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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왕국’ 만든 성매매특별법

성매매특별법 비웃는 서울의 밤 르포

이동 윤락에서 그룹섹스 야유회까지,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 이남훈 자유기고가 freehook@hanmail.net

성매매특별법 비웃는 서울의 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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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비웃는 서울의 밤 르포

강남 일대에 자리를 잡은 신종 ‘퓨전 요정’들은 룸살롱 수준의 저렴한 주대와 ‘엘리트 여성들과의 성매매’를 무기로 남성들을 공략한다.

이제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를 부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런데 요즘은 이른바 ‘북창동식 노래방’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기존 노래방 도우미들의 서비스에 북창동식 ‘하드코어(hardcore) 서비스’를 결합한 영업방식이다. 유흥업소에서 ‘하드코어’란 여성 도우미들이 거의 알몸인 상태로 춤과 노래를 선사하고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북창동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서비스지만, 노래방에까지 이런 문화가 전파됐다는 것은 곧 ‘북창동 놀이문화의 대중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북창동은 2차가 없는 반면 북창동식 노래방은 2차가 공공연하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북창동식 노래방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서울 광화문 인근이다. 이곳에 있는 ‘노래밤’ ‘노래팡’ 류의 변형 업소들은 대부분 도우미를 상주시키거나 보도방을 통해 여성들을 공급받는다.

광화문 C업소에 잠입, 윤락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비용은 1인당 12만원. 내부는 룸살롱 수준의 고급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공을 들여 꾸몄다. 양주와 기본 안주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 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도우미들이 입장했다. 잠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본격적인 ‘쇼타임’이 시작된다.

신분을 밝히고 노래방 도우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에 의하면 이곳에서 성매매는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일단 룸에서 2차에 대해 합의를 본 후 밖으로 나가서 다시 만나면 단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노래방에서의 도우미 고용은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현장’에서는 별 무리가 없고, 업소 밖에서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을 제지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과거 북창동에서 활동하다 ‘퇴역’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일본식 변태업소 ‘페티시’



성특법 발효 이후 ‘밤의 세계’에서 활짝 핀 또 하나의 업종을 꼽으라면 페티시 업소를 들 수 있다. 이런 업소들은 성특법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성장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성구매를 하다 적발됐을 때 처벌을 받는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성매매는 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의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는 일본식 변태 업소 ‘페티시’에 눈을 돌리게 했기 때문이다.

페티시 업소는 아직 대중화됐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페티시 마니아들 사이에선 3∼4개 업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우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 즉 스타킹의 색깔이라든지, 복장의 종류 등을 맞춤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간호사복, 스튜어디스, 정장, 가터벨트 등 다양한 복장이 구비되어 있다.

여성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면 음란한 대화를 하거나 스킨십을 하면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심지어 ‘리얼한 상황 설정’을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도 한다. 일례로 영화관을 연상시키는 소규모 극장으로 꾸며진 작은 방에서 남성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여성이 들어와 옆자리에 앉은 후 스킨십을 유도하거나 자신의 다리를 만져볼 수 있게 한다. 이는 ‘극장에서 낯선 여성과의 스킨십’이라는 상상을 현실화한 것으로 많은 남성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직접적인 성기 접촉은 없지만 남성들이 자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에 본질적으로는 성매매와 다를 게 없다. F업소 업주 김모씨는 “예상외로 한국 남성들도 페티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성특법에 따른 단속에 걸릴 일이 없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여성부는 성특법 시행 1년을 맞아 “남성들의 그릇된 성의식이 바로 잡혔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성특법의 실효성은 극히 미미하다. 유흥전문 사이트 ‘판도라21’의 구성모 대표는 “정부에서 성특법의 실효성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흥업소 관계자 그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그러한 평가에는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성병 관리 부재와 더불어 갈수록 음성화, 변태화하고 있는 우리의 성매매 문화는 사회의 건강 자체를 해칠 수준으로 악화됐다. 겉으로 보이는 긍정성 뒤에 쉽게 치유될 것 같지 않은 부정성이 비대하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신동아 200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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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훈 자유기고가 freeh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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