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대는 소년이 진실을 외칠 때 잡으러 온다
- 베이비붐 세대 덕에 출판·건강·여행산업 뜬다
- 신약·환경·자원주에 눈독들이는 세계 투자자들
- 다국적기업에 부품 납품하는 기업 주목하라
500조원으로 추산되는 단기 유동자금의 일부가 부동산이 아닌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양상은 다행스럽다. 돈의 흐름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주식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국내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가치로 손짓하고 있다. 배당금만 받아도 시중이자를 웃도는 종목이 아직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증시의 주가수익률(주가/주당이익)은 세계시장의 절반 수준이고, 주식시가총액(발행주식수와 주가의 곱)은 국민총생산의 70%에 머물러 있다. 한국증시의 객관적인 현주소는 분명 ‘아직 저평가’다.
정년 앞둔 810만 베이비붐 세대
경제 전체에 대한 조망보다 ‘기업=주식’이란 관점에서 접근할 때 주식시장에 대한 희망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경제나 사회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근대화된 공장을 갖고 있고, 부채비율이 낮다. 게다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경쟁력도 갖췄다.
외환위기 이후 의사결정체계가 투명해졌고 회계장부도 깨끗해졌다. 이제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 성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다양한 환경적 변화와 부딪쳐 싸워야 한다.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여건과 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인구 변화 ▲기술 변화 ▲지구환경 문제 ▲세계화 조류. 이 점이 향후 주식시장에서 뜨는 종목과 지는 종목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잘 대응하는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요인이며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주식시장에서 이러한 테마를 중심으로 성장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성을 재평가하는 일은 유익하다. 이들 요인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인구의 변화만큼 장기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도 없다. 인구는 한 나라의 잠재 성장률을 결정하고 사회구조, 정치, 교육, 소비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6·25전쟁 직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1955~63년에 태어난 세대)에 있다. 지금 40∼50대에 걸쳐 있는 이들은 약 810만명으로 총인구의 16.8%에 달한다. 7~8년 뒤부터 이들은 본격적인 정년기에 들어간다.
이들은 그간 한국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 저축의 주체였지만, 지금부터는 노령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들의 성장기에 교육제도가 빈번하게 바뀌었고 대학 진학자가 크게 늘었다. 이들은 경제발전과 기업성장을 주도했으며, 또한 성장의 후유증으로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헌신적 교육기회를 자신의 자녀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있다.
이들은 곧 먼저 늙은 선배들과 함께 노후를 맞게 되며 또 다른 사회현상의 중심을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인들이 소비하던 것보다는 훨씬 다양한 양질의 소비재, 이를테면 의약품, 의료 서비스, 건강식품 및 서비스, 의류, 여가생활 등을 원할 것이다. 스스로 노동을 계속하려고 하기 때문에 얼마 후엔 자녀들과 고용시장에서 다툴 것이다. 이들은 소득에 비해 과도한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해 은행을 빠져나와 주식상품을 매입할 것이다.
SF영화에서도 투자종목 발굴
이들은 여가생활은 물론 자신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전성기 때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 출판산업의 성장을 도울 것이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의사의 처방전이 많아지고, 노인성 질환 치료전문 제약회사가 성장하며, 비타민제의 과잉소비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근래 들어 증시에서 제약주의 약진이나 바이오 관련주의 비상(飛上)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다가올 세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치매나 퇴행성 관절염 같은 노인성 질환치료 의약품에 강점이 있거나 기술적 개가를 올리는 제약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행산업이나 영화산업이 발전하고 각종 공연이나 스포츠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선진국도 이미 경험한 일이다. 인스턴트 식품 소비가 점차 줄고 탄산음료보다는 건강음료와 기능성 음료, 녹차나 생수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최근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well being)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퍼져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느 나라나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노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면 건강과 즐기는 것, 제대로 쉬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되어 있다.
이렇듯 인구구조 변화,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주목받는 종목으로는 환인제약, 유한양행, 광동제약, 대웅화학 등을 들 수 있다. 여행이나 오락·인터넷·쇼핑 분야에선 하나투어, 아시아나항공, NHN이 눈여겨볼 종목이고, 보험금융 분야에선 삼성화재를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몰고올 강력한 요인 가운데 두 번째로 기술혁신을 들 수 있다. 필립 피셔(주식투자의 세계적인 거인으로 워런 버핏이 존경하는 인물)는 1958년 출간된 자신의 책에서 주식시장에 극적인 영향을 주는 다섯 가지 요인 중 하나로 ‘새로운 발명과 기술’을 지목했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역사는 기술 진보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의 조그만 제약회사 머크가 신약개발의 세계기업으로, 군납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 텍사스 인스투루먼트가 글로벌 IT기업으로, 보잘것없던 전자회사 모토롤라가 세계 최고의 통신기기회사로, 벤처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로 자리매김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하기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경제잡지에 중요한 뉴스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향후의 기술 트렌드를 보면 현기증마저 난다. SF영화나 미래 세계를 다룬 소설을 주의 깊게 보면 황당무계하지만 주식시장에도 의미심장한 상상력을 던져준다.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의 발전, 유비쿼터스의 생활화, 통신과 유통의 발전,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진보, 신약개발과 의료기술의 발전, 교통시설의 혁신, 자동차 전장기술의 발전, 새로운 소재의 상용화, 환경오염과의 싸움, 금융산업의 발전 등이 그 핵심이다.
증시에 힘 실을 3대 이슈
그런 기술변화를 이끌어가는 기업과 뒤쫓아가는 기업, 새로운 기술변화 조류에 적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성장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기술혁신이 지속되는 한 주식시장은 새로운 스타 기술주를 계속 발굴하여 띄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엔 기술주가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코스닥이라는 마당이 마련돼 있다. 실력 있는 기술기업이라면 이 시장에서 마음껏 주가를 띄워올리고 자본을 조달해 세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술혁신의 변화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거나 기대되는 종목을 꼽아보면 이렇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현대차, 현대오토넷, LG생명과학, LG필립스LCD, LG마이크론. 이들 종목은 오랫동안 보유할수록 그 가치가 더 빛날 것이다.
미래의 세계와 증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세 번째 이슈는 환경문제다. 지구환경 문제는 그간 추상적인 재료에서 점차 구체적이고 기업의 생존과 직접 관련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환경이슈는 여러 측면에서 주식시장 구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우선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이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 평균 5.2% 감축하기로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내에서 이 주제는 다소 먼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미국의 비준거부로 선진국들조차 발효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기간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온실가스 배출권이 본격 거래되고 있고, 최근 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또한 10년이란 유예기간은 해당산업이 대응하고 준비하는 데 결코 충분한 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 올해초 1t당 8유로에 불과하던 탄소 배출권 가격이 지난 7월초 29유로까지 급등했고,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늘어 하루 100만t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초 등록된 탄소 배출권은 25억~40억t. 연간 거래규모는 이미 17억유로(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비단 기후변화협약과 직접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원개발, 공해처리와 같은 환경자원 이슈는 앞으로 주식시장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화석연료를 덜 소모하는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열을 올린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 대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 회사는 현재 10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 중에 있으며, 2010년까지 연간 10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 미국 전체 판매 자동차 중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을 25%까지 높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내용보다 부풀려진 종목 많아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기기의 동작과 동력사용을 절약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산업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포함해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기업들이 주가상승을 뽐낼 것이다. 조명용 고휘도 LED를 생산하는 서울반도체가 얼마 전 증시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썩는 비닐과 같은 환경친화적인 신소재, 신물질을 개발하는 기업이나 오폐수 처리 관련 기업도 주식시장에 관심 주제로 떠오를 것이다. 풍력발전이나 조력발전, 연료전지, 대체 에너지개발 관련기업도 주목해야 한다. 대만의 태양열 관련 장비업체인 모테크인더스트리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8배가 올랐고, 역시 태양열전지 생산에 사용되는 천연 실리콘 업체인 시노-아메리칸의 주식은 1년 새 400%가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 소규모 열병합 발전 시스템 생산업체인 케너텍과 풍력발전 관련업체인 유니슨이 부각된 것도 세계적 조류다. 인선이엔티처럼 건축자재를 재활용(recycling)하는 기업도 지속적인 관찰 대상이다. 이산화탄소 흡수권과 관련해 해외 조림(造林)자원을 확보한 합판회사 이건산업도 흥미롭다. 해외 조림사업에 새로이 진출하는 기업, 자원 재처리 등을 통해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기업들이 향후 주식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또한 해외 자원광산을 지닌 기업이나 유전(油田)개발에 성공한 기업, 자원탐사 장비관련 기업도 종종 부각될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관련 산업의 범주는 끝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관련 기술은 전 분야에 걸쳐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수준이다. 그만큼 앞으로 갈 길이 멀고 발전의 여지도 많다. 그러다 보니 주식시장에는 실제 내용보다 재료가 부풀려진 경우도 허다하다. 단순한 환경관련 재료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의 수익에 언제, 얼마나 기여할지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지구환경·에너지 문제에서 눈여겨볼 종목은 이건산업, 케너텍, 유니슨, 인선이엔티, 서울반도체, 삼천리, SK 등이다.
글로벌 1위 업체의 헤게모니 장악
넷째로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주도주를 탄생시키고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또 다른 이슈는 기업의 세계화(globalization)이다. 전세계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하나가 되는 데 중심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이다. 대다수 세계 기업은 일터에서 인종·종교·성별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기업은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국경을 넘어 인재를 채용하고 나라 밖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며, 여러 국가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할 것이다. 여러 나라 증시에 동시에 상장해 각국 현지에서 자본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업의 세계화 조류는 세상사의 여러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관세장벽이 무너지고 자유무역 지대가 늘 것이며 회계, 금융, 통화, 자본시장 제도의 통합이나 각국 산업의 표준화가 촉진될 전망이다. 생활 가까이에서는 경제특구 지역이 활성화되고, 교육과 의료산업의 개방이 빨라지며, 노동시장이 더욱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세계화는 각국에 허브도시를 발전시키고, 물류의 이동을 촉진하며, 역내(域內) 항공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다. 국가간 로밍 등 통신체제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기업간 분쟁이 늘어 국제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각국 증권시장에 주식과 유가증권의 교차상장이 늘면서 기업의 지분경쟁이나 인수합병과 관련된 이슈가 국제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부문에서는 각 분야의 글로벌 1등 업체가 해당산업에서 헤게모니를 굳히고 글로벌 독과점화와 업종 내 기업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해서 주식시장에서는 아예 1등 기업이 아니면 틈새기업의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2등과 그 이하 기업의 인기는 떨어질 소지가 높다.
물론 1등이 영원한 1등일 수는 없지만 1등에 군림하는 동안에는 ‘위대한 기업’으로서 최고의 주가 프리미엄을 향유할 것이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은 글로벌 1등 기업으로서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할 블루칩이다.
‘퓨전 장세’에서 재산 지키는 비결
한편 기업의 세계화는 국제경쟁력이 높은 부품이나 소재관련 중소기업의 주가를 띄우는 데 일조할 것이다. 전세계 모든 기업이 글로벌 소싱 전략(전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부품을 조달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혜 종목이 늘어날 수 있다. 자동차 헤드램프 생산업체인 삼립산업은 글로벌 메이저 완성업체에 직수출한다. 기업 역사가 깊은 중장비 부품 생산업체 삼원테크나 진성티이씨 등도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 수혜업체다.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분야에서도 작지만 독보적인 기술과 나름대로 진입장벽을 넘어설 실력을 갖춘 알짜 중소업체들이 세계시장으로 그 활로를 뻗어갈 것이다.
최근 증시 주변은 지난 몇 차례의 1000포인트 시대와 비교하면 다소 조용하고 담담한 분위기다. 나라 전체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것도 이유이고, 주식시장 특성상 ‘되는 종목만 되는’ 현상도 그 이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투자의 대가가 권유하는 성공하는 주식투자 원칙은 ‘철저한 기업조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세상의 변화를 상상해 실제 기업가치 판단에 적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사회와 미래의 경제, 미래 산업에 대해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야말로 기본적 분석의 유익한 틀이라 생각한다. 미래의 기업가치에서 현재의 기업가치를 뺀 부분이 주가의 변동범위다.
‘주식은 곧 인기’라는 말이 있다. 앞서 살펴본 인구나 기술의 변화, 환경문제 그리고 국제화와 같은 피할 수 없는 패러다임 변화는 주식시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세상이 변하면 주식시장은 더 빠르게 변한다. 유연한 사고력만이 다양한 환경변화와 여러 재료가 난무하는 ‘퓨전 장세’에서 소중한 자산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