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북한 스커드B 미사일 모형.
800기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미사일이 개전 초기 한미연합군 주요시설을 타격함으로써 반격능력을 상당부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일본 규슈대 교환교수)가 3월 하순 발간 예정인 ‘군사논단’ 2006년 봄호에 기고한 ‘일본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정책적 함의’ 논문의 한국군 관련내용을 발췌, 요약해 소개한다.
한국항공우주정책연구원 프로젝트로 수행된 이 연구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군 주요시설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으며, 북한은 유사시 서울 점령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스커드B, C형 미사일을 이용한 집중공격을 감행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의 전쟁은 전장(戰場)의 구분이 뚜렷한 2차원 공간에서 지상군이 수행하는 전투가 중심이었다. 상대편 영토를 얼마만큼 점령했는가가 승리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3차원의 공중에서 종심(縱深) 깊숙이 적의 핵심목표를 타격하는 정밀유도무기체계가 발전하면서 전쟁양상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영토점령이 승전의 필수요건이 아니며, 영토점령이 필요한 경우에도 승패는 사실상 제공권의 조기장악과 종심타격 전력의 우월로 판가름나게 됐다. 다시 말해 항공력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그 가운데서도 위험도가 낮고 상대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미사일의 위협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미래전쟁의 핵심
미국이 지난 수년간 새로운 전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작전운용개념과 조직편성을 혁신하는 이른바 ‘군사적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이를 위해 지구적 차원에서 전장을 투명하게 보고 지휘통제할 수 있는 C4ISR(전술지휘자동화체계)과, 원거리의 전략적·작전적 표적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체계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새로운 전법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네트워크 중심 전쟁(Network Centric Warfare)’의 핵심 구성요소가 이른바 ‘효과기반작전(EBO·Effect Based Operations)’이다. 효과기반작전이란 적의 지휘통제체제 같은 핵심 시스템에 동시병렬적인 공격을 퍼부어 상대의 대응능력을 마비시키고 국가의 전체기능을 무력화하는 작전을 말한다. 감시체계와 공격체계를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투력을 극대화한 뒤, 이를 특정한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아예 상대국가의 전쟁수행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다.
이때 적용되는 장사정 공격체계에는 장거리탄도미사일과 중거리 순항미사일이 포함되며, 공대지(空對地) 타격체계와 함대지(艦對地) 타격체계도 동원될 수 있다. 사정거리가 긴 타격체계를 활용하기에 전장에 접근하거나 한군데 모일 필요가 없고, 대신 네트워크상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된 정보를 자동화된 지휘통제에 따라 최적의 목표에 설정하여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공격할 수 있다.
이처럼 효과기반작전에서는 정밀유도미사일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가 아군에 대해 효과기반작전을 수행하려는 것을 거부하는 방공작전은 미래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 대두할 것이다. 향후 방공망의 우선 순위는 개전(開戰) 초기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아군의 방공망과 공군기지를 방호해 방어제공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동시다발적 정밀유도무기 공격에 대비해 여러 층위로 설계된 방공망을 구축하는 대응방법이 필수적이다. 항공기만을 주대상으로 만들어진 방공망은 미사일전쟁 시대에는 무력하므로, 핵심시설에 대한 미사일 방어체계의 도입이 미사일전 수행의 기본요건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래전쟁에서 한반도 주변의 일차적인 위협과 승리의 핵심요건은, 상대의 미사일 공격으로 시작되는 효과기반작전으로부터 어떻게 아군의 핵심전력체계를 보호할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