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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양성, 오해와 편견의 역사’

다양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 최영일 (사)사이버문화연구소 이사 woody01@lycos.co.kr

‘다양성, 오해와 편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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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양성 논쟁

이러한 진정한 다양성과 이데올로기적 다양성을 구분하기 위해 피터 우드는 ‘다양성 I’과 ‘다양성 II’로 나눈다. 전자는 실존하는 다양성이고, 후자는 인간이 개념화한 허구적 다양성, 즉 다양성을 둘러싼 담론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저자는 ‘다양성 II’에 집중해 이를 분석하고 이런 현상의 우매함을 통렬히 비판한다. 또 다양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적용은 인간사에서 오랫동안 보편적 가치로 여겨온 ‘평등’사상과 배치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오류는 미국 사회에서 이미 꽤 오래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예는 1978년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평의회 대 바키 사건’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이 사건은 앨런 바키라는 학생이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바키는 입학이 허가된 학생들의 평균치보다 성적이 높았다. 대학측은 그의 탈락은 ‘적극행동정책’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수인종 학생들을 안배하여 선발하기 위한 특례입학제도다. 바키는 이것이 백인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주법원에서 바키측이 승소했고 이에 대학측은 연방대법원에 항소한다. 연방대법원은 9명의 판사로 구성돼 있는데, 바키측과 대학측을 지지하는 입장이 4대 4로 갈리게 됐다. 결정권은 루이스 파월 판사에게 주어졌다.

이로부터 미국 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지난한 논쟁의 씨앗이 발아된다. 파월 판사는 바키측과 대학 측을 줄타기하듯 오락가락하면서 다양성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더니 결국 바키측의 손을 들어준다. 파월 판사의 다양성에 대한 애매모호한 언급은 당시에는 지엽적인 논의에 불과했으나 이후 유사한 판결에 빠짐없이 인용되면서 ‘인종에 대한 할당정책이 다양성에 도움이 되는가, 그 반대인가’에 대한 논쟁을 전국적으로 불러일으켰고, 이는 오히려 ‘적극행동정책’ 지지자의 입지를 약화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저자는 이 사건과 이후 미국 사회에 일어난 변화를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동원된 학술적, 법적 사례를 인용하면서 이 판결이 문화적 인식과 법적 판단 사이에서 하나의 잘못된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다양성 사회로 접어든 한국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다양성이 한 사회의 주요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을 때 그야말로 ‘다양한’ 견해와 관점 사이에서 왜곡되고 불합리한 결과가 수없이 도출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우리 사회는 광복 이후 정치권력의 필요에 의해 ‘다양성의 문화’가 50년 가까이 억압돼온 특수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제 짧은 민주화 역사 이후 다양성 논쟁이 시작됐다. 민주화가 곧 다양화는 아니다. 권위주의가 해체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향한 아노미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치적 과정은 그간 역사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등 지향적 성격이 강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성이 양성평등과 지역균형이라는 평등주의적 제도화의 하위개념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양성은 주요한 자연의 본질 중 하나다. 저자가 지적하듯 다양성이란 인간이 통제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흐름이다. 그렇다면 조만간 우리 사회도 다양성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으로 복잡한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부(富)가 국가권력에 의해 제도적으로 통제돼야 하는가, 아니면 적자생존이라는 생물학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시장주의에 맡겨둬야 하는가. 여기에 다양성의 개념이 어떻게 접목되는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다양성을 제도화할 것인가. 다양성은 자유의 편인가, 평등의 편인가. 또 누구를 위한 자유이고 평등이며 다양성인가.

이럴 때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다양성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분석한 저자의 방대한 저서는 이미 시작된,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다양성 사회를 직시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신동아 200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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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 (사)사이버문화연구소 이사 woody01@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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