억대의 돈을 투자했다. 노 대통령이 우리들병원에서 척추수술을 받으면서 이 병원은 척추전문클리닉으로 언론에 오르내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상호 원장측은 수도약품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현재 17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제약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선 때 노무현 후보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는 “17억~20억원에 이르는 장수천 채무는 내가 갚아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는 이광재 의원 후원회장이다. 최근 ‘유전게이트’ 사건과 관련, 전대월씨는 검찰에서 “이광재 의원의 소개로 이기명씨 개인 사무실을 찾아가 그곳에서 이씨 및 허문석씨와 함께 유전개발 사업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장수천 출신 청와대 이모 행정관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수천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자 자기 일처럼 뛰어들어 도와준 사람도 많다. 이들은 장수천과는 별개로 노 대통령과 정치활동을 함께 했고 현재의 직책에 걸맞은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다. 청와대에 채용된 사람들도 신원조회 등 객관적 검증절차를 거쳤다. 장수천 출신이어서 인사 상 특혜를 받은 일은 없으며 그렇게 비친다면 당사자들에겐 억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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