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방미는 한국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다수의 미국 상·하원 의원이 공동명의로 김덕룡 의원(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을 통해 초청 의사를 전해오면서 성사됐다. 방문단은 단장인 김덕룡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권영세, 전여옥, 박형준 의원, 필자 6명이었다. 방미 일정의 대부분은 워싱턴에서 진행됐으며, 일정 중 하루는 최근 정보·유전·생명공학, 방위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를 방문했다. 귀로(歸路)에는 뉴욕에 들러 교민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일정은 김덕룡 의원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 이하 NPC) 연설에 이은 합동기자회견으로 시작됐다. 조지 앨런(공화, 버지니아) 상원의원,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 뉴저지), 다이앤 와트슨(민주, 캘리포니아), 커트 웰돈(공화, 펜실베이니아), 톰 데이비스(공화, 버지니아) 하원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과 개별면담 및 토론이 이어졌다. 또 미 공화당 정책수립 모임인 그로버 노퀴스트 연석회의(Grover Norquist Meeting)에 참석했으며, 백악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들과 합동간담회도 가졌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한미 간의 핵심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사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동맹관계의 발전, 현안인 북한 핵, 북한 인권, 평화체제와 전시 작전통제권, 그리고 현재 협상 초기에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한국인 비자 면제 조치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방문 기간 중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부인인 코레타 스캇 킹 여사의 영결식이 있었는데, 미국 주요 지도자 대부분이 이 자리에 참석하는 바람에 예정돼 있던 일부 중요인사와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해 아쉬웠다.
워싱턴의 2월 날씨는 서울보다 쌀쌀했다. 미국측 인사들이 보는 한미관계와 한국에 대한 태도도 그런 날씨만큼이나 포근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한미 모두 두 나라 관계가 건강하다고 장담했으나, 싱크탱크의 한국 문제 전문가와 일부 의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한 발언(하이드 위원장은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주장에 우려를 표했고, 클린턴 의원은 “한국의 발전과 자유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때문에 한미관계가 역사적 망각 상태에 빠져 있다”고 했다)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국이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에 기권한 일,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주간 행사에서 한국 정부가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측 인사들은 올초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긍정적 진전으로 보고 있었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라크에 파병한 것을 감사했고, 오랜 한미동맹의 역사를 들추며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우방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측 인사들은 동북아 집단안보체제 구축 가능성, 6자회담 재개 전망, 한국의 대북정책,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견해, 그리고 정부와의 차이점을 물었다. 또한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2008년 미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조지 앨런 상원의원(2008년 대선주자로 거론)은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자 미국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를 주장해왔다. 교역, 관광, 기업활동 목적의 방문자들이 비자 때문에 제약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를 ‘신흥 강국 중국에 대한 견제’의 관점에서 설명해 흥미를 끌었다. “한미 FTA는 미국이 아시아 국가와는 처음 체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과 군사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경쟁관계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 그는 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