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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날갯짓하는 김철호 명성그룹 회장

“동-서해 잇는 3大 횡단축 개발해 산업·레저 복합벨트 만들자”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부활 날갯짓하는 김철호 명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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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괘씸죄’

부활 날갯짓하는 김철호 명성그룹 회장
1983년 명성그룹이 해체될 때 언론은 김철호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를 이용해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취재한 결과) 사실은 달랐다.

이규동씨측에서 사람을 넣어 명성그룹과 이씨를 연결했고, 이씨는 명성컨트리클럽을 자주 왕래하며 (김 회장과)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김 회장에게 이씨 소유의 땅 25만평을 명성에서 고가로 매입해주거나, 아니면 명성컨트리클럽 같은 골프장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골프장 개발 전문 인력을 투입해 조사한 결과 골프장으론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25만평을 당장 고가로 매입할 수 없다는 점을 이씨측에 완곡하게 전달했으나, 이게 ‘괘씸죄 1호’로 찍히는 계기가 된다.

그후 12·12 쿠데타 세력의 핵심 인사가 김 회장을 찾아와 정치후원금 50억원을 요청한다. 그 자리에서 김 회장은 “5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줄 테니 회계처리할 수 있도록 영수증을 달라”고 요청한다. 며칠 뒤 높은 곳에서 전화가 왔다. “없던 일로 하자”는 것. 이게 ‘괘씸죄 2호’였다.

전두환 정권은 1982년 국세청 직원을 대거 투입해 명성을 세무사찰한다. 당시 명성은 양평 올림픽레저타운 540만평, 설악 레저타운 110만평, 용인 컨트리클럽 70만평 등 제주에서 설악에 이르기까지 관광명소 15군데와 해양관광시대를 겨냥해 동해안 화진포, 속초, 울릉도, 남해 한려수도, 부산 수영만, 통영, 여수, 거문도, 흑일도, 서해 무창포, 천리포, 남양 등의 레저타운 부지 2000만평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세청의 세무사찰 결과, 명성 보유 부동산의 미래 가치만 공인해준 꼴이 됐고 결국 ‘세금 탈루 추징금 17억원 징수 처벌’로 결론짓는다. 1차 세무사찰이었다. 이후 1년에 걸쳐 안기부와 보안대 요원의 감시와 공작이 이어지고 제1금융권과 거래가 힘들어지자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제2금융권과 사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횡령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1993년 12월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과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조사한 ‘명성사건 조사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우선 국세청 조사결과 사채가 김철호 ‘개인계좌’로 입금됐고, 그를 과세 대상자로 지목했다는 부분.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그를 횡령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시민연합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채자금이 수수된 은행계좌는 명성그룹 산하 각 법인의 은행 거래계좌가 확실했고, 그 계좌를 통해 정상적으로 수익금과 거래대금이 입출금됐다. 보고서는 “국세청이 법인계좌와 개인계좌를 혼동한 것은 자연인과 법인격을 구분하는 기본적인 체계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법인체의 대표이사가 법인체의 계좌에서 법인체에 소요될 자금을 출금하는 행위가 어째서 횡령이 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4대 일간지에 ‘강호 제현께…’ 광고

또 하나 납득할 수 없는 사실. 상업은행 혜화동 지점의 김 대리가 개인적으로 ‘수기통장’을 통해 돈을 모아 그 스스로 사채 운용을 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당시 김 회장은 “그것은 김 대리 개인의 비리이지 명성과는 상관없다”며 사채업자 박기서와 김 대리의 대질신문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사채업자 박기서는 그가 보관한 부동산권리증서, 주식 등 사채 담보물을 김 대리에게 맡기고 급하게 해외로 출국,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연히 검찰이 출국 정지시켰어야 할 인물을 버젓이 해외로 나가도록 했다는 것은 명성 사건의 또 다른 진실이다.

김철호 회장은 2개월 동안 24시간 감시당하는 절박한 상황과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각종 탄압,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견디다 못해 1983년 7월31일자 4대 일간지에 ‘강호 제현께 고함’이라는 성명서를 낸다. 명성그룹을 해체하려는 전두환 정권에 정면으로 도전한 셈인데, 이것이 ‘괘씸죄 완결판’이다.

김 회장이 구속되고 2주가 지나도 명성그룹 계열사들이 부도가 나지 않자 청와대는 극도로 당황한다. 회사 중역들을 검찰로 불러 부도를 내도록 강요했다. 김 회장의 부인을 체포영장 없이 2주간 불법감금, ‘자식들을 생각해 부도처리하도록 남편을 설득하라’고 다그쳤다. 국보위 악법으로 만들어진 회사정리법을 명성사건 처리과정에서 개정까지 해가며 명성주식 98%를 완전 소각시키고도 법원이 ‘법정관리개시결정’을 못하자 부채를 재산의 두 배가 되도록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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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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