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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이해찬 골프 동행’ 류원기 회장, 경찰 5명 동원해 ‘납치·피살된 여대생’미행했다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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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담한 경찰들 파면, 류 회장은 ‘미입건’
  • 미행당한 여대생, 류 회장 당시 부인이 청부 살해
  • 경찰 “경찰의 미행 가담건 상부보고 뒤 수사 못해”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은 3·1절 철도 파업 때 이해찬 전 총리와 골프를 함께 쳤다. 다른 기업인들도 있었다. 류 회장은 이 전 총리와 ‘이칠회’라는 사적 모임을 같이 하고 있으며 총리공관에 초빙돼 오찬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이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 4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기우 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도 “류 회장은 이 전 총리의 후원자”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류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입각한 뒤(1998년 이후) 본격적으로 서로 알고 지내게 됐다고 한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인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이 이사장을 지낸 한국교원공제회는 100억원대의 영남제분 주식을 매집하기도 했다. 류 회장과 이 전 총리가 골프를 친 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영남제분에 가격 담합으로 35억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 전날이었다. 공정위가 담합 혐의로 영남제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류 회장이 고발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류 회장은 자사주 매각시 주가를 조작해 차익 200억원을 남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도 있다. 그의 전 부인은 여대생 청부 살인죄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 최근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류 회장은 일부 언론에 “이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어떤 부탁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리 전력이 있고 현재도 불법의혹으로 사법 처분을 받고 있는 류 회장과 이 총리의 잦은 교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교원공제회 등 당국의 류 회장 도와주기 논란까지 일면서 이런 의혹은 더 확산됐다.

세상을 놀라게 한 ‘잔혹 살인극’



이런 가운데 류 회장이, 자신의 전 부인이 주범인 ‘여대생 하모양 청부 살인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비공개 수사 기록에 따르면 류 회장은 자신의 부인(당시는 이혼하기 전)이 하양을 청부 살해하기 전, 부인과 함께 현직 경찰관을 여럿 동원해 하양 주변을 미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행 사주를 받고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경찰관들은 옷을 벗는 중징계를 받았으나 미행을 부탁한 류 회장은 ‘미입건’ 처분됐다.

200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잔혹 살인극과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류 회장에 대한 경찰수사 기록을 재구성해봤다.

2002년 3월6일 오전 5시55분쯤 서울 강남. 모 여대 법대 4학년 하모(22)양은 자택을 나선 직후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튿날까지 하양이 귀가하지 않자 가족들은 남자 두 명이 하양의 뒤를 밟는 모습이 담긴 지하 주차장 CCTV 필름을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자 경찰은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실종 후 열흘이 지난 3월16일 오전 9시쯤 팔당대교 인근 검단산 자락에서 하양은 숨진 채 발견됐다. 윤모(44 · 류원기 회장 부인의 조카)씨 등 공범 2명은 공기총으로 지름 5mm의 탄환 6발을 하양의 머리에 쐈다. 처음의 1, 2발은 눈썹 위에 대고 발사됐다. 치명상을 입혔음에도 범인들은 4발을 더 쏜 것이다. 검단산에 오를 때까지 하양은 살아 있었다. 그의 왼쪽 팔은 세 조각으로 부러져 있었다. 심하게 반항한 듯했다.

“살려달라 애원하지 않습디까?”

하양을 살해한 범인들은 나중에 붙잡혔다. 고법 판사는 ‘킬러’를 직접 심문했다. 하양이 처참하게 희생된 살해 현장이 법정에서 생생히 재현됐다. 살인범 변론을 맡은 엄상익 변호사는 이날의 법정 상황을 최근 글로 남겼다. 그의 동의를 구해 이를 일부 게재한다.

돋보기를 코에 걸친 재판장이 기록을 읽다가 킬러를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물었다.

“여기 기록을 보니까 총알이 네 발이나 귀밑의 같은 곳을 관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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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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