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5년 5월 12일 멕시코 도착 직후 유카탄 에네켄 농장에서 일하던 한인 이민 1세대들.
이 글은 지난 1977년 12월1일부터 13일까지 시리즈로 방송된 동아방송(DBS) 특집리포트 ‘아메리카 이민 80년’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28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멕시코 이민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만큼 새로운 조사나 연구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멕시코 한인이민 100주년이 되는 해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이민역사 연구가 이자경(61·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위원)씨는 지금 힘겨운 저술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씨는 오는 9월 ‘멕시코 한국이민 100년사’를 출간할 계획이다. 10년간 멕시코 현지를 직접 답사하며 사료를 수집해 1998년 발간한 ‘한국인 멕시코 이민사’의 완결편인 셈이다.
이씨는 “첫 번째 책은 문학적 요소가 많은 반면, 이번에 내는 책은 학술적 가치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멕시코 한국이민 100년사’에서 가장 공을 쏟은 분야는 100년 전 멕시코 이민선을 탄 사람의 이름을 찾는 일, 다시 말해 멕시코 한국 이민자의 뿌리를 찾는 작업이다.
새로운 기록 ‘한인 초기농장 보고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과연 누가, 그리고 몇 명이 제물포항(인천항)에서 멕시코 이민선 ‘일포드’호를 탔던 것일까.
인천부사는 인천을 떠난 이민자를 1033명으로 기록했지만, 이민자를 모집했던 대륙식민합자회사의 자료에는 1035명과 1046명으로 각각 다르게 나타나 있다. 여기에서 1046명은 대륙식민회사측이 항해 중 사망한 2명과 멕시코에 도착한 후 살리나 크루스 병원 등에서 사망한 9명 등 11명을 1035명에 합한 수로 보이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또 일본 외무성 통상국 자료 가운데는 1033명에 단독자(독신) 196명을 합한 1299명을 이민선 탑승자로 보는 기록도 있다.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인천부사에 기록된 1033명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최근 이자경씨가 이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를 찾아냈다. 일본 외무성 통상국이 멕시코 한인노동자 관련 모든 자료의 근거로 삼고 있는 1차 자료 ‘한인 초기농장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05년 5월15일 이후 라파엘 페온, 올레가리오 몰리나 등 11개 대농장주에게 분배된 한인 수는 1085명이다. 이 자료를 기초로 항해 중 사망한 2명과 살리나 크루스 병원에서 사망한 2명을 합하면 최초 인천을 떠난 이민자는 모두 1089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인천부사의 기록보다 56명이 많은 숫자다. 멕시코 이민선의 통역을 맡았던 권병숙은 고국으로 보낸 편지에 사망자가 5명(항해 중 2명, 살리나 크루스 병원에서 3명)이라고 적었고, 대륙식민회사측은 총 11명으로 집계하고 있어 1089명도 정확한 수치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그간의 사료를 비교해보면 가장 근사치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