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실용 정보

‘회박사’ 조영제 교수의 생선회 10배로 즐기기

수조에서 2~3일 묵은 방어 도톰하게 썰어 한입에 쏙∼

  • 조영제 부경대 교수·식품공학 yjcho@pknu.ac.kr

‘회박사’ 조영제 교수의 생선회 10배로 즐기기

2/4


흐린 날, 혹은 비 오는 날 생선회를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은 근거가 있을까. 냉장고 등 저온시설이 드물고 위생관념이 부족하던 시절, 여름철에 바닷가 또는 재래시장의 노점에서 판매하는 것을 먹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었을 것이고, 지나가는 소나기에 흠뻑 젖은 생선회가 맛이 좋았을 리가 없었던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횟집은 대부분 옥내이고, 식재료를 위생적으로 다루며, 생선회는 살아 있는 것을 조리하므로 비 오는 날, 흐린 날이라고 해서 식중독에 걸리고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감염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해서도 과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비브리오 패혈증을 신종 3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사망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비브리오 패혈증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의 90% 이상이 만성 간질환, 알코올 중독, 당뇨병 등의 지병이 있는 사람이거나 저항력이 약한 고령자이며, 건강한 사람이 걸릴 확률은 극히 낮다. 따라서 만성 간질환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특성을 알면 안심하고 생선회를 먹을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소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활어의 근육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전염성이 없으며 5℃이하에서는 증식이 불가능하고 산에 약하므로 위에서 소화되는 동안 위산과 접촉해 죽는다. 따라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먹더라도 위에서 소화될 때 대부분 사멸되므로 건강한 사람은 패혈증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활어의 근육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는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아가미나 비늘 밑에 붙어 있다가 칼, 도마, 행주 등의 조리기구나 조리사에 의해 오염될 수 있으나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비 오는 날은 습도가 높아서 식중독이나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생각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편견일 뿐이다. 습도가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증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넙치회를 비브리오 패혈증균으로 오염시킨 후 각기 다른 습도(겨울철 습도인 40%, 여름철 습도인 70%, 비 오는 날 습도인 90%)로 조절된 용기에 넣고 30℃에서 균의 증식 정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습도가 높다고 해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증식이 빨라지진 않았다(표 참조).



생선회는 활어를 위생적으로 조리하므로 비 오는 날이라고 해서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비 오는 날에는 손님이 적으므로 다른 때보다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일본에는 비 오는 날이라고 해서 생선회를 먹지 않는 일은 없다.

양식산에 대한 편견을 깨자

‘회박사’ 조영제 교수의 생선회 10배로 즐기기

운동량이 적은 양식산 활어는 씹히는 맛이 덜하지만 넙치처럼 2kg 이상 나가는 생선은 양식산도 자연산에 버금가는 맛을 낸다.

비 오는 날은 생선회 맛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식업이 발달하기 전 자연산 생선회만 있던 시절엔 비가 오면 고기잡이배가 조업을 할 수 없었기에 횟집에서 2~3일 전에 잡은 활어를 손질해 내놓았다. 넓은 바다에서 자란 자연산 활어가 횟집의 좁은 수조에 2~3일씩 갇혀 있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육질이 퍼석해지고, 심하면 죽기도 한다. 양식업이 발달하기 전까진 ‘비 오는 날은 생선회가 맛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활어의 95%가 양식산인 요즘의 생선회 맛은 날씨와 무관하다. 양식 활어는 본래 좁은 수조에서 자라기 때문에 횟집의 좁은 수조에서도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으며, 보관일수가 길어지면 체내의 지방이 에너지로 분해되므로 육질이 더 단단해진다. 양식장에서 잡아온 생선을 바로 내놓는 것보다 수조에서 2~3일 묵은 생선의 맛이 훨씬 좋다는 건 실험으로 확인된 바다.

생선회를 먹을 때 굳이 자연산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맛이나 영양면에서 양식산이 자연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연산은 먹이를 직접 잡아먹기 때문에 굶을 때도 있지만 양식산은 영양분이 풍부한 양질의 사료를 꾸준히 공급받는다. 더군다나 기능성 성분인 EPA 및 DHA가 많이 들어 있는 정어리 등의 생 사료를 먹고 자라므로 동맥경화나 고혈압 같은 순환기 계통의 성인병과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높다. 양식산은 운동량이 적어 자연산에 비해 육질의 단단한 정도가 덜하지만 넙치처럼 2kg 이상 나가는 생선은 자연산에 버금가는 맛을 낸다.

소비자들이 양식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다. 하지만 항생제는 물고기에 투여된 직후부터 흡수, 순환 과정을 거쳐 시간이 지나면 배설되므로 양식업자들이 활어를 출하하기 전 3~4주간의 안전 휴약 기간만 준수하면 항생제 잔류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2/4
조영제 부경대 교수·식품공학 yjcho@pknu.ac.kr
목록 닫기

‘회박사’ 조영제 교수의 생선회 10배로 즐기기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