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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강덕지 과장의 범죄심리학 노트③

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 강덕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장

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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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간범의 유형은 가지각색이다.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 여성에 대한 복수심으로 발전하고, 엄한 아버지에 눌려 살다 어린이 성폭행을 탈출구로 삼는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성장해 성폭행범이 되고, 사창가를 드나들던 고교생이 훗날 할머니만 추행하는 파렴치범으로 전락한다. 낯 뜨겁다고 모른 체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우리 이웃이고, 친척이고, 가족이다.
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며칠 전 한 재소자가 편지를 보내왔다. ‘신동아’에 연재되고 있는 내 글을 보고 편지를 쓴 사람인데, 답장을 했더니 또 편지를 보내왔다. 요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성폭행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힌 글이었다. 일부를 인용해본다.

“요즘 성폭행 처벌법을 놓고 논란이 뜨겁더군요. 국회 법사위에 7세 미만 성폭행은 7년 이상 징역, 13세 미만 성폭행은 5년 이상 징역을 선고하고 재범은 처벌 수위를 더 높이자는 법안이 올라와 있죠? 저는 이런 법안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다고 봅니다. 어떤 성 폭행범이 ‘이 아이는 7세 미만이니까 7년형을 받을 수 있다, 건드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할 것이며, ‘이 아이는 13세 미만이니까 5년형을 받겠지, 다른 여성을 찾아보자’ 하겠습니까. 범죄자에겐 당장의 성욕이 먼저입니다. 병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저는 전자팔찌 부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이럴까요?”

숱한 강간범, 성추행범을 만나보고 느낀 것은 한국은 ‘성을 권하는 사회’라는 사실이다. 시골이든 도시든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러브호텔을 보라. ‘러브’ 하는 곳이지 잠자는 곳이 아니다. 상업화한 성적 유혹은 또 얼마나 넘쳐나는가. 언론마저 성을 상품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요즘 TV에 나오는 미인의 기준은 단연 섹시함이다.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이 가장 아름답다고 추앙받는다. 이런 사회에 성범죄가 만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뿐인가. 부모의 과잉보호로 자녀들은 욕구를 절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이들은 성장해도 쾌락의 원칙만을 따른다. 성 중독증에 허우적댄다. 그러나 이들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이들의 행동은 우리가 만든 환경에서 비롯됐다. 편지를 쓴 재소자가 주장한 것처럼 성범죄자를 가둬놓고, 팔찌를 채우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여기엔 우리의 책임도 있다. 이 사실을 간과하면 범죄자는 끊임없이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성범죄자의 유형은 천차만별이다. 이유도 다르고, 행태도 다르다. 30대 초반의 강간 피의자 W. 이 사람의 특징은 술만 마시면 강간을 한다는 점이다.

“제가 도대체 왜 이럴까요? 폭음을 하면 꼭 강간을 저지르는 제 자신이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진지하게 물었다. 술만 들어가면 잠자던 무의식이 분출하는 것이다.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이력이 눈에 띄었다. 어린아이에게 어머니는 절대적인 존재다. 어머니가 필요할 때 없으면 아이는 상실감을 느끼고, 심하면 마음에 배신감마저 생긴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던 그는 5학년 때 가출해 어머니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그후 줄곧 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나 어린 시절 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상실감과 배신감은 어른이 된 후 여성에 대한 복수로 표출됐고, 결국 그를 나락으로 몰았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사람이 달라졌다. 길가는 여자를 따라가서 길에서든, 여자의 방에서든 거리낌 없이 강간했다. 결국 감방신세를 졌지만, 출감한 뒤에도 강간 이력은 여전했다. 스스로도 한심하다고 생각했는지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심리학 서적도 뒤적였고,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도 받았다. 그러나 멀쩡해 보이는 그에게 치료를 받으라고 권하는 의사는 없었다. 직장생활하는 데도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자주 면회를 오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을 했다. 어머니를 볼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부끄럽고 죄송스러워야 할 면전에서 기분이 좋다니…. 그는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에게 보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필요할 때 없었던 어머니에게 보란 듯 감옥살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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