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86%가 공공주택에 사는 싱가포르는 토지 임대부 분양의 모델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를 99년 이상 임대해주고 집만 분양하는 방식이 널리 채택돼 있기 때문이다. 토지뿐 아니라 집까지 임대하는 방식도 일반화했다.
송파 신도시 33평 1억6000만원?

2월1일 서울시장 후보 당내경선에 나서며 국회에서 부동산관련 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토지 임대부 분양 방식은 국가가 토지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국가가 땅을 사들여야 가능하다. 즉 국가가 토지 소유권을 갖는 데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판교 신도시의 경우 민간소유 토지가 많아 땅을 수용하는 데만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다. 이처럼 막대한 보상비를 주고 매입한 토지에 아파트를 지어 월세로 토지비를 받을 경우, 나가는 돈은 많고 들어오는 돈은 적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서울에서 토지 임대부 분양이 현실성 없는 제도로 치부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민간 소유가 아닌 국가 소유의 땅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갈 돈이 적기 때문에 토지에 대해 월세를 받아도 적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전체 토지 가운데 상당수가 군부대와 골프장 등 국공유지인 송파 신도시다. 이해찬 총리가 “송파 신도시의 경우 토지 임대부 분양을 포함해 다양한 분양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송파 신도시에 토지 임대부 분양을 적용할 경우 초기 분양가격이 기존 분양 아파트보다 훨씬 낮을 것이란 데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토지 임대부 분양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이전에도 건설교통부 김용덕 차관은 “개발예정지의 82%가 국공유지(일반 택지지구는 30% 이내)라 토지보상 비용이 크게 줄어 택지 조성 원가가 다른 택지지구에 비해 낮아지고 이렇게 되면 수요자는 더욱 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현재로선 송파 신도시에 토지부 임대를 적용할 때 분양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 단정하기 쉽지 않지만, 판교 신도시의 분양가격을 들어 대략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은 계산이 나온다.
판교 신도시에 들어서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평당 1100만~1200만원이다. 택지비 673만원, 공사비 299만원, 설계감리비 12만원, 부대비용 19만원, 가산비용 153만원 등 총 1156만원가량이 된다. 택지비가 전체 분양가의 50%를 차지한다.
송파 신도시의 경우 원가연동제를 적용받는다. 즉 판교나 송파나 건물가격은 비슷하기 때문에, 표준건축비용 평당 330만원에 가산비용 153만원을 더하면 평당 483만원 선이 될 것이다. 이를 33평형으로 환산하면 1억6000만원 내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송파 신도시의 경우 조성원가 등을 고려할 때 대략 판교의 50% 내외에서 택지가 공급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경우 택지비는 평당 336만원 내외가 돼, 이를 33평형으로 환산하면 1억1000만원 안팎이다.
10년 토지 임대부 계약을 할 경우 계산해보면 월 임대료는 90만원 선이 된다. 물론 보증금 제도를 도입한다면 월 임대료는 이보다 훨씬 낮아질 수도 있다. 결국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초기 건물가격(1억6000만원)과 매월 임대료 90만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서울시내 30평형대 아파트가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이고 보면, 그 절반 가격에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기금으로 땅 산다면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추론일 뿐이다. 현실과 추론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게 마련.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토지 임대부 아파트가 초기 분양가는 낮지만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분양가격이 낮지 않다는 지적이다. 값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