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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다시 둘러본 권양숙 여사 고향마을

“공산당 얘긴 그만하고 청와대 사진이나 보며 놀다 가소”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3년 만에 다시 둘러본 권양숙 여사 고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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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장인 묘를 참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내의 아버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모른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의미를 붙인다면 그것은 백성의 몫이 아니다. 지난날의 일이다.”

“혹시 묘소로 몰려갈까봐…”

노 대통령의 참배 후 ‘창원군 진전면 치안대 사건’이 잡지와 방송을 통해 크게 보도됐다. 진전면 주민들에 따르면 방송이 나간 후 마을을 찾아와 “대통령의 장인 묘지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오는 낯선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묘소 앞에 초소가 생긴 것에 대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미스러운 일에 대비하기 위해 경비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만 마산경찰서 김석봉 경비교통과장은 “지금까지 노 대통령 장인 묘소를 훼손하겠다고 협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집회에 대비한 거죠. 지난해만 해도 경남지역 농민들이 쌀 협상 국회비준 저지를 요구하는 집회가 있었어요. 농민들이 진전면 호산들녘에 모여서 수확을 앞둔 논에 마른 볏단을 뿌리고는 불을 지르거나 트랙터로 갈아엎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는데, 그러다 권 여사 부친 묘소로 몰려갈까봐 경찰이 출동했어요.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노 대통령의 선산이 있는) 진영으로 몰려갑디다.”

권 여사 집안의 선산 묘지를 관리하는 권도엽(82)씨는 컨테이너 초소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컨테이너 초소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곧바로 생겼어. 그때 경남청장이던 이택순(현 경찰청장)이 경찰을 보내줬어. 처음엔 의경이 5명씩이나 와서 밤새도록 지켜줬어. 경찰서장이 시간 나는 대로 와서 둘러보곤 했지. 하루는 이택순 청장이 직접 찾아와 ‘묘지에 별일 없냐’고 물으면서 ‘막걸리 사드시라’며 3만원을 주는 거라. 참 고마운 사람이야. 남의 조상 묘 잘 지켜주더니 경찰청장이 됐어. 한 6개월쯤 지켰나…. 우리 집안에서 이 청장한테 ‘묘지 앞에 경찰이 보초를 서니 남 보기에 좀 그렇다’면서 ‘일이 있으면 와달라’고 했어.”

대통령 장인 묘에 왜 비석이 없냐고 묻자 그는 “노 대통령 재임기간엔 비석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부인의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진전면 사람들은 “대통령의 장인이 6·25 때 치안대 양민학살 사건의 주범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서 “꺼진 봉분을 올리고 금잔디까지 심었는데, 비석을 세우고 축을 쌓기 위해 돌을 갖다놓다가 언론에서 떠들자 관두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한마을에 ‘38선’

권 여사의 부친이 ‘치안대 학살 사건’을 주도했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시끄럽게 보도된 것과 대조적으로 진전면의 노인들은 그 사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진전면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누구를 탓해. (진전면에는) 사변 때 미군한테 뒤진 사람도 천지고, 빨갱이한테 뒤진 사람도 천지야. 빨갱이로 내몰려 우리 경찰한테 뒤진 사람은 또 얼마나 많노. 안 뒈지고 살아남은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살면 돼. 다 지난 일이야.”

진전면은 마산시에 속해 있다. 동쪽으로는 진동면 진북면, 북쪽은 함안군, 서쪽은 진주시, 남서쪽은 고성군에 접해 있는데, 17개 리(里)를 포함하는 제법 큰 규모의 마을이다. 각 리에 노인정이 하나씩 있다. 진전면은 6·25전쟁 당시 한국군과 유엔군의 마지막 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아군과 인민군의 최대 접전지 중 하나였다.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사건, 치안대 양민학살 사건, 미군 양민학살 사건 등이 진전면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진전면 노인들은 좌익 치안대 학살사건 못지않게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사건에이 치를 떨었다. 국민보도연맹은 좌익운동을 하다 전향한 반공단체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과 경찰은 초기 후퇴과정에서 보도연맹원들을 무차별 검속하고 즉결처분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북한 인민군 점령지역에서 좌익세력이 저지른 보복학살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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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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