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동물실험 결과 PFOA가 암과 각종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지자 세계 최대 PFOA 생산업체인 듀폰사에 1025만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한편, 지난 1월에는 8개 다국적 제조기업에 2015년까지 PFOA 방출 자체를 금지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PFOA 제조업체들은 “동물실험 결과에서 발암 가능성이 확인된 것일 뿐,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에는 더욱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은 미국 신생아 300명 중 298명의 제대혈에서 PFOA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PFOA가 일반인에서 검출된 적은 있으나 신생아에서 검출된 것은 처음. PFOA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한국의 PFOA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국이 PFOA 대량 수입국인 데다 이를 원료로 만든 제품이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 2004년 7월 필자와 미국 뉴욕주립대가 함께 한 실험에서 한국인의 혈중 PFOA 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환경부와 보건복지부는 아직 어떤 연구결과나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너무 흔한 PFOA 제품들
PFOA는 과불소화합물(PFC)의 일종으로, 자연환경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인공합성수지다. 불소수지화합물(과불소화합물)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인 까닭에 지난 50년간 수많은 산업현장에서 사용돼왔다. 일반인은 이를 뭉뚱그려 ‘불소수지’로 부르지만, 논란의 대상은 불소수지의 원료가 되는 PFOA다.
PFOA에 의해 생성된 과불소화합물은 우리 주변에서 용도가 매우 다양해 이것이 사용되지 않는 물질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어붙지 않도록 하는 코팅재인 ‘테플론(Teflon)’을 만드는 필수원료이며, 카펫이나 의류의 방수 마감재에도 사용된다. 각종 포장지와 건축자재의 표면 마감재, 냉장고의 냉매, 화장품, 샴푸, 주방재료, 반도체 등은 관련 제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PFOA를 사용하거나 방출하는 산업도 매우 다양해서 자동차, 기계, 화학, 전자, 반도체, 의약, 건설자재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관련돼 있다.
PFOA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생분해 및 광분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물질이다. 다른 물질에 비해 동식물에 쉽게 축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체에 축적되는 주요 경로는 음식물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이옥신과 같이 생태계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고 동식물에 축적되는 환경오염물질은 대기나 수질 등을 통해 인체에 축적되기보다 대부분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다. 또한 PFOA는 구강 또는 흡입을 통해 인체에 쉽게 흡수되는 반면, 피부 접촉을 통한 침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흡수된 후에는 배설 속도가 매우 느려 체내 축적을 부채질한다. PFOA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와 그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반감기)은 4∼9년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