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서평

‘중국경제성장의 비밀’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의 시장경제

  •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 shsuh@yonsei.ac.kr

‘중국경제성장의 비밀’

2/2
점진적 개혁모형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시장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주택 공급에는 여러 가지 규제가 적용된다. 분양가 규제가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초고층 재개발은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으며, 비슷한 시기에 짓는 아파트는 한데 모아 동시에 분양해야 한다. 하지만 초고층 아파트 5개 동이 들어설 예정인 상하이의 고급아파트 단지는 녹지율이 아주 높아 마치 공원에 지어지는 듯하며, 한 동을 지어 분양한 후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다음 동은 더 높은 가격에 업자가 알아서 판매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시장 친화적인가. 향후 중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주원동력은 시장경제제도의 적절한 운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계속될 것인가. 저자는 낙관과 희망을 섞어 설명한다. 지속적 성장의 요인으로 지리적 이점, 높은 투자수익성, 후발(後發)우위, 인구 13억의 대국효과, 경제이중구조 등을 들고 있다. 이 중에서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지리적 이점이다. 세계경제가 통합되는 추세에서 유라시아 대륙판과 환태평양 분지의 중심에 자리잡은 중국은 세계 무역과 경제의 중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 질서에 편입돼 다양한 경제블록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저자의 희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아세안(ASEAN)에 중국이 가세해 ‘10+1’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그러하다. 중국 지식인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이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해 실천에 옮긴다면 향후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패권주의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것도 버거운 우리의 처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한편 중국이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후발 우위와 경제 이중구조를 든 것은 다소 의외다. 저자는 세계의 산업화 역사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것이 하나의 법칙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후발 우위가 성립하는 이유로 낙후된 문화일수록 흡수력이 뛰어나다는 흡수이론, 선발자의 문명 중 성공한 것만 취할 수 있다는 선택 우위, 선발자의 장점만 결합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결합우위 등을 든다.



희망과 자신감이 발전 동인

중국은 노동력이 우수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후발 우위를 충분히 활용해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산업화 역사에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은 예는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던 독일과 이후의 미국이나 일본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중국이 이러한 특별한 경우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경제 이중구조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위성이 하늘을 날고 늙은 소가 쟁기를 끈다’는 말로 대변되는 경제 이중구조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까? 저자는 부문별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은 효율적 개선에 따른 경제성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낙후된 분야가 공존한다는 것은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기적 경제성장이 담보된다면 심한 불균형 혹은 이중구조가 급속하게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심한 불균형과 이중구조가 장기적 경제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은 결론 부분에서 아주 간략하게 언급된다. 물론 저자는 중국 경제가 이런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시화의 진전에 따르는 빈부격차 심화, 구조조정 과정에 나타나는 잉여노동력의 처리문제, 취약한 금융시스템의 이상작동 가능성, 독점 심화, 공정경쟁 여건 미비 같은 문제는 어느 하나도 만만하지 않다. 중국 경제가 선진국 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다. 어찌 보면 중국 지식인이 중국 경제의 장래에 대해 갖고 있는 이런 희망과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발전 동인(動因)이 아닐까 싶다.

신동아 2005년 8월호

2/2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 shsuh@yonsei.ac.kr
목록 닫기

‘중국경제성장의 비밀’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