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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사기 ‘나이지리아 419’가 당신을 노린다

전직 대통령 부인의 메일 “일확천금의 기회를 드립니다”

  • 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국제금융사기 ‘나이지리아 419’가 당신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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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419의 유형은 수십 가지에 이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전현직 고위층을 사칭해 비자금을 미끼로 접근한다. 그리고 “긴급한 상황이므로 절대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안이 넘어갈 수 있다”는 말로 상대를 긴장시킨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다고 판단되면 다음 단계인 시간 끌기 작전에 들어간다. 이 과정은 대개 1만달러 미만의 소액 수수료 뜯기와 함께 진행된다. “자금을 보내기 위해 은행 관리를 매수해야 한다” “지금 보관은행이 수색 받는 중이라 문제를 무마하기 위한 뇌물성 자금이 필요하다”는 구실을 대며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제안 내용이 나이지리아 현지의 정세(情勢)를 토대로 매우 정교하게 작성된다는 사실. 웬만큼 아프리카 사정에 정통하다는 사람들도 그럴 듯하다고 여길 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부동산업자 장모씨가 받은 e메일은 누구나 한번쯤 받아봤을 나이지리아 419 메일의 전형을 보여준다.

‘본인은 사니 아바차의 부인으로, 나이지리아의 유명한 국제기구로부터 당신을 소개받았다. 남편이 재직할 당시 나이지리아에서 건설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한 러시아 회사가 남편에게 6500만달러를 보낸 것을 얼마 전 알았다. 최근 나이지리아 민간정부가 가족들의 모든 계좌를 동결해가며 자금원을 조사 중이다. 그래서 당신이 이 자금의 해외반출을 도와줬으면 한다.’

사니 아바차(Sani Abacha)는 1998년 사망한 옛 나이지리아 군사정부 수반. 그가 집권시절 부정축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이나, 1999년 집권한 민간정부가 그 가족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내용 자체는 허무맹랑하기만 한 얘기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부인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형식은 동정심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

사기 지뢰밭 당첨됐습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유형도 있다. 해외 인터넷을 서핑하다 “당신은 1만 번째 방문자입니다” 혹은 “복권에 당첨되셨습니다”라며 튀어나오는 팝업 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해 “3000번째 방문자에 당첨됐으니 상금을 지급하겠다”는 e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메일에 링크된 주소를 클릭하자 실제 홈페이지에 연결됐다. 네덜란드에 있는 컴퓨터 회사였다. 기쁜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상금 수령에 필요한 서류를 팩스로 보내왔다. 회사소개, 상금액수, 필요한 수수료 입금방법 등이 안내돼 있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외국인 인턴은 서류를 보고 “정황상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를 뜯어말렸다. 네덜란드 컴퓨터 회사라던 사이트는 알고 보니 아프리카 국가에서 만든 것이었다.

자원을 헐값에 팔겠다고 현혹하는 수법도 있다. 석유, 구리, 금 등을 시중가의 85%에 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떼먹거나 일부 제품만 운송한다. 특히 아프리카에 체류 중이라면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제안을 받게 된다.

한 사업가는 콩고에 갔을 때 현지 사업파트너로부터 “다이아몬드 원석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파트너는 금과 다이아몬드 원석 샘플을 보여줬다. 전문가에게 감정해보니 품질은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27억원가량의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되팔 경우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파트너는 콩고 최대 규모의 법률회사 소속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그 사무실에서 계약이 이뤄졌다. 콩고에서부터 해양운송이 가능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의 수송비용에 위험수당까지 포함된 가격이었다. 불법거래이기 때문에 화물열차의 석탄 속에 숨겨넣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남아공에 먼저 도착해 원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케이프타운에서 물건을 받아본 그는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 도착한 물건의 양은 애초에 얘기했던 것의 절반 남짓이었고, 그나마 대부분은 진짜 원석이 아니었다. 바로 파트너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다. 파트너가 소개해준 상인은 놀란 목소리로 “물건을 실을 때는 이상이 없었는데 중간에서 누군가 바꿔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에게 물어보니 “브로커, 변호사, 상인 모두 한통속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그는 교민들의 도움을 받아 일당을 고발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 더군다나 다이아몬드를 판 사람은 콩고 정보기관 직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지만, 그는 여전히 소송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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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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