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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회고록 펴낸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 독선·분열·무능·부박·부패에 빠졌다”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회고록 펴낸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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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하·김근태 살리려 머리 짜낸 ‘재판부기피신청’과 ‘모두진술권’
  • 사상 검증에 연연하는 언론은 ‘자객(刺客)’
  • YS와 DJ는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 통합할 경륜 없었다
  • YS는 군부독재 청산, DJ는 국민통합, 노 대통령은 21세기 기틀 마련이 소명
  • YS는 자신에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 DJ는 그 반대
  • 정치인은 우스운 존재, 역사의식 없고 신념조차 변해
회고록 펴낸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김정남(金正男·63)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이 최근 펴낸 회고록 제목이다. 684쪽에 달하는 이 책(창비 펴냄)에서 그는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던진 지난 30년의 역정을 오롯이 쏟아냈다.

대전 출신으로, 이른바 ‘6·3세대’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그룹인 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인 그는 1964년 6·3한일회담반대운동의 배후인물로 구속된 이래 민주화운동에 진력해왔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2월부터 22개월은 교문수석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엔 전태일·김상진·김지하·리영희·윤보선·박종철을 비롯한 수많은 민주화 인사의 이름과 3·1 구국선언사건, 5·18민주화운동,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인천사태, 6월 민주항쟁 등 지난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사건들이 열거돼 있다.

특히 눈길을 잡아채는 것은 민주화운동 관련 비화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진상조작에 관한 뒷얘기에서부터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을 재판한 판사와 맞닥뜨린 시인 김지하의 재판을 연기하려 재판부기피신청을 묘안으로 짜내게 된 속사정, 증인채택과 증거보전신청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법정에서 김근태씨 고문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조항을 샅샅이 훑은 끝에 찾아낸 모두(冒頭)진술권에 얽힌 일화 등이 당시의 절박함을 웅변한다.

책의 내용도 그렇지만, 실상은 30년을 한결같이 민주화운동에 매진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떨지가 더 궁금했다.



7월9일, 서울 양재동의 한 오피스텔에 자리잡은 그의 서재에서 3시간여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10평 남짓한 이 공간에 ‘우촌누실(友村陋室)’이란 이름을 붙였다. ‘우촌(友村)’은 시국사건 구속자 변론활동을 줄곧 함께해온 이돈명 변호사가 지어준 아호(雅號). 당시 변론을 위한 자료수집에 열정적이던 그에게 감동한 이 변호사가 “너야말로 민중의 벗이다”며 이 호를 붙여줬다고 한다.

1995년 청와대에서 나온 뒤 김 전 수석은 독서와 집필을 하고 짬짬이 지인들을 만나며 소일해왔다. 새벽 4시에 기상하는 그는 매일 2시간 등산을 하거나 분당 자택 인근의 텃밭을 일군다. 편안해 보이는 남방셔츠에 면바지, 흰 고무신의 소박한 차림….

그는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사건, 인혁당 사건 진상조사 및 폭로, 김지하 양심선언 발표, 보도지침 폭로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재야의 거물’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그를 가리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한번도 자신을 드러내 앞에 나서지 않았고, 또 내세운 일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고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민주화운동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평했다.

‘민주화운동 대부’

-세간에서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통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습니까.

“과분하고 부끄럽죠. 민주화운동은 전 국민적 에너지의 집합으로 이뤄진 건데 누가 대부네 하는 것도 이상하고. 민주화과정에서 스러져간 이가 많고, 살아남은 것조차 죄송스러운데 그런 말을 들으니 외람되고 민망할 뿐입니다.”

-회고록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설 때 자기네는 박정희의 유신정권과 다르므로 그 유산을 물려받지 않겠다면서 인혁당 사건 관련 생존자나 김지하를 석방했는데, 당시 시사월간지들엔 1970년대의 민주화운동이 선정적으로 소개되곤 했어요. 민주화운동과 전혀 관련 없는 이들이 그런 글을 썼어요.

일례를 들죠. 백낙청 교수는 1974년에 제가 ‘민주회복국민회의’를 결성하는 과정에 서명을 해준 것 때문에 파면됐는데, 앞서 말한 기사들엔 1979년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결성에 서명하는 바람에 파면된 것처럼 왜곡돼 있어요. 이후 나온 책들도 그걸 본보기 삼아 왜곡이 반복되곤 해서 이런 걸 누군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에 부응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몫이 됐다. 김 전 수석의 제안에 따라 민주화운동을 개관할 필자를 찾던 가톨릭계 월간지 ‘생활성서’측은 결국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거꾸로 그에게 집필을 맡겼다. 따라서 회고록의 내용은 1999년 2월부터 2004년 8월까지 5년 반 동안 ‘생활성서’에 장기 연재된 ‘역정, 민주화 30년’의 원고를 수정·보완하고,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부분을 추가 집필해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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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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