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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몰아붙이는 미국의 노림수

한국을 美 동아시아 전략 전초기지로?

  • 성기영 在英 자유기고가 sung.kiyoung@gmail.com

한미 FTA 몰아붙이는 미국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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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통적으로 다자주의의 수호자였다. 1948년 GATT의 출범을 주도한 것도 미국이고, 유럽연합(EU)이 지역주의에 불을 댕길 때 케네디라운드나 도쿄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GATT 체제를 보완하는 데 앞장선 것 또한 미국이었다.

이렇게 다자주의를 확고히 지지해오던 미국이 원칙을 저버리고 양자주의 또는 지역주의로 후퇴하기 시작한 것은 1982년 GATT 각료회의에 실패한 뒤부터다. 미국은 당시 도쿄라운드(1974∼79)의 후속 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할 목적으로 각료회담 개최를 요구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반대로 벽에 부닥치자 GATT 체제를 통한 다자간 무역자유화 방식에 깊은 회의를 품게 된다.

부시 정권 이후 FTA 가속화

각료회담 개최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미국 경제는 증가하는 무역적자로 수렁에 빠졌다. 또 일본의 눈부신 성장이 미국 경제의 영광을 빛바랜 것으로 만들 조짐이 보이자 미국 내 일각에서 GATT 체제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미국이 다자주의에서 FTA와 같은 양자간 특혜무역협정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효시다. 이때부터 미국은 악명 높은 ‘슈퍼 301조’를 동원해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문제 삼아 일방적 압력을 행사는 한편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설립을 후원하는 등 지역주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행보 이면에는 당초 4년으로 예정된 협상 기한을 훌쩍 넘기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EU의 양보와 협상 조기 종결을 촉구하려는 정치적 카드가 숨겨져 있었다. 다시 말해 UR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압도적인 협상력을 바탕으로 NAFTA와 APEC 같은 지역협정을 통해 ‘딴살림’을 차리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이미 미국의 FTA 정책이 본격화하기 전인 1980년대 후반에 미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보고서들은 미국 주도의 FTA가 갖는 ‘위협용 카드’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후 FTA를 미국 무역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것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1년 발표한 ‘무역정책 어젠더’에서 FTA가 미국의 무역정책을 범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핵심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이듬해 미 의회는 대통령의 무역협상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무역촉진 권한(Trade Promotion Authority, TPA)’ 법안을 승인함으로써 부시 행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민주당은 노동 및 환경 기준의 악화를 우려해 이 법안 승인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한 공화당은 무역 촉진을 통한 경기 활성화와 국가 위상 제고와 같은 명분을 내세워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여기에 2000년 하반기부터 침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2001년 9·11 테러 이후 ‘강한 미국’에 대한 요구가 부시 대통령의 FTA 적극 추진 방침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행정부의 FTA 중시 정책과 의회의 협력으로 부시 정권은 집권 1기(2001∼2005)에만 10건의 FTA를 새로 체결했다. 미국 행정부가 1985∼2000년 15년 동안 FTA를 체결한 나라가 NAFTA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는 3개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개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익 앞에선 ‘적과의 동침’도 불사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기준으로 FTA 상대국을 골랐을까. WTO 회원국은 지난해 말 현재 149개.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FTA 체결에 성공한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다.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최근 미국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인 나라들을 살펴보자. 미국의 무역정책, 나아가 외교정책에서 FTA가 갖는 함의를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UR 협상이 개시되기도 전인 1985년 체결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FTA는 미국의 무역정책이 국가안보 논리에 따라 전개된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과 맺은 FTA가 이보다 앞서 1975년 유럽공동체(EC)와 이스라엘이 맺은 FTA에 대한 대응수단의 성격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맺은 FTA가 미국의 대(對)중동 전략, 특히 안보전략의 산물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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