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性을 결정한다
그런데 수술은 그다지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 직장과 방광 사이의 얇은 막을 뚫는 데 2시간이 걸렸다. 그때 흘린 땀은 다른 수술에서 흘린 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짜고 매웠다. 정 교수는 음경의 신경 및 정맥 다발을 박리해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만드는 일을 주로 했다.
필자가 주로 맡은 부분은 여성의 질에 해당하는 터널을 뚫는 작업인데, 될 수 있으면 깊고 안전하게 뚫는 것이 좋다. 깊이는 10cm. 필자가 겪은 어떠한 수술보다 길고 힘든 10cm였다. 1cm를 전진하기가 너무도 무서웠다. 조심스럽게 박리하다 보면 어디서 솟는지 이름 모를 동맥과 정맥들에서 분출하는 피가 거즈로 누르고 전기소작을 해도 멈출 줄을 몰랐다.
필자의 왼손 검지를 니켈의 항문에 넣고 직장의 앞쪽 막, 방광과 전립선의 뒤쪽 막을 서서히 더듬어가면서 박리해나가기로 했다. 후퇴는 없는 법. 앞으로 가서 깊은 터널을 만들어야만 했다. 질의 깊이가 깊을수록 수술은 성공적이다. 특히 트랜스젠더들은 질의 깊이가 10cm가 넘어야 만족스러워하고, 어떤 이는 18cm의 깊이를 자랑하기도 한다.
어떻게 그 터널을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예정시각보다 늦었지만, 방광과 직장 사이의 정확한 틈 사이에 동굴을 만들었다. 동굴의 끝은 복막이다. 복막이 뚫리면 대장과 소장이 그 자리를 비집고 나올 만큼의 위치까지 파고들어가 동굴을 완성했다.
토목 기술자들이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뚫는 터널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속 터널도 부실 공사로 무너지거나 막혀서는 안 되는 법이다. 니켈은 첫 공사를 하는 팀이 갖춘 기술력을 알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옳았다. 첫 수술인지라 시간은 배로 걸렸지만 질의 깊이와 음부 피판(flap valve)의 활력도는 지금도 우수해 섹스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누구나 첫경험이 있는 법인데 니켈은 여자로의 변신을 위해 신의 계율을 어겼고, 그래서인지 마취에서 깨어나자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니켈의 친한 친구가 집단성폭행을 당했고, 재판의 판결이 그랬다는 사실은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성 정체성 장애의 원인
성 전환증의 원인적 요소를 구명하기 위해 유전, 호르몬, 사회문화적 연구, 가족역동, 정신분석적 접근 등이 시도돼 왔으나 아직 명확한 해답은 없는 상태다.
트랜스섹슈얼리즘(Transsexualism·성 정체성 장애를 보이는 성전환증의 총칭, ‘트랜스젠더리즘’이라고도 한다)은 복잡한 현상이며, 수년 동안 그 원인에 대한 서로 다른 이론이 제시됐다. 몇몇 이론이 일부 상황에 적용되긴 했지만, 트랜스섹슈얼에 대한 어떤 한 가지 원인이나 결정적 요인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이론도 일치하지 않았다.
발생학을 연구하던 초기의 학자들은 그 원인을 육체적인 것에서 찾았으며, 인간 해부학, 혹은 생리학의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다. 특히 그들은 ‘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태어나기 이전의 신경 호르몬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고, 사람의 성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뇌의 발달과 성 호르몬상의 불균형적인 작용이 성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자궁 속의 태아는 임신 12주가 되어서야 남성 혹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생식기를 갖는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굳어진 의학상식이다. 그러나 태아의 뇌에서 인식하는 성 정체성의 차이는 약 16주가 지나야 남성 혹은 여성의 어느 한쪽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그래서 몇몇 의학자는 이 결정적인 4주 동안에 특정한 호르몬이 작용하지 못하거나, 혹은 불균형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그의 성 정체성은 생식기의 발달과 똑같이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경우, 태아는 성 정체성 혼란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유전인자의 어느 한 장소에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이론이다.
후천적 요소를 강조하는 그룹도 있는데 가족과 사회적·문화적 요소에 대한 것이 지배적 원인이 된다는 학자들이다. 과학자들이 한 인간의 발생학적 혹은 행동적 장애를 바라볼 때는 그들의 논쟁은 보통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또는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냐에 관한 것이 많다. 트랜스젠더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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