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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육군 인권개선위원장 백군기중장

“아들 군대 보낸 부모님, 이젠 안심하세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정경택기자

육군 인권개선위원장 백군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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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軍)에 인권개선위원회가 생겼다. 장병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생겨난 이 기구에 대해 군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인권 강조로 군 기강과 전투력이 약해지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특전사령관을 역임한 백군기 인권개선위원장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한다. 강한 군의 출발점은 바로 인권 보장이라며.
육군 인권개선위원장 백군기중장
군을 인권과는 거리가 먼 ‘특수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지만, 지난해 3월 육군은 인권개선위원회를 설립했다. 말 그대로 장병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기구다.

인권개선위원장은 중장 보직인 감찰감이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2대 육군 인권개선위원장에 부임한 백군기(白君其·56·육사29기) 중장은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작전통이다. 여단 작전참모, 수방사령부 상황실장, 사단 작전참모, 연대장, 특전사령부 작전처장, 공수여단장, 사단장, 특전사령관 등의 화려한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육사 생도대장과 육군대학 총장을 역임하면서 행정 및 관리 업무도 익혀 문무(文武)에 두루 밝다는 평을 듣는다.

2월27일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에서 군 인권을 주제로 백 위원장과 두 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 장성급인 인권개선위원회 분과위원장 몇 명과 정훈공보실장이 배석했다. 며칠간 답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는 백 위원장은 미리 만든 ‘예상 질의·답변 자료’를 거의 보지 않은 채 보충 설명을 곁들이고 ‘돌발 질문’에도 능숙하게 대응했다.

군과 인권. 사실 딱딱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역전의 노장 이미지를 풍기는 은은한 백발과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그는 시종 부드러운 표정으로 이 딱딱한 얘기를 딱딱하지 않게 설명하려 애썼다.

그의 이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특전사 복무다. 5공수여단 작전참모, 7공수여단 31대대장, 특전사령부 작전차장, 1공수여단장 등을 거쳐 현 직책인 감찰감을 맡기 직전엔 특전사령관(2004년 5월~2005년 11월)을 지냈다. 특전사령관 임무를 막 끝낸 사람이 인권개선위원장에 부임한 것이다. 특전사령관에서 인권개선위원장으로. 왠지 어색한 변신이다. 그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분 사건’이 기폭제

-특전사령관을 하다가 인권개선위원장이 됐는데, 왠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특전사 이미지가 인권과는 거리가 좀 있지 않습니까.

첫 질문에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백 위원장도 함께 웃긴 했지만, 이어진 그의 답변은 자못 진지했다.

“잘못된 인식이에요. 흔히 (훈련이) 강하면 인권이 유린되는 줄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권이 유린되는 곳에서는 강한 힘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강한 전투력이 요구되는 특전사에서야말로 인권이 존중돼야 합니다. 인권이 신장되면 전투력이 약해진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군에 무슨 인권위원회냐고 의아하게 여길 사람이 많을 듯싶은데요. 어떤 취지로 만든 것입니까.

“1990년대 이후 사회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욕구가 커짐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족되는 등 인간존중 의식이 확산돼 왔습니다. 이러한 사회의 급속한 변화 추세가 군에도 유입돼 장병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권개선위원회가 만들어진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발생한 육군훈련소 인분(人糞) 사건입니다. 이 사건이 기폭제가 돼 군에서 인권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인분 사건 관련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습니까.

“가혹행위 당사자인 중대장(대위)은 구속됐고, 교육대장과 연대장도 문책을 받았습니다.”

그는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휘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인분 사건은) 군의 기본권 보장 문제를 이슈로 만들고 군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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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정경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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