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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에세이

강력범의 범주

강력범의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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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여론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카우치 멤버들을 ‘죽어봐라’고 더 족쳤을 수도 있고, 한국 인디씬은 주류 방송판에서 그날로 장례식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반대일 수도 있다. ‘어, 이놈들, 함부로 다루기는 힘들겠군’ 하고, 약간은 경계하며 포위망을 좁혀갔을 수도 있다.

하긴 카우치는 조금 멍청하게 반응했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별 반추나 의식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행위가 예술행위가 아닌 것은 아니다. 아무리 멍청해도 그들은 예술가다. 그들이 한 일은 결과적으로 범죄행위가 되어버렸지만 기본적으로는 예술적인 행위였다. 공연 중이었고 무대에 초대받은 뮤지션이었으며 관객을 향한 일종의 자기 드러냄의 행위였다.

우리 여론은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그렇게 받아들이려 하지도, 화를 참지도 않았으며 그냥 그들을 강간범 취급하여 철창에 잡아 넣는 일에만 급급했다. 공연 중에 바지를 자주 내려 엉덩이를 보여줌으로써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호주 출신의 세계적 록 밴드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 같았으면 우리나라에서 별을 몇 개나 달았을까.



민주주의란 뭐냐. 어떤 면에서는 반대편에서 한 일이 꼴 보기 싫어도 일단은 참는 행위의 총합이 민주주의다. 예술은 사회가 설정해놓은 모럴의 반대편에 설 때가 많다. 예술은 늘 모럴의 경계를 위협하고 문제삼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스스로 의식하고 어떤 일을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행위가 자신의 의식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것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예술가들은 설 땅이 없다. 문화상품 팔아서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관가에서도 하는 모양인데 이 나라의 여론은 그런 정책과 앞뒤가 안 맞는다.

신동아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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