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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회고록 펴낸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 독선·분열·무능·부박·부패에 빠졌다”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회고록 펴낸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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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석은 지금도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쓴다. 그가 ‘생활성서’에 건넨 육필 원고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념자료로 보관 중이다. 그의 첫 저서인 이번 회고록엔 언론에 보도된 기사,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언, 시위에서 외친 구호, 성명서 및 선언문, 각종 재판 관련 기록(상고·항소 이유서, 최후변론, 모두진술) 등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설명해줄 수 있는 자료들이 빼곡히 수록돼 필자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본인 외에 민주화운동 관련 집필의 적임자로 염두에 둔 사람이 있었나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다만 학자나 대학원생, 기자들 중에 제가 증언하고 구술한 내용을 객관적으로 써줄 사람이 없을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제가 관여한 내용이 꽤 많은데 제 손으로 직접 그걸 쓴다는 게 부담스러웠죠.”

이부영에 얽힌 가화(佳話)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을 돌아보면 소회가 어떻습니까.



“지금 생각하면 세월이 순식간에 스쳐 지난 것 같지만, 사실 그때그때마다 힘들었습니다. 아프고 슬픈 일도 많았어요. 우리의 민주화가 30년 만에 압축적으로 이뤄졌으니 그만큼 많은 희생이 뒤따른 거죠.”

-늘 ‘배후’로 존재한 데 대한 회한은 없습니까.

“민주화에 이바지한 이들의 뒷바라지와 심부름을 한 것에 만족합니다. 수배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구속자 가족을 돕는 등 고통받는 이들을 수발한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김 전 수석은 ‘생활성서’에 글을 연재할 당시 딱 한 번 순서를 바꿔 쓴 적이 있다. 2003년 6월, 고영구 변호사가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되자 야당은 1986년 인천사태 당시 수배 중이던 이부영(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 동기)씨를 고 변호사가 숨겨준 일을 공격하고 나섰는데, 이에 대한 해명을 위해 인천사태에 관한 글을 앞당겨 쓴 것.

“이부영씨는 숨어 있던 고 변호사 집에서 잡히기라도 하면 고 변호사의 팔순 모친과 신경성 위경련을 앓는 부인에게 큰 폐를 끼칠 것 같아 걱정이 많았어요. 그는 제게 ‘도피 중이지만 편안하게 살고 있는 셈인데, 고 변호사 집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의 집은 풍비박산 나지 않겠냐,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잘 알고 지내던 이돈명 변호사 댁에 이씨가 숨어 지낸 것으로 위장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변호사도 그러마고 했어요.

그런데 고영구 변호사가 국정원장에 지명되자 그런 옛 가화(佳話)를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이 큰 잘못인 양 몰아붙이며 성명을 내네 마네 한 거예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알리려 글을 쓴 겁니다.

아무튼 1986년 10월 이부영씨를 숨겨준 혐의로 이돈명 변호사가 잡혀간 다음날, 저와 고영구·황인철·홍성우 변호사가 만나 이 일을 대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며 대책을 논의했는데, 고 변호사는 자기가 숨겨줬으니 잡혀가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래봤자 이돈명 변호사도 위계에 의해 관(官)을 속인 범죄가 구성될 테니 고 변호사가 사실을 털어놔봐야 실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모두 눈이 벌개졌어요. 무고한 노인네를 감옥에 먼저 보냈으니…. 저는 이 일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있었던 하나의 미담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국정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고 변호사를 만난 적이 있나요?

“그가 사의를 표한 6월 초에 한 번 만났어요.

-왜 그만뒀다던가요? ‘외로워서 사표 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그런 건 아니고…요즘 건강이 좀 나빠졌대요. 또 본인이 하고자 하던 일을 대강 해냈다고 생각했고. 기회 닿을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젠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얘기하려 했던 것으로 압니다.”

군부정권의 과오

-회고록 내용이 사건 중심으로 서술되다 보니 저자 본인이 겪은 일화가 생각만큼 많지 않아 조금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감이 없지 않죠. 가능한 한 제 주관을 배제하려 한 때문일 겁니다. 직접 글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주관적 요소가 개입하기 쉽고, 자칫 잘못하면 자기 자랑으로 흘러 내용의 공신력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가급적 그런 에피소드는 삼갔죠.”

-그래도 후세에 남길 책인데, 좀더 흥미롭고 드라마틱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그런 내용은 ‘내가 겪은 민주화운동’이란 주제로 추후 글을 쓸 생각입니다. 이번에 책이 나오자 ‘한겨레’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서 그런 글을 써달라고 제의해왔어요. 아직 확답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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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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